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진관이여! 아들 태루의 절규가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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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진관이여! 아들 태루의 절규가 들리는가?
  •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1.2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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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이진관은 첫사랑 영자에 미쳐 평생 그의 환상에 젖어 운다. 영자가 떠나던 날 그 앞에서 가지 말아 달라고 울며 애원했다.

가지마세요. 그냥 가지 말아 주세요. 한 번 더 그대의 품안에 안겨 사랑 받고 싶다고도 했고, 가슴조이며 만났던 날들 어떻게 잊을 수 있냐고도 했다. 달콤한 그 말 거짓이었냐고, 송두리째 잊어야 하냐고 절규까지 했다. 이제 떠나면 남남인 것을 언제 다시 우리 만날까 하소연도하고, 마주보면 눈물이 나온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절규에 찬 음색을 가미해 애절함을 더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시간이 약이라는데 가수 이진관의 상사병(相思病)에는 시간이라는 특효약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처럼 아직도 영자를 그리워한다고 그 변함없는 사랑을 전파에 실려보냈다.

당신이 보고 싶어 고통이었다고, 냉정히 싫다고 고백했다면 가슴은 아프지만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사랑했던 사람이여 아주 잊지는 말아달라고. 오늘처럼 바람 불면 당신 숨결이 그립다고.

 그러구러 세월이 또 흘렀다. 떠나버린 영자만을 언제나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릴 수는 없었다. 다른 여인과 결혼을 하고 그 사이에서 아들 ‘태루’가 태어났다. 어렸던 태루는 아버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며 무대 위에서 절규하듯 부르는 노래가 좋았다. 아버지가 부르는 노래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 모습이 좋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 러나 이제는 태루도 성인이 됐다. 아버지가 왜 저러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버지 가슴속에 자리 잡지 못하고 허상뿐인 엄마가 불쌍했다. 아니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잊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버지가 더 불쌍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왜 그러느냐고 따져 묻지는 못하고 ‘아버지, 엄마도 여자다’를 외쳐댔던 것이다. 영자만 여자냐고? 엄마도 여잔데 엄마 가슴에 왜 상처를 주느냐고?

 

 우리엄마도 날씬한 허리가 일자로 변해도 예쁜 블라우스 청바지 입고 거울 앞에 서면 모든 남자들이 곁눈질 하며 바라보는 엄마도 엄마도 여잡니다. 엄마가 왜 짠순이로 살았는지 아버지는 알기나 하십니까? 엄마도 꿈이 있고 사랑도 있고 아빠에게 사랑도 받고 싶은 그런 여인입니다. 아직도 잘 나가는 엄마도 여자입니다. 팽팽한 얼굴 잔주름 늘어도 예쁜 선글라스 귀걸이 달고 거울 앞에 서면 엄마도 엄마도 여자입니다. 그러니 아버지여! 영자의 환상에서 어서 깨어나십시오.

 그런 가수 이진관과 아들 이태루가 지난 1월 3일 필자를 찾아 대전에 왔다.

그는 2년 전에 필자를 찾아와 첫사랑 영자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세상이 온통 영자로 보여 미치겠다고. 보자. 그날 고백했던 말을 듣고 필자는 노랫말을 메모해 주었다.

 영자야 너를 사랑해 / 영자야 너를 사랑해. / 영자만 보면 가슴이 떨려 어쩔 줄 모르겠어요.

내 인생에 사랑이란 없을 줄 알았는데 / 이것이 사랑인가. / 이것이 사랑인가.

사랑인가 봐. 사랑인가 봐. / 세상이 온통 영자만 보여./ 세상이 온통 영자만 보여

(영자야 너를 사랑해 1절)

이 노랫말에 이진관 특유의 음색을 가미하고, 목울대를 통하여 나오는 처절한 하소연이 실연(失戀)으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 모습과 어우러져 대중의 귓가로 번지는 순간 일반 대중가요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사내새끼의 간절한 호소요 절규로 들리게 된다. 

    

 세월이 흘렀다. 앞서도 말했지만 세상사 모든 고통은 세월이 약이라 하는데 가수 이진관에게는 세월이라는 특효약도 먹혀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를 버리고 떠나는 첫사랑을 향해 울부짖으며 호소하고 애원한다. 가지 말라고. 그리고 엄습해 오는 고통을 잊기 위해 수많은 관중이 보는 무대 위에서 절규하며 펄떡펄떡 뛰기까지 하였다.

이날 두 부자를 환영하기 위한 팬들 20여 명이 문학사랑에 모였다. 그리고 노래를 청했다.

 아버지는 아직도 영자를 못잊어 장성한 아들 앞에서 영자에 대한 그리움을 하소연하는 노래를 불럿다. ‘당신이 그리워서 고통이었어요. 내 생에 당신과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모든 걸 다 잃어도 지금 눈감아도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아주 잊지는 말아주오. 사랑했던 사람아 오늘처럼 비가 오면 당신 숨결이 그리워요 오늘처럼 바람불면 당신 숨결이 그리워요’ 과거형과 현재진행형,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가정(假定)형까지 섞어가며 하소연 했다. 아버지의 애절한 노래를 듣고 있는 태루의 눈동자 동공(瞳孔) 속에 아버지의 절규하는 모습이 크로즈업 되었다. 엄마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두 사람, 아버지와 엄마가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영자가 도대체 어떤 여인이기에 아버지의 애증(愛憎)속에 평생 살아있단 말인가? 그래서 보자. 무어라 외쳤나.

  ‘엄마도 꿈이 있고 사랑도 있다. 친구들 만나서 수다도 떨고 술 한 잔 마시고 춤도 춰본다.

그렇게 살겠다. 엄마도 여자다. 아직도 잘나가는 엄마도 여자다.‘

아들 태루의 노래가 끝나자 아버지 때보다 더 힘찬 박수가 나왔다. 마치 ‘가수 이진관이여! 아들의 절규를 들었느냐’는 듯이.

  그러나 태루여, 그리고 가수 이진관이여!

만날 수 없는 그리움은 잔인한 그리움으로 남아 평생을 괴롭히는 것이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서글픔은 평생을 환상속에 살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니까 더 애틋하고 특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왜 당신을 버리고 떠났는가를 생각이나 해 보았는가? 당신이 무명 가수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유명 가수들이 받는 율곡 어머니 신사임당까지 뭉치로 딸려 있다면 절대로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는가, 신사임당의 위력을?  

  그리고 그 첫사랑에 대하여 고마워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라. 그는 떠나면서 자신을 애타고 그리워하며 사는 마음을 당신 품에 안겨주었고, 그로인해 당신은 무대 위에서 펄떡펄떡 뛰는 유명 가수가 되지 않았는가?

그러니 ‘가슴 조이며 만났던 날들 어떻게 잊을 수 있나’의 애타는 심정 어서 떨쳐버리고 현실로 돌아오라. 현실에는 사랑하는 아들 태루가 있고 태루 엄마가 있다. 왜 태루에게 ‘엄마도 여자다’를 절규하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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