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미 공원에서 겪은 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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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 공원에서 겪은 허무
  •  나영희/ 수필가
  • 승인 2021.03.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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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희/시인
나영희/시인

어제부터 내린 비는 다행히 그치기는 하였으나 구름 낀 하늘은 어둡고 바람이 차다. 유리창 너머 보이는 테미 공원 벚꽃이 봉우리를 맺는가 싶더니 내리쬐는 햇살이 따사로워지자 아무도 모르게 순간으로 만개 되었다. 너도나도 피어나 온산이 하얗게 눈이 쌓였다.

테미 공원은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공원인데 온 산이 벚꽃길로 조성되어 봄에는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어제는 비가 온다기에 벚꽃이 다 떨어질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다. 2년 전에도 만개 되자마자 비바람이 몰아쳐 모든 꽃이 땅에 떨어져 벚꽃이 다 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미 공원이 쓸쓸했는데, 올해도 피어나자마자 비가 온다하니 걱정되었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으므로 아파트 높은 층에 사는 나는 아름다운 꽃을 얼마든지 내려다볼 수 있으나 직접 가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를 것이나 순식간에 피어나서 아직 가보지를 못했다.

어제 비가 왔지만 오늘은 가 보리라 마음먹고 아침을 먹자마자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안개비가 내리는 건지 흐린 날씨라 구분하기 어려워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다행히 비는 오는 것 같지 않으나 몹시 추워 걸어가도 되지만 차를 가지고 갔다.

꽃을 보기 위해 남편과 함께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제 비는 왔으나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아서 땅에 떨어진 꽃이 생각보다 적었다. 아름드리나무에 피어난 꽃잎들. 많은 사람들이 꽃구경을 나왔지만 바람이 불고 추웠다.

사진을 찍느라 포즈를 취하지만 깔깔거리며 장난치는 사람은 없다. 햇살이 비춘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한 바퀴를 돌았다 보이는 꽃마다 웃음이 서린다. 하롱하롱 떨어지는 꽃잎이 아름답기도 하다. 계단을 내려오며 계단에 깔린 꽃잎들 밟으며 센치멘털 하기도 해본다. 어제의 화려함이 오늘은 생명이 없는, 그래서 우리의 짧은 인생을 바라보는 것 같다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피더슨은 “하루는 길고 인생은 짧다”라고 했다.

참으로 맞는 말 같다. 하루하루 살면서 인생이 짧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60평생 살고 뒤돌아보면 너무 짧은 인생이다. 언제 내가 60 넘게 살았나 싶기는 하다. 인생은 짧다. 활짝 개화된 벚꽃이 아름답고 빛나는 꽃으로 오래 피어나서 많은 사람들의 감탄도 자아내고 즐거움과 추억을 주면 좋았으련만, 비바람이 불고나면 모든 꽃잎이 떨어져 버리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자연의 섭리를 우리가 거스를 수는 없다.

그래서 아름다운 벚꽃을 오래 볼 수 없는 이 상황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

이게 바로 온 산에 만개했다가 금세 떨어저버린 우리의 안타까움이며 테미 공원에서 겪은 허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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