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첫 시집 『꽃잎 편지』를 발간하여 주목을 받았던 김화자 시인이 2시집 『목척교 연가』(오늘의문학 시인선 495)를 오늘의문학사에서 발간하였습니다. 이 시집은 저자가 산수(傘壽, 80세)를 맞아 80편의 작품을 엄선하여 발간하였습니다.
시집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시 ‘목척교 연가’,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권두 평설’(시공의 경계에서 찾은 서정미학), 그리고 1부 ‘바람이 전하는 말’에 작품 20편, 2부 ‘붉게 익은 신대리’에 작품 20편, 3부 ‘통도사 가는 길’에 작품 20편, 4부 ‘돌아갈 수 없는’에 작품 20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끝에는 원웅순 교수가 영역(英譯)한 작품 2편이 실려 있습니다.
= 서평
#1 김화자 시인이 산수(傘壽, 80세)에 이르러, 두 번째 시집 『목척교 연가』를 발간합니다. 연세에 맞추어 80편의 작품으로 편집한 시집을 정독한 후 몇몇 작품을 선택하여 간략하게 정리하기로 합니다. 첫 번째로 눈에 띄어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을 감상합니다.
구름이 머무는 고개
작은 역에서
낡은 시간을 본다.
내 얼굴을 만난다.
―「간이역」 전문
4행으로 이루어진 단형의 작품에 김화자 시인의 서정이 교집합(交集合)을 이룹니다. 그의 내면에 흐르고 있는 예술적 성향이 집약되어 있어, 시 구조에 있어서 대표 작품으로 보아도 좋을 터입니다. 행마다 ‘기승전결’ 구성 요소로 작동하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 개념이 구체화되어 완결미를 갖춥니다.
#2 ‘목척교’는 대전역 인근에 있는 ‘대전천’의 다리입니다. 그러나 이는 대전의 동구와 중구를 잇는 다리라는 의미를 뛰어넘습니다. 목척교 인근은 대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의 중심이었고, 전국에서 물산(物産)이 집결하는 중앙시장과 이웃하였으며, 대전역을 통하여 외지로 출발하는 관문의 역할을 하였고, 때로는 정치와 관련한 군중집회의 중심이었으며, 대전역에서 잠시 열차 시각을 기다릴 때 목척교 인근의 포장마차에 들러 정담을 나누다 헤어지던 곳입니다.
시인은 그곳에서 <난간에 앉아 바라보던 그때처럼/ 바람 몰고 달려오던 부산행 열차>에 사향(思鄕)의 정서를 달래며 ‘참아온 세월’을 보내었을 터이고, ‘숨 죽여’ 그리움을 가꾸었을 터입니다. 이제 시인은 눈마저 침침해집니다, 그리하여 목척교에 묻어 두었던 추억을 깨우며 산수에 이릅니다. 추억에 의한 사향의 정서는 시인에게 동화적, 혹은 몽환적 상상에 젖게 합니다. 향수에 젖어 지내는 독자들과 애틋한 정서를 공유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 전쟁에서 비롯된 겨레의 통한(痛恨)일까, 아니면 개인적으로 체험한 내면의 통증(痛症)일까, ‘서정적 자아’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단형의 작품에서 형언할 수 없이 통절(痛切)한 정서를 공유합니다.
날카로운 잎은
자기를 보호하는 방패다.
약자는 무서운
칼날을 늘 지니고 다닌다.
강력한 허세에
아픔이 서려 눈물이 겹다.
바람에 흐느끼는
그 울음소리가 참 슬프다.
―「억새의 울음」 전문
억새에 대한 직관적 사고를 보이는 작품이지만, 억새 자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감내할 수 없는 아픔을 체험한 서정적 자아의 보조관념으로 작용합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 역할의 ‘날카로운 잎’은 겉으로 드러내는 허세일 뿐입니다. 때로는 날카로운 잎이 칼날의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지만, 그 역시 허망하게 마련입니다. 시인에게 있어 겉으로 드러나는 억새의 날카로운 잎은 바람에 ‘흐느끼는 울음소리’일 따름입니다. 그리하여 시인은 그 울음소리가 슬플 수밖에 없습니다.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권두평설에서 발췌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