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관(與民官)의 춘풍 추상(春風秋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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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관(與民官)의 춘풍 추상(春風秋霜)
  •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4.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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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 배석한 참모들한테 春風秋霜'(춘풍추상)이란 글귀를 언급하며, 비서관실에 액자를 선물했다고 한다. 이 '춘풍 추상'이란 말은 "남을 대하기는 춘풍처럼 관대하고 자기를 지키기는 추상같이 엄격해야 한다.“는 채근담의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 문장의 일부를 떼어내어 조립한 말이다.

 이렇게 조립한 글귀는 신영복 선생이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인데 문 대통령이 그때 기억을 살려 그 글을 찾아보라고 부속실에 지시했고, 부속실에서 신영복 선생의 '더불어 숲' 재단에 문의해 재단에서 보관하던 글을 재단 양해를 구해 전달 받은 사본인 것이라 한다.

“남을 대하기는 춘풍처럼 관대하고, 자기를 지키기는 추상같이 엄격해야 한다.“는 이 말.

그런데 보자. 과연 문대통령은 이 말에 대하여 되새김질을 하며 한 말인가를.

지금 서슬 퍼렇게 행하고 있는 적폐청산만 봐도 그렇다. 내 편이나 내 편을 들어준 참여연대나 촛불 세력들에게는 춘풍처럼 관대하게 대하면서 반대편 보수 세력들에게는 이런 저런 잘못을 들춰내 망나니 칼을 목에 대는 것은 아닌지. 남에게는 관행도 죄라면서, 내 편에게는 관행이기에 괜찮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문대통령의 말을 더 들어보자.

문 대통령은 이 액자 속에 쓰인 글귀를 설명하며 “공직자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훌륭한 좌우명이 없다고 생각한다. 공직자가 공직에 있는 동안 이런 자세만 지킨다면 실수할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당부하며, “우리 정부가 2년 차에 접어들면서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는데, 초심을 잃지 말자는 취지에서 액자를 선물하게 됐다”며 “남들에게 추상과 같이 하려면 자신에게는 몇 배나 더 추상과 같이 대해야 하며, 추상을 넘어서 한겨울 고드름처럼 자신을 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다.

지당한 어명(?)이다.

 그런데 한 번 보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청와대 입장 말이다. 이를 놓고 청와대에선 김기식 금융 감독원장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지만 해임에 이를 사안은 아니다”라고 제 편 감싸기를 위한 이중적인 성격을 노출 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나 민주당이 그토록 애지중지 감싸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누구인가?

    

김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정의의 사도인양 행세했다고 한다. 국회 정무위에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작은 잘못도 추상 같이 나무라며 ‘정의, 또 정의’를 외쳤던 그의 별명은 ‘저승사자’로 통했다 한다.. 그런 그가 임시직의 여비서를 데리고 피감기관에서 건네준 뇌물성 돈으로 외국에 가서 모 은행에서 대준 승용차로 즐겼다하니 이는 의정활동을 하면서 ‘말 따로 행동 따로’의 행태를 보인 게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래서 이런 자를 감싸면서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이란 말을 사용하는지 그 속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대통령이나 청와대 참모진, 그리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권하고 싶다.

땅 위에 솟은 대[竹]를 보지 말고 땅 속에 도사리고 있는 대[竹]의 뿌리들를 보라고.

대의 땅 속 뿌리는 땅 위에 보이는 줄기와 달리 속이 알차게 채워져 있으며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기 때문에 열매 맺는 활엽수나 침엽수, 또는 잡풀들이 자라지 못하게 하고 그로인해 짐승들도 이곳에서는 살수가 없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무섭다 못해 소름까지 끼친다. 대[竹]의 이중성. 겉으로는 곧은 척, 욕심이 없는 척. 그러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는 무서우리 만큼 자기들끼리의 단합. 이들이 뭉쳐있는 곳엔 잡초도 살 수 없고, 열매 맺는 활엽수나 침엽수, 심지어는 움직이는 짐승들까지도 둥지를 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말.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 은 대통령이 관리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네 잡초들이 대나무인 척하는 나리들에게 권하고 싶은 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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