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이 돼버린 입학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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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이 돼버린 입학식장
  • 윤 기 한(시인, 충남대 명예교수)
  • 승인 2017.03.0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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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시인, 충남대 명예교수)

참으로 한심스럽다. 엊그제 어느 고등학교 입학식이 무산됐다.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경상북도 경산에 있는 문명고등학교가 몰지각한 일부 신입생과 학부모 그리고 민노총과 전교조 단체의 반대로 입학식을 취소했다. 신성하고 엄숙해야 할 입학식이 수모를 당했다. 새 희망에 부푼 가슴과 영롱한 미래의 기대가 한꺼번에 날라 간 순간이었다. 이거야말로 개차반 같은 짓이 아니고 뭔가. 지극히 염려되는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꼬여 돌아가는 판국이라 너나없이 심란하고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판국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더욱이 전국의 5566개 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교육부가 마련한 국정역사교과서를 채택한 탓에 문명고가 당한 치욕은 예사롭지 않다. 이른바 문명고 학부모대책위라는 게 ‘민변’의 지원을 받아 대구지방법원에 문명고의 ‘연구학교지정처분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니 앞으로의 험악한 상황변화가 심해질 게 뻔하다.

이 불상사는 다름 아닌 전교조와 민노총이 합세한 하나의 반란행위이다. 당초에 국정역사교과서를 채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하는 게 교육부의 정책이고 그에 따라 문명고가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했다. 전교조와 민노총은 이에 즉각 무지막지한 행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 달 초에 문명고 교장실을 무단으로 침입해서 교장에게 욱대겨가며 학교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하면서 신청을 철회하도록 압박했단다. 우격다짐에 능한 패거리 행패였던 것이다.

이런 꼬락서니의 연출은 전교조가 보도처럼 써먹는 행태인 ‘막무가내(莫無可奈)’에서 발진한 것이다. 아예 융통성이 전혀 없이 고집 세게 덤벼드는 그들의 상투적인 트집 잡기 짓이다. 그거야말로 한때 햇볕정책이라는 허무맹랑한 수사학으로 공산국가 DPRK에게 거창한 돈 보따리를 안겨준 사람 때문에 생긴 떼거리들의 고약한 작란(作亂)에 다름 아니다. 마치 햇볕정책이란 게 ‘선 샤인(Sun Shine)’이 아니고 ‘슈 샤인(Shoe Shine)’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듯이 말이다.

한때 내가 지도한 대학원학생이 졸업 후 고등학교 영어교사가 되었다. 몇 년이 지나서 이 사람이 전교조 충남도지부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순간 현기증을 경험했다. 멀리 서해안의 작은 도시까지 아내를 대동하고 가서 그의 결혼식을 주재했던 기억에 닭살이 올랐다. 그는 재학 중에도 부정적인 학습태도에다 반골기질을 나타내는 습성에 사회생활의 적응성이 걱정스러웠다. 어쩌면 그에게는 전교조의 생리가 천혜의 은덕을 베푸는 신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도시 그런 부류가 전교조의 실체를 조형한 게 틀림없다고 여겨진다.

문명고가 국정역사교과서 채택을 결정하기 전부터 전교조와 민노총이 이 학교 교장에게 협박전화를 하고 실제 교장실로 찾아오기도 했다. 이 좌파단체 회원들이 교장에게 “연구학교 하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겠다. (학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공갈을 서슴지 안 했다고 한다. 교장실에서 나가라는 교장의 말에 “XX새끼야, 네가 뭔데 그러느냐”고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는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런 소리를 내는 좌파 졸때기 놈에게는 똑같은 언어폭력으로 반박해 줘야한다. 교장선생님의 용기를 찬양해 마지않는다.

    

문명고 홍 택정 이사장은 단호한 신사의 위신을 과시했다. 전교조가 앞세우는 ‘교육의 다양성’을 오히려 더 전향적으로 설명하면서 기존의 7개 교과서에 국정교과서를 포함하면 8종의 역사교과서를 선택대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옳은 말이다. 그의 지론은 일목요연하다. “내부 구성원들이 나름의 판단대로 결정한 사안이다. 억지나 떼거리로 몰려다닌다고 꺾어 버릴 수는 없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민주주의국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기개에 박수를 보낸다.

그는 계속해서 단언한다.“문명고가 외부세력에 굴복하면 앞으로 어떤 학교가 전교조에 거스를 수 있겠나”라고 외부세력의 난동을 엄중히 힐책했다. 그러면서 “겨울 염소는 풀이 없으니까 어디에든지 입을 갖다 댄다. 민노총 • 전교조는 겨울 염소 같다”고 크게 일갈했다. 그의 철학적 명구에 경탄하는 바이다. “왜 대한민국 모든 일에 다 참견하나. 민노총은 회사 근로자들을 위해서 투쟁해야 한다..... 전교조도 자기 학교 학생들부터 우선 챙겨야 하지 않나”라는 그의 당당하고도 도도하고 장엄한 성명은 너무나 아름답고 우렁차다.

문명고의 입학식을 훼방한 전교조와 민노총의 존재는 국가적 암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들의 생태적 악성 DNA가 어느 종류인지 궁금하다. 왜냐. 연구학교지정을 어쩌자고 덤벼들며 입학식을 망쳐 놓았으니 그들이야말로 개털만도 못한 위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저지른 굿판은 그래서 개판이 아닐 수 없다. 교육현장은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중요요소이다. 전교조와 민노총의 경거망동이 국가배년대계를 쫄딱 망쳐놓는 짓일랑 이제 그만 두어야한다. 문명고의 고통은 국민의 고통이다. 국민은 누구나 다 학부모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쫑코먹지 말지어다.

                        윤 기 한(시인,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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