세상이 엉망진창이다. 나라가 기우뚱거린다. 망국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때문이다. 실상 경국지색도 아니고 경국지재(經國之才)는 더더욱 아닌 여인이, 흔한 말로 호박덩이 같은 여인 하나가 나라를 온통 벌집으로 만들어 놓았다. 게다가 하도 세차게 떠들어대는 정치인들과 호들갑 떨기 바쁜 매스미디어의 행태에 정신까지 빼앗길까 걱정이다. 촛불집회의 망령이 되살아나 기분 나쁜 기억에 머리가 아프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아직은 그 연유를 짐작하기 쉽지 않지만 미혼(노처녀)의 여성 대통령이 악령에 휘둘린 참극이 아닌가 싶다. 본인이 실토하다 싶이 40년의 세월 속에 고독의 성채를 탈출하지 못 한 채 마치 중세시대의 영국 고딕소설에서처럼 드라큘러 같은 요녀의 최면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차라리 하늘이 원망스럽다.
지금 우리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 별 볼일 없는 일개 부녀의 손아귀에 나라가 마냥 놀아났다는 사실은 역사상 엄청난 오욕의 기록이다. 검찰이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고 총력을 다 해 이 엄청난 ‘최순실 게이트’의 지형도를 뒤지고 있다. 너무도 덩어리가 크고 단단해서 인력보강까지 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세상이 발칵 뒤집힌 형국이다. 그래서 지금 나라가 어디로 굴러가고 있는지 불안하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국가의 보위와 국민의 안위를 지켜줄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국난을 이겨낼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슬기로운 힘을 모으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론분열이 가열될수록 모든 것이 나락(奈落)의 수렁에 함몰될 뿐이다. 대통령의 하야만을 앞세운 정당의 오만과 교만은 당장의 해결책이 아니다. 통치의 중단만 강변하는 게 아닌가.
벌에 쏘인 강아지처럼 저마다 날뛰며 소리만 지를 게 아니다. 이미 기울어진 정권인 것은 현실정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권 자체가 어느 야당의 독점물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자꾸만 이래라 저래라 하며 얼핏 횡설수설하는 듯하다. 하기야 다음 정권은 야당 몫으로 사전 예약된 듯 보일 게다. 그러더라도 남의 당 대표를 그만 둬라 마라 하는 건 예의범절을 모르는
정치꾼의 헛소리이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극기복례(克己復禮)의 여유로운 행위가 필요하다.
더구나 흔해빠진 진영논리는 물론이거니와 장외집회라는 구시대 유물을 들고 나오는 졸부들이 참으로 안타깝고도 불쌍하다. 특히나 며칠 전 대낮에 청와대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한
야당 국회의원들의 꼬락서니는 정말 뭐에 튀겨 버리고 싶을 만큼 구차하고 치사했다. 자기들 스스로 국민의 대변자라고 우겨대며 헌법기관이라고 온갖 특혜를 뒤집어 쓴 사람들이 사사로운 일도 아니고 국가존망이 걸리다 싶이 한 문제를 선량답게 국회에서 따지고 덤벼야지 웬 뚱딴지같은 짓을 하는가.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습 보다는 어떻게 하는 것이 내 편에 더 유리할 것인가를 계산하느라 바쁜 것 같다. 시시각각 입장과 태도를 달리하고 있는 모양새가 바로 그런 잔꾀를 보여준다. 어제 한말 다르고 오늘 딴소리하며 입씨름을 벌인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문재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과 함께 거국중립 내각을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즉각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랬더니 국면을 모면하고 전환하려는 잔꾀라며 자기 말을 뒤집었다. 어처구니가 없다. 철부지 투정인가.
정치철부지는 그렇다 치고 매스미디어라는 신문 방송들이 하는 꼴을 보면 더욱 메스껍고 아니꼽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모든 상황을 명명백백하게 그리고 소상하고 정확하게 보도해서 누구나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선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블랙홀로 밀어 넣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선전선동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종편의 화면에는 무슨 정치평론가다 어디 대학 외래교수랍시고 마냥 떠들기 좋아하는 재담가 같은 사람들을 패널로 앉혀 놓고 정치사회를 진단한다고 야단이다. 그들의 약발통 발언이 섬뜩한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의 방송 신문은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기에 분주하다. 대중에게 흥분제를 투여하는 듯하다. 분노와 증오를 들끓게 해서 파괴적 행동에 몸을 던지게 만드는 대중선동에 열중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건 대중매체의 타락에 진배없다. 논리적 정론으로 대중을 순화시켜야 할 매체의 순수성과 도덕성이 탈색되고 퇴색하고 있다. 그동안 대중매체가 정치권과의 ‘의혹 키우기 동행’에서 거론된 ‘순실이 괴담’ 가운데 태블릿PC 주인, 최순실 아들 행정관 근무, 국정농단 팔선녀 등은 괜한 루머로 확인됐다. 유언비어의 매체에 넌덜이가 난다.
그러니 지금 정치권이나 매스미디어나 뭣들 하고 있는가. 똑바로 정신 차리자. 나라가 태평양 한 가운데로 밀려나간다면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허우적거리다 말 건가. 끝장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