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은 비어 있는데 무상복지는 판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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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은 비어 있는데 무상복지는 판 치고
  • 文 熙 鳳 (시인·평론가)
  • 승인 2017.08.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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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熙 鳳 (시인·평론가) 

내년부터 만5세까지 아동수당을 월 10만원씩 준다고 한다. 노령수당도 25만월으로 올린단다. 무상복지로 선심을 쓰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엊그제 30조 원, 그제 또 30조 원,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복지라는 게 춤을 춘다. 받는 입장에서야 환영할 일이지만 곳간에 돈이 없다. 이걸 어찌 감당해야 하는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일 뿐이다. 나라를 떠받치고 있는 둑에 구멍이 생겨 언제 무너질지도 모른다. 이런 걸 어찌 모를까. 대통령은 방문하는 곳마다 복지를 실천하겠다고 공언한다. 공항, 병원, 학교를 가릴 것 없이 나라의 곳간을 푼다는 소식뿐이니 헬리콥터 정부라 명명해도 좋은 것 같다. 브라질과 그리스, 아르헨티나,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나 현 정부의 식견이 그에 못 미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아닌지 우려된다. 나만의 기우였으면 좋겠다. 새 정부의 국민적 지지는 높은데 안보불안, 경제 불안, 인사 불안에 이어 정책 불안까지 국민 불안을 주는 이상한 정부가 되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브라질에 최고의 대통령이라 칭송받던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룰라 전 대통령이다. 재임 당시 그는 브라질의 신화 그 자체였다. 원자재, 석유, 곡식 등 브라질의 자원이 해외로 팔려 나가면서 나라에는 돈이 넘쳤다. 룰라는 그 돈을 국민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줬다. 일을 안 해도 돈을 주고 퇴직을 하면 다음 직장을 구할 때까지 월급을 대신 주었다. 해당자들은 얼마나 좋았으랴. 가장이 죽으면 나라가 생활비를 대주고, 가장이 죄를 지어 감옥에 가도 생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런 식으로 복지천국을 만든 룰라 대통령, 그는 국민의 아버지, 가난한 사람들의 아버지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지지율이 83%에 달할 정도였다.

룰라는 어렵지 않게 대통령을 연임했고, 후임으로는 룰라가 키운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트가 당선됐다. 그리고 나서 브라질의 처참한 몰락이 시작되었다. 룰라가 국민들에게 팬서비스하면서 퍼준 돈이 그대로 빚으로 돌아온 것이다. 룰라가 감춰왔던 문제들이 후임 대통령 때 드러나기 시작했다. 병원 상수도 시설 등 기본적인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았는데 국민들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 무상복지와 월드컵 개최 등 막대한 소모성 정책들을 추진했던 브라질,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경제는 엉망진창이 된다.

1:2였던 달라 환율은 1:4까지 뛰었고, 물가는 두세 배 걷잡을 수 없이 뛰었다. 국고는 완전 바닥이 나서 각종 복지가 중단 되었다. 브라질 최대 축제인 카니발까지 취소될 위기에 처한다. 결국 브라질 정부는 빚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돈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석유가 넘쳐나는 브라질에서 국제 유가와 관계없이 기름 값을 두 배 이상 인상했다. 대중 교통요금 인상, 전기세 인상, 수도세 인상, 자동차 벌금 5-10배 인상, 모든 분야에서 안 오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드러나기 시작한 룰라의 치부는 이것뿐이 아니었다. 약자를 위하는 선량한 대통령으로 알았던 룰라는 엄청난 부패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나락으로 떨어진 브라질의 경제상황, 게다가 행정부의 부패까지 드러나자 브라질 국민들은 뒤늦게 이를 깨닫고 룰라와 그 측근들을 제거하기 위해 대규모 시위를 펼쳤다. ​룰라가 돈을 퍼줄 때까지만 해도 브라질 국민들은 그것이 나라를 망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오히려 그를 사랑하고 지지함으로써 막대한 권력을 그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요즘 그리스의 모습은 우리에게 참으로 교훈적이다. 파판드레우 현 총리의 아버지 안드레아스도 1981년부터 두 차례 11년 간 총리를 지냈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사회주의자였던 그는 집권 직후부터 재분배를 경제 정책의 키워드(key word)로 내세웠다. 의료보험 혜택을 전 계층으로 확대하고, 노동자들의 최저 임금과 평균 임금, 연금지급액도 대폭 끌어올렸다. 노동법을 고쳐 기업들이 경영실적이 나빠져도 직원을 해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안드레아스의 재분배·복지 정책 덕분에 그리스 국민 대다수의 실질 소득은 크게 늘었고, 빈부 격차도 줄어들었다. 그리스 국민들은 60세 이전에 은퇴하고서 퇴직 전 임금의 80%를 연금으로 받으며 경제 선진국 국민들이 부러워하는 노후(老後)를 보냈다.

그러나 버는 것보다 많이 쓰는 나라엔 종말終末이 닥치고 만다. 1970년대 연평균 4.7%이던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그가 집권한 1980년대에 연평균 1.5%로 뚝 떨어졌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981년 20%에서 1989년 80%로 치솟았다.

    

'안드레아스 시대'는 그 이후 그리스의 진로를 결정적으로 바꿔놓고 말았다. 안드레아스 시대에 국민들은 과過복지에 맛을 들였고, 그렇게 길들여진 국민의 표를 얻어 집권하려면 정치인들은 더 많은 빚을 얻어 복지를 더 확대하겠다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그리스 국민은 작년 여론조사에서 나라를 빚더미에 올려놓은 안드레아스를 역대 최고의 총리로 꼽을 만큼 아직도 그 시절을 황금시대로 기억하고 있다.

결국 유럽연합(EU)은 빚더미 위의 그리스에 대해 여러 차례 국가 재정의 파탄 위험을 경고했다. 아들 파판드레우총리는 2009년 취임과 함께 공무원 임금과 복지 수당을 줄이고, 연금 지급 연령을 늦추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구조조정과 복지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그의 아버지가 남겨놓은 유산을 부정하고 폐기처분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이미 그리스는 정치가 국민을 오염(汚染)시키고, 이어 오염된 국민이 오염된 정치인을 불러와 나라를 수렁으로 몰아가는 악순환의 바퀴에 깔려버렸다.

작년 한 해 동안 노동계가 재정 긴축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7차례나 벌였고, 공무원들까지 거리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7%가 아버지가 남긴 부정적 유산을 털어버리려 발버둥치는 "파판드레우 총리를 믿지 못 한다."면서 내리막길을 굴러가는 수레 안에서도 복지의 유혹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 사태는 때로 국민은 나라를 망치는 정치인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내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기에 아르헨티나도 그렇고, 재정 파탄의 낭떠러지 앞에서 떨고 있는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예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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