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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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행복
  • 박경은 / 수필가
  • 승인 2017.03.08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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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솜털 같은 눈이 세상을 덮은 아침이다. 쌓인 눈을 보노라니 마치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며 즐겁게 놀아보고 싶은 장난스러운 마음까지 생겼다. 그러나 생각을 접어야 했다. 현실문제는 나를 어둡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근을 하려고 차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어. 왜 안 걸리지? 춥기만 하면 겁이 늘 겁부터 났다. 여러 번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시동을 세 번쯤 조심스레 반복했다. 그러면 그렇지. 시동이 걸린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쾌감이었을까.

불안과 쾌감이 교차했던 순간 올라오는 희열은 또 뭘까. 운전할 수 있는 내가 참 고맙기까지 했던 날. 나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행복했다. 그냥 행복했다.

‘그냥’은 회피의 단어이고, 합리화시키는 언어다. 그래도 의미 없이, 이유도 중요치 않을 만큼 하얀 솜털의 꿈을 꾼다. 늘 다녔던 도마동을 가는 길목.

 

오늘은 다른 길로 핸들을 틀어야 했는데, 습관이란 이렇게 무서운 걸까. 항상 가던 길로 가고 있다. 에고. 순간 어떻게 턴할까. 나의 생각을 주관하는 것은 매순간 현실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감정에 몰두하고 있었다.

겨울방학을 보내고 다시 만난 대전 시낭송인 협회 회원들. 가족 같다. 투정을 부려도 다 받아줄 것 같은 언니들 같다. 모두 겨울잠을 자고 깨어난 듯 표정들이 밝다. 그 모습이 참 예뻤다.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사랑의 뽀뽀’를 해주고 싶을 만큼의 흥분된 감정이었다.

회원들의 시낭송을 감상하고 함께 점심을 먹었다. 가정식 백반집 분위기가 우리의 모습을 하나로 만들어주었다. 청국장 냄새는 나에게 참 힘든 냄새였는데, 이제는 우리 회원들을 하나 되게 만들어 주는 매체가 된 듯 정겹다. 식사 후 언니 같은 민 선생님과 커피향이 그립다며 커피숍을 찾았다. 비쌌다. 4,000원 대가 모두 넘었다. 점심은 5,000 주고 먹었는데 커피 값이 4,800원이라니. 좀 더 저렴한 커피숍을 찾았다. 그 곳에서 존경하는 김 교수님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의 인생에 소중하고 귀한 분으로 마음에 자리하고 계신 교수님! 교수님을 만날 때마다 희망이 생기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항상 교수님께서는 톡을 보내실 때마다 ‘우리 가족처럼 지내요’라고 말씀하신다. 글자마다 사랑이 담긴듯했다. 그리고 만나면 ‘우리 가족은 남 비난하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고 삽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장점만 보도록 해요.’ 이렇게 침이 마르도록 말씀하신다. 그래서 그랬을까? 교수님을 뵐 때마다 도움을 청하고, 아빠처럼 따뜻한 보호를 받고 싶은 심정이 일어나는 이유가.

때론 아빠처럼, 또는 동네 오빠처럼, 그리고 선배처럼 김 교수님은 내 인생의의 내비게이션이다.

어느 날, 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경은아, 걱정 마. 나는 정말 행복해. 여기도 하나님, 저기도 하나님, 가는 곳마다 하나님이 계시는데 뭐가 두렵니? 그러니까 경은이도 걱정하지 마’

마음속에서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겉으로는 웃음으로 감사하다며 보답하고 있던 나를 보았다. 내 마음을 다 표현하지 않음을 알고 계셨던 것일까. ‘하나님. 하나님. 항상 보고 계시는 거 맞죠?’ 이 시간도 곧 지나 가니라. 힘들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던가.

 

이것은 ‘자기 합리화’, ‘과잉 일반화 오류’를 내가 범하고 있다. 힘들지 않는 사람도 있고, 힘든 사람도 있고, 그런 것조차 생각할 여유가 없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스스로 위로한다. 그리고, 감사함의 마음을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고 있음을 알았다. 행복했다. 하얀 솜털 같은 눈이 올 봄의 마지막이 눈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많이 아쉽지만, 오늘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그 행복 안에 내가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의 교제가 큰 행복인 것을.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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