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 벽화’ 넌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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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벽화’ 넌센스
  • 윤기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국제PEN한국본부 고문)
  • 승인 2021.08.0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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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국제PEN한국본부 고문)
윤기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국제PEN한국본부 고문)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코로나 확진자가 날마다 늘어난다. 숨 막히는 더위에 시달리고 박쥐 감염병에 지쳐버린다. 여기에다 무슨 뚱딴지같은 벽화가 난리를 피운다. 서울의 중심지역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쥴리 벽화라는 게 등장했다. 이 벽화의 주인공이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연상케 한다고 야단이다. 그러니 법석을 떨며 정치권이 입방아를 찧는다. 인권침해니 인격살해니 하며 떠들어댄다. 이게 참으로 수상한 세월이 아니고 무엇인가.

쥴리 벽화는 가수 백자라는 사람의 뮤직비디오 나이스 쥴리라는 것이다. 여당의 대선후보랍시고 떠들어대는 경기도 이재명 지사 지지모임의 대표라는 사람도 가담했다는 보도가 있다. 백자라는 가수는 자기의 유튜브 채널에 나이스 쥴리라는 뮤직비디오를 지난 달 29일에 올렸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과거에 나이트클럽에서 쥴리라는 이름으로 접대부 활동을 했다는 미확인 루머를 노래로 만들어 불러댔단다. 가사도 나이스 쥴리 르네상스 여신 / 비즈니스 여왕 그 엄마에 그 딸 / 십 원 짜리 한 장 피해 줄 리 없네라는 유치하고 조잡한 것이었다.

벽화가 그려진 건물의 주인 여정원이라는 사람은 벽화와 자신에 관한 세상의 관심이 지나치다고 불평을 한단다. 하루아침에 예고 없는 태풍이 몰아친 느낌이라면서 일개 자영업자에 불과한 자기로서는 쥴리 벽화의 난리는 코미디라고 혹평한다. 정치적 배후설은 넌센스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호주 멜버른 여행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풍자적 의미의 이름 쥴리라는 화두를 꺼냈다는 것이다. 유튜브의 흔한 쥴리 콘텐츠를 잠시 원용했을 뿐이란다. 외국 바람 좀 쏘였다고 춘향이나 심청이 같은 이름 보다 쥴리가 선뜻 떠올랐다는 말인가 보다. 그 머리 참으로 좋을시고. 그가 지껄이는 검증이라는 단어마저 능글맞은 영감탱이 꼬락서니 같은 느낌이 든다.

이 괴팍하고 야비한 벽화를 그린 장본인은 민중가수로 활동한 사내인 모양이다. 3년 전, 그러니까 2018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어느 식당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예술인의 오찬모임 중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도자기를 선물로 받은 인물이란다. ‘서민의 투박한 정감이 녹아 있는 백자 주병을 통해 서정적이고 민중적인 감각의 음악을 지속적으로 해주기를 바라는 의미로 <백자 천공 주병 세트>라는 것을 기증했다고 한다. 개다가 문제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데 참여한 또 다른 사람은 여당의 대선후보인 경기도 이재명 지사의 지지모임 대표라고 한다. 꽤나 제멋에 겨워 살아가는 족속인가 보다. 신명나는 패거리들의 한바탕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 보다.

어쩌다 이 따위 징글맞은 꼬락서니가 별나게 국민들에게 심란을 떠는 것인가. 무슨 놈의 검증이란 게 이 따위 저질 딴따라놀음이란 말인가. 문정부가 잘도 챙겨가며 써먹은 검찰의 수장이 추썩대기 좋아하는 여자의 치맛바람에 되레 인기를 얻은 결과가 못내 아쉬워서 이 따위 얼간이 수작을 부리는가. 어지간히도 못나고 모자란 짓이 아니고 무어냔 말이냐. 도대체 쥴리라는 단어가 왜 생뚱맞게 튀어나와 더위에, 코로나에 시달리는 민초들을 괴롭히는가. 더구나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도 않은 채 냅다 담벼락에다 개똥처럼 색칠을 해대는 것인가. 경제는 박정희 대통령 덕분에 보릿고개 넘기고 세계 십 몇 번째라고 우겨대는 판국인데 인문학은 그야말로 제로 베이스에 맴돌고 있지 않는가. 가소롭잖은가.

    

뒤늦게 질러대는 여당의 인격살해 자제소리는 허공에 날리는 아우성만도 못 하다. 누군들 그런 소리 질러댈 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돈 안 들고 힘 안 드는 맹탕 목소리정말 허탕일 뿐인저. 여성혐오를 들춰내며 구린내, 지린내 풍겨대는 일부 문구를 흰색 페인트로 지우는 장난질은 가히 코미디 신판대작이다. 중고서적을 즐겨 찾았던 젊은 시절에 드나든 서점가의 소싯적 기억은 이번에 왕창 망가져 버렸다. 어리벙벙한 주인 작자나 벽화가 뿜어대는 지랄거품에 진저리가 쳐져서 더욱 그렇다. 망할 것들이라는 말이 차마 부끄럽다.

중고서점의 주인이자 건물의 주인이라는 작자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뇌깔이는 말투는 정녕 가관이다. “보수 애들이 그렇게 과격하게 나올 줄 몰랐다는 것이다. 제 소감으로는 세상이 미쳐가고 윤석열씨를 지지하는 열성팬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어물쩍 넘어갈 소리만 해대고 있다.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며 건물 벽이 어두워 벽화를 그려서 좀 밝게 하려는 취지였다는 걸 강조한다. 빌어먹을 소리 작작하라고 노인네들이 목청을 높인다. 제 딴으로는 큰 소리 한 번 질러 본다는 풍신으로 대법원이 가름해주면 그때에는 벽화를 없애 주겠단다. 역시 민주화 도시의 시민다운 말씀이로소이다 그려. 정말 넌센스가 아닌가. 재채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구나 그려.

윤기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국제PEN한국본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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