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내 곁에 남는 사람
상태바
마지막까지 내 곁에 남는 사람
  • 文 熙 鳳(시인·평론가)
  • 승인 2017.03.04 0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文 熙 鳳(시인·평론가)

결혼식 손님은 부모님 손님이고, 장례식 손님은 자녀들의 손님이라고 한다. 장례식 손님 대부분은 실상은 고인보다 고인의 가족들과 관계있는 분이니까. 이렇게 보면 마지막까지 곁에 남는 사람은 가족들이요, 그 중에서도 건반 위를 톡톡 튀는 은어 비늘 같은 손을 가진 아내요, 대공원에서 만난 수사자처럼 의젓하고 혈기왕성한 남편이다.

젊었을 때 찍은 부부 사진을 보면 대개 아내가 남편 곁에 다가서서 기대어 있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 찍은 부부사진을 보면 남편이 아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젊을 때는 아내가 남편에 기대어 살고, 나이가 들면 남편이 아내의 도움을 받으며 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그래서 서로를 향해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는가 보다. ‘여보(如寶)라는 말은 보배와 같다.’라는 말이고, ‘당신(堂身)은 내 몸과 같다.’라는 말이니까. 진실된 충고를 달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인생은 모두 장애자다. 눈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지 모든 사람은 어딘가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마음일 수도 있고, 정신일 수도 있으며, 신체의 보이지 않는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하기에 늘 함께 해야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라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남편에게 배워야 할 것들이 있다. 눈물을 아껴야 하고, 일과 사람을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 때때로 냉정하게 보이는 남자들의 태도는 오히려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막는 역할을 한다. 거기에 남을 헐뜯지 않는 것도 배워야 할 덕목이다. 남편들이 가정에서 수모를 당하더라도 대외적으로 아내를 헐뜯는 경우는 드물다. 가족에 대한 무한 책임감도 배워야 할 덕목이다. 힘들어도 참고 묵묵하게 가족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남편들의 책임감을 아내들도 배워야 한다.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것이 정도를 걷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아내에게 배워야 할 것들은 이것보다도 더 많다.

마누라는 ‘마주보고 누워라.'의 준말이고, 여편네는 '옆에 있네.'에서 왔다고 한다.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귀한 보배요, 끝까지 함께하는 사람이다. 현명함과 배려를 갖춘 사람들이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과 대화로써 가족이라는 사랑의 공동체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 삶이란 건축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삶이란 하루이틀 사용하고 마는 호텔의 객실 같은 것이 아니다. 계절도 인심도 춥고 싸늘할 때 사람들은 따뜻한 마음에 감동하게 된다. 이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비는 어둠을 두들겨 등에 슬픔으로 흘러도 전혀 울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세월이 가면 어릴 적 친구도 이웃들도 친척들도 다 곁을 떠나게 된다. 마지막까지 내 곁을 지켜줄 사람은 아내요, 남편이요, 자녀들이다.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며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래서 부부나 자녀들과의 관계는 정원과 같다고 하나 보다. 무성하게 잘 가꾸려면 꼬박꼬박 물을 주어야 하고, 예측할 수 없는 날씨까지 참작해서 각별한 정성으로 보살필 것을 요구받는다. 일단 내 곁을 떠나고 나면 남는 건 후회뿐이다. 행복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가꾸는 것이다. 규격화된 행복은 어느 곳에도 없다. 농부들은 흙이 살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가. 부부도 인정이 살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나는 가끔 주례를 설 때 신랑신부에게 당부하는 것이 있다. 살다 보면 싸움을 아니 할 수 없다. 현명하게 하는 싸움은 서로의 인격에 상처를 주지 않기에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준다. 그래서 싸우게 될 상황에 처해 있을 때는 싸우라고 주문한다. 하객들에게 ‘일이삼사오’를 운으로 띄우게 한다. ‘일 - 일단 싸워라. 이 - 이성을 잃지 마라. 삼 - 삼갈 것은 삼가라. 사 - 사생결단하려 들지 마라. 오 - 오래 끌지 마라.’ 이렇게만 싸우면 사생결단할 이유는 없을 것 아닌가. 하객들의 반응도 좋다. 부부는 화합해야 한다. 손은 두 사람을 묶을 수도 있지만 서로를 밀어낼 수도 있다. 손가락은 두 사람을 연결시키기도 하지만 접으면 주먹으로 변하기도 하는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인품이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게, 깊고 신선한 사람,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들이 부부로 만났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헌신적인 사랑이란 되돌려 받을 생각 없이 하는 사랑을 말할 것이다. 부부에게는 그런 사랑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목민(牧民)의 방법을 알고 실천한 안철수 의원
  • 자신의 눈에 있는 '대들보'를 먼저 보라
  • 대통령 윤석열이여, 더 이상 이재명의 꼼수에 속지 말라
  • 천하장사, 이봉걸 투병 후원회 동참
  • 세종시(을) 강준현 후보여 떳떳하면 직접 검찰에 고발하라
  • 제22대 총선의 결과와 방향은?
    • 본사 : 세종특별자치시 한누리대로 234 (르네상스 501호)
    • Tel : 044-865-0255
    • Fax : 044-865-0257
    • 서울취재본부 :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2877-12,2층(전원말안길2)
    • Tel : 010-2497-2923
    • 대전본사 : 대전광역시 유성구 계룡로 150번길 63 (201호)
    • Tel : 042-224-5005
    • Fax : 042-224-1199
    • 공주취재본부 : 공주시 관골1길42 2층
    • Tel : 041-881-0255
    • Fax : 041-855-2884
    • 중부취재본부 : 경기도 평택시 현신2길 1-32
    • Tel : 031-618-7323
    • 부산취재본부 : 부산광역시 동래구 명안로 90-4
    • Tel : 051-531-4476
    • 전북취재본부 : 전북 전주시 완산동 안터5길 22
    • Tel : 063-288-3756
    • 법인명 : (사)한국불우청소년선도회
    • 제호 : 세종TV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2
    • 등록일 : 2012-05-03
    • 발행일 : 2012-05-03
    • 회장 : 김선용
    • 상임부회장 : 신명근
    • 대표이사: 배영래
    • 발행인 : 사)한국불우청소년선도회 대전지부
    • 편집인 : 김용선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선규
    • Copyright © 2024 세종TV.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e129@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