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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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熙 鳳(시인·평론가)
  • 승인 2017.07.2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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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熙 鳳(시인·평론가)

모임을 끝내고 돌아오는데 동료 한 사람이 건강검진 받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과체중이라 한다.’며 이 정도면 정상이 아닌가 하고 되물었다. 근육량이 많은 것도 과체중의 원인이라 한다. 자전거를 열심히 타는데 허벅지 근육이 돌근육이란다. 자신의 나이보다 7~8세 낮게 본단다.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 청춘이란 말은 마음만이 아니고, 육체적인 것까지도 포함하는 말이겠다. 헬스장에서 보면 정말 몸매들이 좋다. 둥글둥글하다. 모두가 탐내는 눈치다. 그런 몸매를 보면 기가 죽는다.

산행하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이다. ‘저 고개를 넘으면 바로 신록 천지요. 들은 온통 자운영으로 일렁이고 있다.‘고. 그렇다. 자연에게도 청춘이 있다. 청춘은 생명체의 상징이다. 청춘에게서는 숫처녀의 풋풋한 살 내음이 묻어난다. 청춘을 가슴에 담아놓고 사는 삶은 행복하다. 나이 들었다고 행세하는 사람에게서는 청춘이란 싱싱한 어감을 찾아낼 수가 없다. 잘 성숙시킨 청춘에게서는 피땀이 깃들어 있는 과일 익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름철 땡볕 속 느티나무에서 매미 소리를 듣는다. 청아한 소리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가 내는 소리다. 인간으로 말하면 청춘이 내는 소리다. 짙푸르게 질주하는 젊음과 이웃하는 일은 내가 하기에 달렸다. 영원히 아름다운 청년, 구슬 같은 처녀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청춘이란 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뜻하는 말이다. 장미빛 볼, 붉은 입술, 강인한 육신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고,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과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참신함을 뜻하는 말이다. 황소 같은 체력과 강철 같은 신념, 항상 도전 정신을 지니고 사는 사람에게 붙여지는 칭호라고 사무엘 올란은 말했다.

거기다가 생활을 위한 소심성을 초월하는 용기, 안이함에 집착을 초월하는 모험심, 청춘이란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한다. 그러하기에 때로는 20살의 청년보다 60살의 노인이 더 청춘일 수도 있다는 말이 가능하다. 마음이 LED전구처럼 환하게 눈을 뜨면 육체도 따라 나선다. 결빙된 계곡의 물을 흐르게 하는 방법을 찾을 일이다.

사람은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어간다고 말한다. 세월은 살결에 주름을 만들지만 열정을 상실할 때 영혼이 주름지고, 근심, 두려움, 자신감의 상실은 기백을 죽이고 정신을 타락시킨다. 노후에 보행의 자유를 잃는다면 그건 인생 끝장이다.

인간에게는 60이건 20이건 가슴속에 경이로움의 동경과 아이처럼 왕성한 미래의 탐구심과 인생이라는 게임에 대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빨리 마모되는 기계처럼 고물로 변해가는 부분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탄만 할 일이 아니다. 간밤의 고단함이 기미처럼 눈밑에 퍼져 있다고 바라만 볼 것인가?

    

아름다움과 희망과 기쁨과 용기와 힘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한 나이에 관계 없이 청춘이 될 수 있으나 기개를 잃고 정신이 냉소주의의 눈과 바관주의의 얼음으로 덮일 때는 20살이라도 80으로 볼 수밖에 없다. 김상경은 ‘나는 너를 배팅한다’에서 성공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라고 했다. 늘 준비하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기회가 왔을 때 준비하지 않는 사람은 행운을 놓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누구나 대나무처럼 사철 푸르름을 자랑하면서 살 수 있나니 그건 순전히 자신의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가능한 일이다. 하얀 그믐달같이 임종하는 노인의 눈꺼풀같이 느껴지는 사람이 아니라 만월같이 꽉 찬 사람으로 사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자기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꿈 없이 살 수 없다. 꿈은 곧 삶의 방향이며 목표다. 눈에 보이는 방향, 손에 잡히는 목표가 아니다. 그 너머의 보이지 않는 방향과 목표가 바로 꿈이다. 그 꿈의 씨앗 하나를 가슴에 심을 때가 바로 청춘기이다.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 거무죽죽한 검버섯, 앙상하게 마른 손, 세월은 구슬을 꿰듯 촘촘히 흔적을 남겨놓았지만 어떤 태도로 세상을 맞이하는가에 따라 청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도 나부끼는 보리밭 이랑마다에 꽃씨를 심는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고 싶다. 소나무는 오늘도 푸른 힘을 나에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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