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와 전대협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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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와 전대협세력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 승인 2019.09.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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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나이는 30대, 학번은 80년대 그리고 출생은 60년대인 사람들을 가리켜 ‘386세대’라고 불렀다. 제5공화국의 전두환 정권에 저항하며 반독재, 반미,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세대를 지칭한다.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해 2002년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널리 통용된 세대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학생운동을 경험한 세대로 한정된다. 그들 가운데 1987년에 조직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간부 출신들이 17대 총선에 출마해 대거 당선된 이후 ‘386세대 정치인’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젊은 피 수혈’이라는 거창한 명목 하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386운동권 출신 젊은이들을 정치권으로 불러들였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우상호 전 원내대표,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송영길, 오영식 국회의원들이 당시의 정치입문자들이다.

고 이한열의 장례에 즈음해서 1987년 7월 5일 연세대학교에서 전국 대학의 총학생회장들이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전국적인 대학생 대중조직의 건설을 결의했다. 노태우 민정당 대표의 ‘6·29선언’발표 약 한 달쯤 뒤 필자가 충남대학교 학생처장직을 맡자마자 서대협(서울지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 주관하는 ‘백만학도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조국대순례’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4만학도의 집단행동을 선포했다. 청와대가 경악했다. 참가학생이 사상초유의 숫자일 뿐만 아니라 전국의 대학생 집단이 부산과 목포와 서울 등 세 갈로 출발해서 충남대학교로 집결한다는 예고에 당황했다. 1987년 8월 19일 충남대학교에서 전국 95개 대학 4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기 전대협이 공식 발족했다. 고려대 이인영 총학생회장이 제1기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당시 전대협은 학생운동사상 최대의 조직으로 수립되었다. 전국에 19개 지구를 두고 각 대학 총학생회장이 대의원이 되는 협의체였다. 전대협은 1987년 제1기부터 1991년 제5기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을 선도했다. 실제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전대협은 공정선거감시단 활동, 남북학생회담 시도, 임수경(林秀卿)의 평양축전 참가 등 민주·통일을 위한 학생운동의 선봉에 섰다. 그러다 1992년 ‘한총련 건설준비위원회’로 조직을 개편하고 1993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으로 재발족하기에 이르렀다.

전대협은 이전에 여러 개의 조직이었던 학생운동단체를 통합하여 규모를 확대해 나갔다.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 조국의 평화통일, 민중연대, 학원자주화, 백만 학도의 통일단결을 활동 목표로 내걸었다. 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전대협 진군가’를 드높이 부르기도 했다. “일어섰다 우리 청년학생들 / 민족의 해방을 위해 / 뭉치었다 우리 어깨를 걸고 / 전대협의 깃발아래 / 강철같은 우리의 대오 / 총칼로 짓밟는 너 / 조금만 더 쳐다오 / 시퍼렇게 날이 설 때까지 / 아 전대협이여 / 우리의 자랑이여 / 나가자 투쟁이다 / 승리의 그 한 길로”

전대협은 그 진군가의 결론으로 투쟁 끝에 승리를 쟁취해냈다. 오늘의 정치권에서 386세대의 전대협 전위부대원들이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의혹투성이의 조국 법무부장관후보를 보면서 ‘386세대를 실감하며 낙담하는 고통을 받는다. 깐깐하기 이를 데 없던 노무현 대통령후보를 사랑하고 후원했던 ’386세대‘가 염치없는 군상으로 오염된 이미지를 덮어쓰고 있는 작태가 몹시 안타깝다. 흔해빠진 단어가 돼버린 ’나로남불‘의 억지춘향이 정말 지겹고 밉살스럽기까지 하다. 아무리 맛있게 보이는 과일도 농약이 묻었을세라 물로 씻고 또 씻건만 껍질을 벗기고서야 먹는 경우가 흔하다. 아무리 장관 자리가 힘 있고 드세다 하더라도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고 국민이 지겨워 죽겠다고 아우성칠 정도로 ㄸ걸레가 되었는데 뭘 그리 망설이고 꾸물대는 건가. 염치코치 없는 조 후보의 이마에 번쩍이는 땀방울이 되레 민망하다.

먼 훗날 역사책은 둘 째 치고 야담에도 ‘아더메치’현상으로 기록되어 누누이 읽히고 욕을 먹을텐데 참으로 기막힌 집념인가 고집인가 욕심인가. 넉살 좋게 기자간담회를 열어 언어의 아나키스트(Anarchist)를 자처하고 입을 다물지 못 해도 까마귀만도 못 한 인간이라는 말을 듣는다. 요즈음에는 들판에서 허수아비를 보기 어렵다. 새들이 덤벼드는 행위를 방지하느라 세우는 허수비야말로 마냥 헛것이다. 이제는 참새도 까마귀도 놀라기는커녕 아주 외면해 버리기 일쑤이다. 허수아비의 실체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 챈 것이다. 조국사태가 바야흐로 허수아비사태로 낙착될 게 뻔하다. 검찰수사가 말해 줄 것이 아닌가 첫 번째로 말이다.

공정성, 포용성을 내거는 현 정부 내에는 ‘386세대’의 연장선상에 있는 요직 담당자들이 수두룩하다. 전대협에 기여했다는 핑계로 청와대의 행정관이네 비서관이네 하는 직함을 점유하고 있다. 그들의 발상과 정견은 한결같이 ‘386세대’ 스타일에 젖어 있어 아마추어 수준을 넘지 못 하고 있지 않은가. 언젠가 인천 앞바다에서 밤낚시질을 갔던 사람 서너 명이 익사했다. 그런 사고 기사를 접한 청와대는 무슨 회의인가를 진행하기에 앞서 대통령을 비롯한 전체 참석자들의 묵념행사가 있었다. 당시의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이 ‘묵념’을 외치고 모두가 잠시 묵념행위를 했다. 그야말로 ‘앙천대소(仰天大笑)’감이 아니런가. 아마추어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경제와 외교 그리고 국방과 원전에서 몰상식하고도 저속한 행정이 너무나 애송이 타입이다. 놀면서 일하라고 저임금 강요에 52시간제를 만드는 바람에 소상공인이나 영세상인은 죽을 판이라고 아우성이다. 아마추어 생산계량이 가져온 시행착오가 아닌가. 영어 좀 안다고 외교의 능력이 자동판매기처럼 일을 잘 해내는가. 아니다. 지금 외교는 무인고도에 처박혀 있는 꼴이 아닌가. 구원 불능상태에 이르도록 사방에서 공격을 받고 있지 않은가. 뭘 믿고 ‘흔들리지 않는 나라’가 된다고 큰소리하는가. 외교의 능력은 영어구사력만으로 필요충분조건을 완벽하게 수렴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하고 많은 시간과 정성과 의리가 있어야 신뢰와 협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며 그래야 국제간의 교섭이 충실해 질 수 있는 게 아닌가. 여전히 풋내기 외교상황이라 걱정이 앞선다.

탈원전이 대선공약이라고 무작정 밀어붙이기에 혈안이 되고 태양광 어쩌고저쩌고 하며 멀쩡한 산이나 들판을 파제키는 작업을 386 끙끙이들과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몰고 가니 금수강산이 지게꾼 꼴망태로 돌변할 참이다. 세계의 허파 브라질의 정글이 ‘개발 대통령’ 덕분에 진즉에 ‘개발(개의 발) 망발’로 지구인의 코를 쑤시고 있지 않는가. 그에 못지않은 게 탈원전을 부르짖은 풋내기 386세대의 시행착오 ‘태양광’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여기에 뒤질세라 화력발전이 동동댄다. 미세먼지의 비타협 분자(Hard core)로 요지부동의 악재가 아닌가. UN의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씨도 넘어서기 어려울 골칫거리이다.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는 한전의 미래가 비관적 경향을 내비치는 작금, 어설픈 386세대의 전대협 관련자들이 생산하는 특산품이 바로 미세먼지인 것이다. 속 차려야 한다. 까불지 말아야 한다.

어쨌든 ‘386세대’는 이제 ‘586세대’ 소리를 듣는다. 그들은 웬만큼 득세하고 많은 혜택을 누렸고 지금도 누리고 있다. 그들이 데모라는 집단행동으로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자부하며 오늘날 큰 수저 들고 위세 당당하다. 실제 그들은 대학의 도서관 앞에서 북과 꽹과리를 쳐대며 공부하는 다수의 동료학생들을 괴롭혔다. 그들은 공부와는 절벽을 쌓았다. 화염병과 최루탄의 교차상황을 만들며 면학분위기를 방해하기 일쑤였다. 그럴 때면 ‘흐르지 않는 강’(휴강)을 즐기고 너저분한 총학생회 사무실은 남녀 학생들의 동침현장이었다. 그들은 대학 내의 자판기를 독점해서 자금을 만들어 썼다. 그러면서 사회를 비판하고 기성세대를 욕하고 북쪽의 이념을 찬양 답습하던 집단이었다. 이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지도계급으로 군림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이 주장하는바 ‘민주주의 쟁취 집단’으로 자화자찬하지만 실상 자유민주주의는 사라지고 그들에게서 ‘민주’의 개념마저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 스스로는 대한민국의 대표지성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서 국가운영의 재능과 의지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국가경영의 실천과정이 거의 전무상태인 아마추어 집단이라서 하는 일마다 실패작이 수두룩하다. 현명한 국민의 눈에 비치는 상식과 보편성이 그들에게는 전무하기 때문에 장님 정치나 진배없는 헛발질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가. 조국후보처럼 부디 풋내기 장담은 그만하고 열심히 배우고 깨우쳐 고귀한 나라와 겨레를 잘 살게 해주는 노력을 보일지어다. 그리 해서 행복한 국가와 국민의 찬양을 받을지어다.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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