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모른대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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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모른대서야
  • 文 熙 鳳(시인·평론가)
  • 승인 2017.03.2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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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熙 鳳(시인·평론가)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은 나를 감동시킨 은인들이다. 어찌 유독 하나만 나에게 도움을 주었을까. 자연도, 직장도, 이웃도 모두가 나를 요만한 사람으로 키워준 은인들이다.

올림픽을 치룬 나라, 월드컵을 치룬 나라, 머지않아 선진국 대열에 끼게 될 대한민국 남성의 일원으로 떳떳하게 지낼 수 있음은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 사물들, 그리고 자연의 덕이 아니었던가.

삼인행(三人行)에 필유아사(必有我師)라 했다. 길을 걷는 여러 사람 중에도 나의 스승이 있다는 얘기다. 동료끼리 걸어도 상관없고, 후배와 걸어도 상관없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나의 스승은 연령의 많고 적음과는 관련이 없다.

팔딱거리는 물고기의 비늘 같은 그런 번득임을 제공해 준 스승들이기에 하는 말이다.

기화요초가 섭생하는 자연은 늘 감사의 대상이다. 진달래 흐드러진 옛 백제의 고도 공주의 계룡산과 강원도 정선의 동강 줄기, 전라도 지리산의 단풍, 씨감자를 캐내는 눈덮인 진부령은 우리의 사계절을 대표하는 명소들로서 감사의 대상이다. 감사의 대상이 어디 그곳들뿐이겠는가?

한창 초경을 치루는 모습으로 신비롭게 다가오는 봄의 계룡산, 원시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려 애쓰는 여름의 동강, 현란한 모습으로 색의 마술을 선보여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가을의 지리산, 겨울 스포츠의 명소 진부령을 찾아갈 때마다 나는 자연의 위대함에 늘 탄복한다.

모두가 나의 스승이요 은혜로움이다. 우주의 신비를 응축한 침묵의 계절인 겨울, 자연의 찬연한 능력을 인간의 눈앞에 펼쳐 보이는 색채의 마술사인 봄은 언제나 나에게 자연의 위대함은 이런 것이라고 가르쳐 주고 있다.

향기로운 공기를 포식하면서 더위를 식히며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여름은 나무의 생육이 가장 왕성한 시절이라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고 나아가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계절이다.

가을에는 깊은 생각으로 고개 숙여 익어가면서 꽃을 피우는 각종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오만 가지 생각과 고민을 삭이면서 그들은 밖으로 꽃을 피우고 안으로 익어간다. 은발의 노신사처럼 멋쟁이로 일대 변신하는 으악새들의 향연을 볼 수 있는 계절로 사색의 머리칼을 휘날리게 해준다.

고향의 넉넉하고 가파르지 않은 등성이는 나의 걸음마를 도와주었고, 짚공차기, 돼지오줌보 배구, 조대흙 구슬치기, 메뚜기잡이, 얼음지치기, 자치기, 굴렁쇠 굴리기 등 여러 경험들이 성년의 내 삶에 도움을 주었다.

내 집에 세발 자전거는 없었지만 가끔 들르시는 손님이 타고 오신 자전거가 나를 일찍 기계와 친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었으며 지금의 자동차와의 인연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약관의 나이에 얻은 직장은 나를 지금까지 키워주고 있다. 해맑은 웃음을 얼굴 가득 간직한 아이들과의 생활이 몸은 세월에 곰삭았지만 마음만은 늘 청춘으로 지내게 한다.

나는 그들에게서 자기 자신만을 위해 세상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람과 자연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웠다.

칭찬은 참 좋은 무기다. 적절한 칭찬은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 ‘칭찬하라. 칭찬하는 훈련을 하라. 역시 당신이 최고이다.’ 이 한 마디에는 최고가 아닌 사람일지라도 최고로 만드는 무한한 에너지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직장 선배들이 늘 고맙다. 일찍 전수한 노하우를 아무런 대가없이 나의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전수한 선배들이 고맙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 살며시 다가와 등을 두드려주며 인생살이 방법을 제시해 준 선배들이 고맙다.

    

자신들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노라며,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좋은 시절이 올 것이라고 격려해 주며 용기를 주던 선배들이 고맙다. 바른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며 세상은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친히 가르쳐 주던 선배들이 고맙다.

동료들도 고맙다. 같이 즐거워하고 같이 괴로워하며 어려움을 같이 나누던 동료들이 고맙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倍加)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동료들이 고맙다.

각종 모임의 회원들이 고맙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회원들, 격월제로 만나는 회원들, 분기별로 만나는 회원들, 반기별로 만나는 회원들이 고맙다. 만날 때마다 나에게 신선한 사고를 할 수 있게 한다. 케케묵은 사고로는 지식기반사회를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은연 중에 알려주는 회원들이 고맙다.

문학은 느낌의 세계를 뛰어넘어 훨씬 높은 곳에 존재하는 깨달음의 세계다. 거기에 도달하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며, 평생 동안 정진하여도 닿을 수 없는 세계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회원들이 고맙다.

같이 운동을 하는 회원들은 또 어떠냐. 매주 토․일요일이면 만나 테니스를 즐기는 회원들은 나에게 건강 유지 방안을 전수해 준다. 땀을 흘리며 스트레스를 푸는 방안도 전수해 준다. 세상을 비겁하지 않게 정정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방안도 제시해 준다.

자주 만나다 보니 함께 웃으며 선배나 동료가 아닌 형제간의 우애를 돈독히 키워나가기도 한다. 푸른색의 조그만 공을 사이에 놓고 우리는 리듬을 즐기고 아름다움을 키우며 완숙의 경지에 도달하는 방법을 체득한다.

등산 모임에서는 땀의 소중함과 가치를 배운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배운다. 위기에서의 대처 방안도 배운다. 단순히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에 도전해 가면서 미지의 곳, 높은 곳으로 끊임없이 향해가는 산악운동이라는 사실을 배운다.

등산을 위한 등산, 등산이 주는 기쁨 외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는, 산에 오르는 그 자체에 목적을 두는, 다른 어떠한 의도도 갖지 않는 육체적, 정신적 스포츠라는 것을 배운다.

이웃들은 또 어떤가. 가족의 끈끈한 정을 이웃들을 통해 더욱 진하게 느낀다. 용광로를 거쳐 나온 쇳덩이가 장인의 손을 거쳐 더욱 단단해지듯 가까이 생활하는 이웃들로 하여 삶의 활력은 그 강도를 더한다. 이웃 사촌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백일떡, 돌떡, 제사음식이 낮은 울타리를 넘나들면서 사촌간의 우애를 더욱 돈독하게 다진다.

행복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이고,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을 사촌들을 통해 배운다.

공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한 곳에서 일정 기간을 보내게 되면 자리를 옮긴다. 이때마다 지인들은 축하 전화를 주고, 축전을 보내고, 축하 편지를 보내준다. 그러한 상황에 접하다 보면 감사함이 온몸에 가득 묻어남을 느낀다. 감사한 사람들이다.

언제부터인가 꿈보다는 숫자 쪽에 민감한 사람으로 살아가지만 그렇게 살아가면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모든 분(사물)들한테 고마움을 느끼면서 살아갈 것이다. 은혜를 모르고 살아간대서야.

세상의 많은 분(사물)들이 보여준 그 눈물겨운 사랑을 가슴에 안고 큰 바위 얼굴 같은 사람으로 남은 기간 동안도 아이들이 씨알 굵은 물고기로, 잘 여문 들녘의 곡식으로 무럭무럭 커가리라 기대하며 교단에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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