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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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늙고 싶다
  • 文 熙 鳳(시인·평론가)
  • 승인 2017.10.0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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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熙 鳳(시인·평론가)

나는 늙는 것이 두렵지 않다. 늙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내 힘으로는 막아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하게 늙는 것은 두렵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늙고 싶다.

세상을 원망하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며, 욕심을 버리기는커녕 더욱 큰 욕심에 힘들어하며, 자신을 학대하고 또 주변 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그런 사람이 될까 정말 두렵다.

나는 정말 멋지게 나이 먹고 싶다. 육체적으론 늙었지만 정신적으론 갓 제대한 청년 정도로 살고 싶다. 늘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면서 사랑으로 넘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주변 사람들에게 늘 관대하고 부지런하다는 평을 듣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은 줄수록 더 애틋해지고, 몸은 낮출수록 더 겸손해지며, 마음은 비울수록 더 편안해진다는데 그런 사람으로 늙고 싶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생각은 인생 소금이란 말이 있다. 음식을 먹기 전에 간을 보듯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세 번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그런 신중한 사람이 되고 싶다.

깊은 강물은 돌을 집어던져도 흐려지지 않는다. 모욕을 받고 발칵하는 사람은 작은 웅덩이에 불과하다. 좀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가 되고 싶다. 있을 때 존중하고, 없을 때는 칭찬하고, 곤란할 때는 도와주고, 한번 받은 은혜는 잊지 않고, 베푼 것은 생각하지 않고, 서운한 것은 잊어버리는 그런 사람으로 늙고 싶다.

신은 인간이 혼자서는 행복을 누릴 수 없도록 만들었다. 행복은 친구가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주위 사람들을 칭찬하고, 자신도 이웃과 친구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야 인생이 훨씬 아름다워진다. 운명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한 선택이라는 말을 신봉하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 될수록 친구를 칭찬하고 좋은 말로써 친구의 환심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본 부모들은 자녀에게 어느 장소에서든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미국의 부모들은 남에게 양보하라고 가르친다. 나도 자식들에게 반드시 이기는 사람보다는 배려와 겸손이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욕심은 부릴수록 더 부풀고, 미움은 가질수록 더 거슬리며, 원망은 되씹을수록 더 아리며, 괴로움은 느낄수록 더 깊어진다. 지워버리고 나면 번거롭던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 사는 일이 즐겁다는데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원망이나 괴로움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육체적·정신적 건강은 그만큼 황폐화된다는 걸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외수의 말처럼 가을날 맑은 하늘빛과 같은 그윽한 향기가 전해지는 그런 사람으로 늙고 싶다. 잡고 있는 것이 많으면 손이 아프고, 들고 있는 것이 많으면 팔이 아프다. 이고 있는 것이 많으면 목이 아프고, 지고 있는 것이 많으면 어깨가 아프다. 보고 싶은 것이 많으면 눈이 아프고, 생각하는 것이 많으면 머리가 아프다. 품고 있는 것이 많으면 가슴이 아프다. 작은 행복에도 미소 지으며 무한한 행복으로 가득 채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 많이 베풀지는 못해도 조금씩이라도 규칙적으로 기부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뿐이랴. 아주 소박하지만 경사진 곳을 손수레를 끌고 힘겹게 오르는 내 이웃의 고통을 나누어 갖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정신적으로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있으니 늘 어떤 도움을 어떤 방식으로 줄까 고민하고 싶다. 어른 대접 안 한다고 불평하기보다는 대접 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그런 근사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먼저 베푼다면 대접받을(?) 수 있지 않은가.

할 일이 너무 많아 눈 감을 시간도 없다는 불평을 하면서, 하도 오라는 데가 많아 집사람과 수시로 행방불명이 되는, 그래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고 부러워할 수 있도록 멋지게 늙고 싶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항상 생각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는 가운데 나 자신은 미소를 지으며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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