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를 등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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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나’를 등지더라도
  • 文 熙 鳳(시인·평론가)
  • 승인 2017.07.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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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熙 鳳(시인·평론가)

오래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는 이야기를 오늘 아침에 다시 접하게 되었습니다. 불가사의하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일본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리게 되었을 때, 스타디움 확장을 위해 지은 지 3년이 된 건물을 헐게 되었답니다.

지붕을 벗기던 인부들은 꼬리 쪽에 못이 박힌 채 벽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도마뱀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집주인은 인부들을 불러 그 못을 언제 박았느냐고 물어 보았지요. 그랬더니 인부들은 한결같이 집을 짓던 3년 전에 박은 것이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3년 동안이나 못에 박힌 채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모두들 혀를 내둘렀습니다. 사람들은 이 신기한 사실의 전말을 알아보기 위하여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CCTV를 설치하여 도마뱀을 지켜보기로 했답니다. 그랬더니 다른 도마뱀 한마리가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도마뱀은 3년이란 긴 세월 동안 못에 박힌 친구를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먹이를 가져다 주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바닷속 물고기, 강의 물고기, 어항속의 물고기 중에서 누가 제일 행복할까요? 넓고 깊은 바닷가에 살고 있는 물고기일까요? 아님 강의 물고기일까요? 나는 친구가 많은 물고기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바다면 어떻고, 강이면 어떻고, 어항속이면 어떻습니까? 비록 어항속에 갇혀 사는 생명일지라도 친구가 많다면 그는 행복할 것입니다.

정호승 시인은 친구는 한 사람이면 족하고, 두 사람이면 많고, 세 사람이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내 생각을 그렇지 않습니다. 다다익선이지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틀리다고 생각하면 말고요.

지금 계곡은 장마철 내린 비로 오케스트라 연주가 한창입니다. 계곡은, 산은 재충전의 장소입니다. 내 몸을 재충전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산에 가면 가면과 가식이 벗겨지고 나 자신과의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산에 가면 그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산은 오랜 친구이자 내 주치의입니다. 그런 친구를 두고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내가 그런 사람입니다. 오래 입은 청바지 같고, 낡은 구두 같고, 닳은 가방 같은 사람, 걸치기만 하면 내 몸처럼, 내 마음처럼 하나가 되는 사람,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친구를 가졌으니까요. 친구는, 산다는 건 결국 세상을 위해, 다른 누군가를 위해 적당히 닳아주는 것이라는 걸 나에게 알려주는 사람입니다.

외국의 한 출판사에서 '친구'라는 단어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말을 공모한 적이 있었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밤이 깊을 때 전화하고 싶은 사람, 나의 아픔을 진지하게 들어 주는 사람,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사람 등 여러 가지 정의를 내렸지만 그 중 1등을 한 것은 바로 이 내용이었습니다.

    

‘온 세상이 나를 등지고 떠날 때 나에게 찾아올 수 있는 사람’. 사람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사람의 아픔과 슬픔을 사랑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친구 또한 아무나 될 수 있지만 아픔과 슬픔까지 감싸 안을 수 있는 진정한 친구는 아무나 될 수 없는 법이지요. 기쁨을 두 배로 하고 슬픔을 반으로 줄일 줄 아는 넉넉함을 가진 사람, 남은 사람들이 다 떠나간 후 마지막까지 그의 존재를 믿고 지켜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진정한 친구가 되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나는 오늘 친구로부터 시화 한 점을 선물 받았습니다. 시집을 냈는데 축하해 줄 방법이 없어 시화로 대신하겠다 했습니다. 나는 극구 사양했습니다. 그런데 친구도 막무가내로 꼭 해주어야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 받아 응접실 벽에 걸었습니다. 거실이 살아 보입니다. 친구의 우정이 빛나 보입니다.

마음 씀씀이가 비 그친 하늘을 닮은 친구 하나 내 우정의 빈터에 조심스레 들이고 그에게 가장 미더운 친구, 그에게 가장 순수한 친구, 그에게 가장 힘이 되는 친구, 그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친구로 나도 그의 맑은 하늘이 되고 싶습니다.

돈을 버는 것을 기술이고, 돈을 쓰는 것은 예술이라고 합니다. 돈은 분(糞)과 같다는 생각입니다. 요긴하게 쓰면 많은 열매를 선물로 주는 요물 같은 것이지요. 친구의 우정에 고개를 숙입니다. 나는 친구를 위해 해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쨌거나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는 내 인생을 낡은 수첩과 훗날의 내 모습까지 맡길 만한 그런 사이가 되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좋은 친구는 나에게 피로회복제와 같은 존재라고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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