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거처
시인/이현경
손수레에 차곡차곡 쌓여진 빈 박스
거리의 비애를 밟으며
고된 하루를 수거합니다
천 개의 바람은 지표에만 불고
층계에는 공허함만 오르내립니다
창밖에 빛을 주문해도
다 배달되지 않는 반지하 방에서
고독과 고독 사이에 내려앉은 긴 외로움
할머니 동그라미 속에
아직도 살고 있을 영화 같은 시간들
할머니는 어떤 봄이 피었다 졌을까
나에게 마음 하나 더 있다면
잃어버린 미소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할머니의 고독이 내 것처럼
오늘도 가슴에 잠깐 머물다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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