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씨가 되는 아픔을 견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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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씨가 되는 아픔을 견디며
  • 세종tv
  • 승인 2021.02.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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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순수필가
주종순 수필가.

말이 씨가 된다더니

사랑의 어원은 사람이든 사물이든 존재를 몹시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마음입니다.

사랑은 인간 마음속의 근원적인 감정이고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갖고 태어난 본능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돈 안 들이고 인심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인 것입니다. 누구도 난 모르는 단어라고, 사랑은 안 해봤다고 부정한다면 완전 거짓말쟁이로 여겨질 겁니다. 사랑의 대상이 다를지언정 한시도 우리 곁에서 떠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니까요.

우리는 사랑을 느낄 때 너도나도 갖고 있는 사랑을 나도 하는 거라 여기고 아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사랑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가장 가까이 있었고, 제일로 내가 필요로 하고 돈 안들이고 했던 사랑에 대해 미련을 가장 많이 두는 것 같습니다.

이미 내 곁을 떠나가신 우리 부모님, 혹은 나의 형제, 내 사랑, 내 친구 .......등.

정말이지 사랑, 산소, 물, 햇빛 등, 돈 안 들이고 충분히 갖고 누리고 살던 그 많은 것들을 없어 봐야 느낌을 안다고나 할까요?

인색할 정도로 고맙다거나, 귀중하다거나, 생각도 없다가 어느 순간 문득 그중 꼭 되찾고 싶어도 놓을 수 밖에 없는 끈은 내 짝꿍과의 사랑이고, 내 부모님, 형제와의 사랑인듯 합니다 .

제가 살아오면서 내 중요한 형제 중 바로 아래 남동생을 잃고 나서 너무나도 안타까움과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며 살아오고 있지만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내 동생이라는 걸 느낄 때마다 잘해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되더군요 .

 어릴 때 저의 남동생은 바로 아래 여동생과 싸움을 심할 정도로 하며 지냈습니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무슨 큰일도 아닌데 워낙 개구쟁이어서 그랬었구나 하고 느껴진답니다. 여동생과 장난하고 싸우다 잘 못 건드려 코피가 터진 걸 보고 저는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순간 저는 언니로서, 누나로서 남동생이 막내 여동생을 때렸다 싶은 생각에 남동생을 빗자루로 막 때리며

"죽으라고 네가 문제라고" 그런 막말을 퍼부었던 생각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제 동생이 살아있다면 59살됩니다. 55년쯤 지난 어릴 적 내뱉었던 말이지만 동생이 저 세상으로 떠나고 나니 지금까지도 그 어릴 때 빗자루에 맞으면서 저항도 못했던 사랑하는 내 남동생을 생각하니 눈물이 마구 흐르고 죄책감을 느껴 ‘하나님 용서해주세요’라고 속으로 빌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동생인데, 그래서 동생에게도 잘못을 빕니다.

“잘못했다고, 누나가 나빴다고, 멍청이었다고,”

    

뒤늦게 깨달은 사실이지만 형제에 대한 제 사랑이 아주 강했던것 같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던 것도 생각납니다.

제 남동생이 군대에가서 생활하던 중 부대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사고로 남동생이 손에 화상을 입었다는 겁니다. 부모님께서 면회를 다녀오셔서 하신 말씀이 “야외 막사 안에서 너무 춥고 배고파 라면 한 개 끓이다가 불이 붙자 상급자에게 추궁받을 죄책감 때문에 손으로 급히 불을 끄다가 화상을 심하게 입었다"는 겁니다.

그때도 저는 후회가 많이 밀려왔습니다. 아마도 저는 제 남동생이 제가 두 살 때 태어나 엄마젖을 뺏어 먹어서 많이 미워했는지 군대 가기 전에도 제 맘에 너무 안 든다 싶어서

"넌 군대 가서 상급자에게 많이 혼나고 추울 때 고생을 많이 해봐야 사람이 되겠다"고 대수릅지 않게 독설을 퍼부었는데 말이 씨가 된다더니 화상 입었다는 동생에게 너무 심하게 했다는 생각이 이렇게 긴 세월 동안 저를 용서하지 못하게 합니다 .

저의 남동생이 31살에 저 세상으로 떠나가고 남은 유품을 정리하다가 가죽장갑과 긴 가죽지갑을 보니, 너무나도 미워하고 싸웠던 어릴적 순간들이 바보같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더 힘들게 느껴졌던 것은 남동생이 군대에 가서 저에게 보내온 편지내용이었습니다.

16절지에 빼곡하게 적어내려온 글중에서

"누나가 군대가서 상사들에게 복종하고, 고생좀 해보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라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는 말과 "누나 말씀 잘 새기며 지내고있다"는 말, 그리고, "전방이라 너무 추운데 선물로 보내주신 가죽장갑 잘 쓰고있다"는 말이었습니다.

31년이란 짧은 인연이었지만 제 가슴속에는 형제에 대한 아린 사랑과 생각없이 퍼부은 독설로 이 새벽에도 잠을 못 이루며, 이렇게 긴 세월 지나고도 생각이 많이 남아 글로 표현하고있습니다.

너무 짧게 맺어졌던 인연, 사랑하는 내 동생.

그곳에서 누나를 이해해주고 용서할 일 있으면 용서도 해주고, 고생도 하지말고, 철없이 내뺕은 바보같은 누나의 독설을 기억도 하지 말고, 좋은 기억만을 상기하며 남은 형제라도 행복하게 잘 살다 오라고, 고생은 조금만 하라고 기도해 다오.

사랑한다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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