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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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 文 熙 鳳(시인 · 평론가)
  • 승인 2017.02.09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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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봉(시인 · 평론가)

우리는 매일 세수하고, 목욕하고, 양치질하고, 멋을 내어 보는 몸뚱이를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육신을 위해 돈, 시간, 열정, 정성을 쏟아 붓는다. 튼튼해져라, 멋져라, 섹시해져라, 날씬해져라, 병들지 마라, 늙지 마라, 제발 죽지마라. 하지만 그 몸은 자신의 의지와 간절한 바람과는 전혀 다르게 살찌고, 야위고, 병이 들락거리고, 노화 되고, 암에 노출되고, 기억이 점점 상실되고,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아내가 내 것인가, 자녀가 내 것인가, 친구들이 내 것인가, 내 몸뚱이도 내 것이 아닐진대 어떤 것을 내 것이라 하고, 어느 것을 내 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작은 승리에 교만한 자는 큰 전쟁에서 실패하게 마련이다. 70년 세월이 탁류로 흘러가 버린 지금에 와서야 그걸 깨닫는다.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만나고 흩어지는 구름인 것을. 미워도 내 인연, 고와도 내 인연. 이 세상에는 누구나 짊어지고 있는 여덟 가지의 큰 고통(?)이 있다. 생로병사. 태어나고, 늙고, 병 들고, 죽는 고통과 애별리고(愛別離苦).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아픔, 원증회고(怨憎會苦). 내가 싫어하는 것들, 원수 같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아픔, 구불득고(求不得苦). 내가 원하거나 갖고자 하는 것 등이 채워지지 않는 아픔, 오음성고(五陰盛苦). 육체적인 오욕락(五慾樂), 즉 식욕, 수면욕, 성욕, 명예욕이 지배하는 아픔 등을 합해서 팔고(八苦)라 하지 않는가. 그러하므로 누구와의 인연도 오늘이 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후회 없이 떠날 수 있도록 매일매일을 아름답게 갈무리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이런 것은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겪어야 하는 짐수레와 같은 것, 옛날 성인께서 주신 정답이 생각난다.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몸이나 생명이나 형체 있는 모든 것은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꿈 같고, 환상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갯불과 같은 것이니,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이를 잘 관찰하며 사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움도 미움으로 변질되어 가는 시간 위에서 우리는 위태롭게 항해하는 한 척의 조각배다.

세상 살면서 나는 이런 결론을 도출해 낸다. ‘피할 수 없으면 껴안아서 내 체온으로 다 녹이자. 누가 해도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하자. 스스로 나서서 기쁘게 일하자. 언제 해도 할 일이라면 미적거리지 말고 지금 당장에 하자. 오늘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 쏟자. 운다고 모든 일이 풀린다면 하루 종일 울겠다.’고 말이다.

짜증 부려 일이 해결된다면 하루 종일 얼굴 찌푸리겠다. 싸워서 모든 일이 잘 풀린다면 누구와도 미친 듯 싸우겠다. 그러나 이 세상일은 풀려가는 순서가 있고 순리가 있다, 진짜 작품을 남기는 사람들은 가난 속에서 이름 없이 살다 간 사람들이 아닐까. 그간의 근심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저울 위에 올려 놓는다. 저울추가 감당해내지 못한다.

내가 조금 양보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배려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덜어 논 그 그릇, 내가 조금 낮춰 논 눈높이, 내가 조금 덜 챙긴 그 공간, 이런 여유와 촉촉한 인심이 나보다 조금 불우한 이웃은 물론, 다른 생명체들의 희망 공간이 된다.

    

이 세상에는 70억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인간들의 수백 억 배가 넘는 또 다른 많은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으므로 이 공간을 더럽혀서는 안 된다. 이 공간을 파괴할 수 없는 이유다. 통쾌하게 이겼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반드시 남 모르게 손실을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 생명이 함께 살아야 하는 공생의 공간이기에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으니 내 눈에 펼쳐지는 모든 현상이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차지한다는 것이 무소유의 역리이다.

나를 남편으로 맞아준 아내가 고맙다. 나를 아빠로 선택한 아들과 딸에게 고마운 마음이 간절하다. 부모님과 조상님께 감사하고, 직장에 감사하고, 먹을거리에 감사하고, 이웃이 고맙고,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사람들이 눈물겹도록 고맙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고맙고, 창공을 나는 날짐승이 고맙고, 빽빽한 숲들이 고맙고, 비 내림이 고맙고, 눈 내림이 고맙다. 이 세상은 고마움과 감사함의 연속일 뿐 내 것 하나 없어도 등 따뜻하게 잘 수 있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여기저기 여행 다닐 수 있고, 자연에 안겨 포근함을 느낄 수 있으니, 나는 행복하고 은혜와 사랑을 흠뻑 뒤집어 쓴 사람이다. 내 머리 조아려 낮게 임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변함없이 굳세고 강한 것은 없다. 젖은 쌀을 찧으면서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닳아 작아지며, 쇠를 갈아주면서도 보이지 않게 깎여 나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겸손하게 사는 것이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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