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아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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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지는 이야기
  • 김지안 / 수필가
  • 승인 2017.07.1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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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엄마는 아들과 함께 세면대에 나란히 서서 양치를 했다. 문득 거울에 비친 자기 팔이 흉하고 보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사고로 한쪽 팔을 절단했기 때문이다."엄마 팔이 너무 보기 싫다…."자기도 모르게 말하자 "엄마, 그런 생각하지 마. 엄마는 로켓펀치를 날렸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을 뿐이야."아들이 그랬다. 엄마는 마음이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다가 그만 웃음이 터졌다고 썼다. 열 살짜리 아들이다. 인테리어 카페에서 읽은 예쁜 이야기. 나도 웃음이 터지며, 그 광경을 떠올리니 눈물도 함께 난다. 감정 이입이 왜 이리 잘 되는 것일까. 그런 아들이 있는데 힘을 내어야겠다고 글쓴이는 마음을 다잡고, 읽은 이들도 입을 모아 위로했다.

 어린 아들은 얼마나 가슴이 따뜻하고 긍정적인가. 그의 영혼은 성숙하고 따스한 시선을 지녔다. 우리 엄마들은 이런 아이들을 위해 목숨도 기꺼이 바친다.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베를린의 공원에서 인형을 잃고 우는 소녀를 만났다. 그는 소녀에게 인형이 먼 여행을 떠났다고 말했다. 내일 이 자리에 다시 오면 인형이 보낸 편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자신을 인형의 편지배달부라고 소개했다.한동안 카프카는 인형의 편지를 썼고, 30번째 마지막 편지는 인형의 결혼으로 끝난다. 태양이 주황빛으로 먼 산의 실루엣을 물들이고 엷은 어스름이 내릴 무렵이면, 즐겨 듣는 클래식 FM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멘트로 소개된 이야기다. 아름답고 따스하다.사랑과 위로. 그것이 핵심이다.글을 쓰든 음악을 연주하든 그림을 그리든 한 덩어리의 빵을 만들어 팔든 거리를 청소하든 구두를 닦든, 그것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인형의 편지를 받은 소녀는 발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했을 것 같다. 모험을 떠난 인형이 보낸 편지, 읽어보고 싶네.

 호숫가에서 도로로 나가려고 깜빡이를 넣고 서 있는데, 할머니가 폐지를 잔뜩 실은 수레를 끌고 오는 것이다. 폐지를 줍는 어른들을 보면 그의 가족사라든가 건강이 궁금해진다. 호서대 들어가기 전 입장 쪽 큰 도로는 내내 비스듬한 오르막의 연속이다. 그 오르막을 향해 폐지를 산처럼 쌓은 수레를 끌며 할머니는 환하게 미소 지은 얼굴이다. 그러고 보니 수레 뒤를 한 여학생이 밀고 있다. 예쁜 여학생이다. 해맑게 웃으며 할머니와 얘길 나누는가 보다. 가방을 메고 손에 책을 들었는데, 아마도 학교에 가려다 할머니의 수레를 만난 것 같았다. 어수선하고 복잡한 풍경 속에서 두 사람만 조명을 받은 듯 환하였다. 보조석에 두었던 휴대폰을 집어 찍으려는데 하필 그때 스팸전화가 올 것이 뭐람.

    

  할머니의 수레와 언제까지나 수레를 밀 것 같은 여학생이 바삐 차 앞을 지나갔다. IC로 가는 도로여서 오가는 차들이 많다. 신호에 걸려 모두 차에서 할머니와 여학생을 쳐다본다. 착한 마음에 용기도 있어야 한다. 남학생도 아니고 가냘픈 여학생일까. 그 광경을 못 찍어 못내 아쉬웠다.

연민, 도움. 이런 것은 천하의 알파고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착한 것’은 ‘매력 없다’와 동격으로 들리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갑자기 공기가 깨끗하고 햇살이 화사한 연초록 산길로 갑자기 접어든 것 같다. 상큼하고 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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