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자들의 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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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자들의 말투
  •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 승인 2017.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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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오늘이 근로자의 날이다. 예전에는 노동절이라고도 했다. 메이데이(May Day)라고도 불렀다. 산업선진국 미국에서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노동이 진행되기를 희망한 노동자들의 숙원이 이루어진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꽃향기가 충만한 5월 1일은 으레 쾌청하고 온화하기 그지없는 날씨를 누리기 십상인 날이다. 바로 오늘의 우리나라 날씨가 그렇다. 맑은 하늘에 부드러운 햇살이 드리운 들판이나 시원한 소금끼 어린 바닷가 바람을 쏘이면서 하루를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근로자들의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하루가 참으로 귀중한 날이다.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되는 오늘 그래서 국제공항이 엄청 분비기도 한다는 날이다. 바로 오늘 근로자의 날을 비롯해서 석가탄신일,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들이 이 5월에 들어 있다. 그게 바로 신록처럼 가장 싱싱하고 가장 화려하고 가장 흐뭇한 계절의 여왕이 군림하는 달이기 때문이라 그렇잖은가 싶다. 그리도 멋진 달 5월의 찬가가 그리워지는 연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게다가 별로 달갑지 않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 보는 이른바 탄핵정국에서 현직대통령이 파직되어 조기대선이 시행되는 날이 이달에 들어있다. 5월 9일이 대통령선거일이다. 그래서 열다섯이나 되는 사람이 후보로 나섰다. 그러다 투표용지인쇄가 시작되는 게제에 두 사람이 사퇴했다. 선거벽보가 무려 10미터를 넘겨 그걸 찬찬히 들여다보자면 족히 30분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정도이다. 어쨌거나 너도나도 대통령을 하겠다고 만용을 부리는 위인들이 많아서 자랑스럽기도 하다. 저 잘 났다고 우겨대는 작자들이지만 그 숫자만이라도 많아서 좋기에 말이다.

그런데 그런 행복은 우리가 누리고 싶지 않은 일종의 ‘기피현상’이다. 선거라는 말만 들어도 아레르기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랜 경험역사를 갖지 못한 우리네 선거라는 게 아주 ‘못된 돼지새끼’ 같아서 그렇다. 어떤 종류의 선거이든 처음부터 어설프게 배운 도둑질 같아서 국민 누구나가 선거개념이 취약하다. 선거권자나 피선거권자나 똑같이 멍청하고 미련하고 어둔하다. 그러기에 자유당시절에 치러진 3.15부정선거라는 게 생겨서 건국대통령을 똥 묻은 개만도 못 하게 진흙탕에 처박는 불행을 자초했다.

그 뒤로 역대 대통령선거가 시장의 떡집에서 콩가루를 묻히는 인절미처럼 흐느적거렸다. 두리뭉실하게 이루어진 선거로 국민의 과반수 득표를 하지 못 하는 수학적 미달상태에 삐져들었다. 박근혜 후보가 유일하게 과반수 득표 대통령에 당선된 기록이 그나마 국가적 체면을 세워 주었다. 이래저래 우리가 안고 있는 선거무지의 결함을 과감히 불식해야 하지 않나 하는 걱정이 앞서는 건 국민과 국가의 품격이 자꾸만 타락하기 때문이 아닌가. 국민의 우두머리라고 하는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의 품격이 너무나 엄청나게 추락하고 있어서 더더욱 겁나고 불안하지 않은가 말이다.

어쩌면 퀴즈놀이만도 못 한 여론조사라는 괴물이 영국 중세시대의 고딕소설 배경 같아서 정말 그지없이 속이 상한다. 소위 종편방송이라는 것이 주야장천 뉴스보도 속전속결한답시고 시도 때도 없이 어정쩡한 그래픽을 내놓고 어설픈 저명인사들을 고문하다 싶이 불러다 앉혀 놓고 끙끙대는 소리를 하게 만드는 억지 춘향식 방송태도는 시청자 국민을 멍청이로 취급하는 몰상식이라 신물이 난다. 페널로 등장하는 변호사는 돈벌이가 시원찮아 그런 자리에 나오는 것인지 가늠이 안 간다. 교수의 말은 믿음직하다고 생각할 거라고 짐작해서 그랬는지 겸임교수, 초빙교수 등의 교수칭호를 가진 페널들이 보기에도 안쓰럽다.

    

막바지에 오르면 어느 것이나 극단적 행태를 보이는 게 상식이다. 대선 후보들의 경우가 딱 그렇다. 막말이 무성해지는 것이다. 더OO민주당의 후보 문재인은 공주대학교에서 가진 선거유세에서 “선거철이 되니까 또 색깔론, 종북몰이가 시끄러운데 지긋지긋하다. 그런데 저 문재인의 지지도는 갈수록 오르고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안보문제에서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향해 “오히려 안보를 믿을 후보는 문재인뿐이다. 이제 국민도 속지 않는다 이놈들아”하고 외쳐댔다. 얼마나 오만하고 건방지고 OOO없는 소리인가. 기가 찬다고 복지관 노인들이 여기저기서 나무란다.

문재인과의 양강구도가 실현되었다고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후보 홍준표는 “5월 9일 경비원의 아들(홍준표 자신)이 대통령 될 수 있다”며 기세를 올렸다. 그는 ‘안보 삼천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남북접경지역 유세를 하면서 “김정은이 같은 어린 애는 꽉 쥐겠다”고 기세등등하게 호언장담하고 자기는 어린애 불장난을 그냥 둘 사람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는 아들 결혼식에도 참석치 않고 유세를 강행하면서 자기가 도지사로서 “경상남도의 빚을 다 없애주고 청렴도 꼴찌를 1등으로 만들고 나왔는데 퇴임하는 날 소금을 뿌리지 않나 에라 이 도둑놈의 OO들이 말이야”라고 막말을 해댔다. 그게 논란을 몰아오지 않았던가.

바른정당 후보 유승민은 배신자의 타이틀을 업은 채 완주를 호언하면서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를 도와준다는 풍신으로 거들먹대는 대발이 김무성은 유승민 후보가 차기대선에서라도 입신출세하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꼬락서니를 보여 안타깝다. 그러가하면 재래시장 어구에서 신바람 나게 정력강장제 뱀탕을 선전하느라 쾌속질주 장광설까지 늘어놓는 약장사에 못지않은 속사포 말투로 상대 후보를 어리둥절케 만드는 요설가 재치의 소유자 정의당 후보 심상정은 “수구 보수 세력은 기본적으로 양심도 염치도 없는 ‘막가파’인가”라고 터무니없는 막말비방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들 막말병에 걸렸나.

이게 바로 우리의 대선 후보들이 혓바닥으로 넘실대는 저질언변이 아니고 무언가. 이 청명하고 우아한 계절에 되지 못한 말투와는 제발 작별할지어다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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