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우유에 얽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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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우유에 얽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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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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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미수필
김요미수필

2020년 여름 휴가철에 코로나19 탓에 갈 곳도 마땅치 않아 아들네 가족 딸 가족이 산 아래 배산임수에 자리한 공기 좋은 엄마 집으로 몰려왔다.

 손녀딸들은 책 한두 권과 놀이감을 넣은 손가방을 손에손에 들고, 한 손에는 인형을 들고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손에 든 것을 현관 앞에 내던진 채 큰소리로 할머니 부르면서 양팔을 벌리고 할머니 포옹할 준비를 하고 달려온다.

 그 뒤를 따라 며느리도 손에 복숭아 박스와 빵 바나나우유 등 이것저것 나와 아이들 간식 보따리도 빠지지 않고 들고 왔다. 주차 시키고 아들도 뒤따라 2박 할 옷 가지 등이 들어있는 트렁크를 밀고 들어왔다.

 어머니 집에서 만나기로 미리 약속을 해놓은 사위도 직장에서 워크삽을 마치고 딸네가족 4명과 합세 하여 아들 딸 가족 8명과 우리 부부까지 10명이 모이니 반가운 마음에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모이자마자 며느리가 아이들한테 바나나우유를 하나씩 나눠주어 은박지 뚜껑을 떼고 꿀떡꿀떡 맛있게도 마셨다. 24개월 된 외손자는 혼자 마시기엔 좀 흘릴 것 같아 뚜껑을 열고 병을 잡아 주고 있는데 어쩌면 입도 떼지 않고 술술 들이키는지 먹고 싶어 남기면 내가 마셔야지 했는데 다 마셔 버려 병 바닥이 드러났지만 한 방울 남은 그 병을 다시 쪽쪽 빨아 마셨다.

그 맛이 얼마나 맛이 있게 느껴졌던지 갑자기 더 먹고 싶어졌다. 평상시에는 딱히 좋아하지도 않았고 먹고 싶은 생각도 없이 어쩌다 계기가 있으면 먹고 마신 우유였는데 손자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나도 먹고 싶었던 것이다.

늙으면 애 된다더니 손자 손녀들이 얼마나 맛있게 마시던지 몹시 먹고 싶어져 딱 아이들 것 4개만 사왔냐고 며느리한테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도 없고 서운함을 누르고 아침을 맞았다.

 난 빈대떡 부치고 손녀딸들이 좋아하는 조기에 밀가루 발라 튀기고 분주한데 아들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과 본인들이 동그랑땡을 먹고 싶다고 수퍼에 가는 것을 알았다. 이때 나는 아이들 핑계 대고 흰 우유랑 바나나우유 두 세트 8 개사오라고 폰으로 연락하였다. 엄마 전화를 받은 아들이 바나나 우유를 사오자마자 얼른 한 병을 비워버렸다.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이런 맛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이어서 딸도 하나를 얼른 마셨다.

    

 우리집은 다가구 복층으로 위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손자 손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좋아하고 계단에서 소꿉장난하는 것을 무척 좋아해 계단이 놀이터가 되고 사위와 남편은 5층 방 한 칸씩 차지하고 티브이 보며 식사 시간 때나 내려오고 아래로는 잘 내려오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집에서 휴가를 마치고 세종에 사는 딸 손자 손녀 멀미 안 하고 집에 잘 도착했는지 안부 전화 나누면서 바나나우유 얘기도 나왔다. 엄마가 맛있게 잡수시는 걸 보니 딸도 먹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빠가 사오는 즉시 엄마 따라 마셨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고 “엄마, 사진 하나 보낼 게 봐봐”하면서 톡으로 사진을 보내주었다.

보내온 사진을 보니 바나나우유 가운데 손가락을 푹 눌러 구멍을 낸 빈 병만 드레스룸 화장대 위에 놓여져 있었다.

 딸 말인즉

“신서방도 바나나우유가 먹고 싶었나 봐,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집에 들어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서 바나나우유를 사 와서 뚜껑비닐도 뜯어낼 시간도 없이 급하게 마시고 샤워하러 들어 갔냐?”고 한다.

집 구조가 넓은 한 공간에 있으면 눈에 띄어 먹고싶지 않아도 물어보고 나누었을 텐데 집이 아래 위 층으로 나누어지다 보니 별것도 아닌데 하고 그냥 백년 손님인 사위를 챙기지 못한 장모로 전락해 버렸다.

나도 아침에 누구 생각할 겨를도 없이 먹고 싶은 나머지 단순했다. 하찮은 것이라도 사탕 하나라도 옛날의 속담에 콩 한 쪽이라도 나누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집 구조 핑계대지 말고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똑같은 입이라 생각하고 챙겨서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절실했던 여름 휴가철의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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