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해라, 엄마랑 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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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금해라, 엄마랑 외식했다.
  • 김용복/ 극작가
  • 승인 2017.02.0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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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5일(일) 비.

입춘(立春) 뒷날이다. 아침부터 하늘이 꾸물거리더니 12시가 지나면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이 어찌 나 뿐이 겠는가마는 나는 이 겨울 유난히 봄을 기다리는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니까 3개월 전 병원문을 나설 때 눈물짓는 나를 보며 내 우선순위는 웃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위에 그를 눕히고 억제할 수 없는 마음을 한 줄 시로 엮었다.

그래 걱정 마

『환상은

현실을 잊게 만든다.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우선순위가

늘 건강했으니까.

52년

환상 속에 살았다.

난 늘 행복하다고.

그가

진단을 받던 날

난 그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여보, 나, 당신 사랑하는 거 알지?

우선순위는 이유도 모른 채

웃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는 모르고 있었다.

3년 경과된 증상이라는 걸.

돌아오는 길.

내 손에 잡힌 그의 손에서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그래, 걱정 마.

내가 있잖아.』

               -2016년 11월 10일 12시-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비가 내렸다. 한 손으로 우산을 받쳐들고 한 손으론 우선 순위의 어깨를 감쌌다.

집으로 오는 동안 말을 많이 했다. 불안감이 뇌리를 스쳤다. 말을 많이 할 때는 정상이 아니다. 불안했다.

“오늘 외식할까?”

‘뭘 먹을까?“

‘지금 어디 가는 거야?“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는 언제 그랬느냐 싶게 잠만 잔다. 잠만 자는 것도 날 불안하게 하는 것 중 하나다.

다섯 시나 되었을까. 외식 이야기가 또 나온다. 어서 가자고.

“뭘 먹고 싶은데?”

‘그저 아무거나“

“올갱이 해장국 먹으러 갈까? 4500원 짜리”

집을 나섰다. 그런데 예전에 함흥 밀면을 잘 먹던 생각이 나서

‘우리 냉면 먹자“

    

의견을 물었다. 좋다고 박수를 쳐댔다. 차를 몰아 도솔 터널을 지나 유성 원신흥동에 소재한 ‘흥남 밀면’으로 향했다. 값이 저렴하고 입맛에 딱 들어맞았다. 음식이 나오자 우선순위가 돈을 꺼내어 지불하려고 한다. 여기 오면서 음식 값은 나더러 내라고 몇 차례나 다짐까지 받아 놓았는데 말이다.

그래? 순간 기막힌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쳤다.

음식 가져온 아가씨에게 사진 한 컷을 부탁했다. 냉면을 앞에 놓고 우리는 환한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보냈다. 아들과 며느리, 세 명의 딸들과 사위에게까지.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엄마 아버지 외식했다. 식대는 12000 원이다. 오늘 중으로 엄마 통장에 입금 시켜라.“

통장도 사진 찍어 함께 보냈다.

1분이 지났을까. 큰딸에게서 제일 먼저 문자가 날아왔다.

“ㅋ ㅋ 맛나게 드세요. 글구 저도 담에 사주시고요”

3분쯤 지났을까. 둘째 딸한테서 문자가 날아왔다.

“오케이, 2만원 입금할 게요”

곧이어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예, 아버지”

그러나 막내와 사위한테서는 답이 없다. 30분이 지났다. 막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막내야, 아버지가 보낸 사진과 문자 못 봤냐?”

“무슨 사진 보냈는데요?”

“임마, 빨리 보고 답 보내”

그러나 1시간이 지나도 막내와 사위들에게서는 답이 없다. 내일로 넘기면 과태료가 붙는다는 걸 이들은 과거 경험으로 봐서 잘 알고 있다.

내가 왜 어찌 보면 구차스런 이런 짓을 하는가? 아내를 위해서라고? 물론 그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둘을 생각해 보자. 아버지와 엄마가 서로 보듬어주며 아껴주는 모습을 자녀들이 본다면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해 할까? 부모에 대한 근심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것. 따라서 이런 웃음거리 행동은 자녀들을 위한 행동인 것이다.

모두들 출가하여 이제는 집에 늙은 부모만 남게 되었을 때 이런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문자가 날아온다면 얼마나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마음이 일어날까? 까짓 돈 1,2만원이 문제랴? 늙으신 부모님이 웃고 사시는데.

그래서 나는 이런 글을 읊어 카톡으로 날렸다.

무엇이 두려우랴.

『무엇이 두려우랴.

내 너를 지킨 지

53년.

비바람 몰아치고

태풍도 지나갔다.

가까이서 들리는

천둥도 막아냈다.

두려워 말라.

나목(裸木)이 고목(枯木)이 될 때까지

내가 있다.

당신 곁에 이 버팀목이 있다.』

                          -2017년 2월 5일-

그리고 마지막에 독촉장을 덧붙였다.

야, 이놈들아 내일은 과태료가 두 배로 붙는다.

어서 입금해라.

이렇게라도 해서 내 우선순위는 내가 지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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