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함께 한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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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함께 한 나들이
  • 이유진 기자
  • 승인 2023.08.0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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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재균/수필가
덕천 염재균/수필가

 

아버지와 함께한 나들이

 

덕천 염재균 /수필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의 마지막 금요일 저녁이다. 안산에서 살고 있는 남동생으로부터 평창의 한적한 숲속에 자리한 제2의 집으로 놀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향수의 고장 옥천의 작은 마을에 홀로 살고 계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오라고 한다.

 

곧바로 준비를 하여 고향집에 도착해서 아버지를 모시고 보은ic로 진입하여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 했다. 금요일이라 오후라 그런지 많은 차들로 인해 교통흐름이 원활하지 못하여 지체되기를 여러 번 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밤에 운전하는 것은 낮과는 달리 시야가 좁아져서 힘들다고 한다. 필자가 경험해 보니 피부로 느껴진다. 중앙고속도로인 원주의 신림ic를 빠져 나오니 주천으로 향하는 길옆으로는 국도변이라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험한 산길이라 짐승이라도 나타날까봐 두려움이 앞선다. 조수석에 타고 계시는 아버지는 구순의 연세에도 졸지도 않고 필자가 운전하는 것만 바라보고 계셨다.

 

밤늦은 시간이라 오고가는 차량도 드물고 인적도 끊긴지 오래되어 고요함을 깨우고 달리는 기분이었다.

 

필자가 늦도록 오질 않으니 먼저 도착한 동생이 걱정이 되는 지 평창강이 흐르는 ‘대상교’까지 마중을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대상교에 도착하여 숲속에 자리하고 있는 동생 집에 도착하니 자정을 가리키는 한밤중이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린 걸까 눈의 피로가 몰려오는 느낌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미리 와서 있는 제수씨와 조카 부부, 그리고 아이들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이 동생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조카부부는 알려준다.

 

필자와 같이 오신 아버지는 미처 알지를 못했다. 그냥 여름의 무더위를 피하려온 것으로 생각한 것이 불찰이었다. 

 

형제들의 생일을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에 고개를 숙였다. 정성스레 마련한 자리를 밤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동생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약간의 음식도 함께 먹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다음 날 새들의 재잘거림과 매미들의 합창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집밖으로 나오니 가을이 되어야 피어나는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어릴 적 손톱을 곱게 물들었던 봉숭아의 자태를 보니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고 한다.

 

숲속으로부터 전해오는 맑은 공기는 필자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건강해지도록 하는 것 같다.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말이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동생의 생일 축하자리에 온 만큼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강원도에 오면 사람들이 선호한다는 정선의 구절역에 있는 레일바이크를 타보기로 했다. 희망하는 사람이 모두 다섯 명이었다.

 

출발 전 탑승이 가능한 지를 조카사위에게 알아보니 오전에는 매진이라고 한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일단 목적지로 출발을 했다. 예약제로 운행하기 때문에 사전 예약은 필수라고 하니 모두들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는 것 같다.

 

 정선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 다시 매표소에 전화를 해보니 예약을 포기한 사람들이 있는 지 자리가 몇 개 있다고 해 서둘러 예약을 하게 했다.

 

매표소에 도착하니 탑승시간보다 한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여치’처럼 생긴 카페가 우리 일행을 반기고 있다. 무더위를 동반한 햇살은 사람들을 무기력에 빠지게 하거나 무서워하게 한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면서 문어와 쥐치포를 사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본다.

 

탑승시간이 되어 동생을 제외한 4명이 레일바이크에 올랐다. 처음 타본다는 아버지는 많은 연세에도 설렘에 상기된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출발하자마자 옆으로는 맑은 시냇물이 굽이쳐 흐르고 초록을 머금은 숲들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것 같다.

 

그늘진 곳이 많아 피서를 즐기기에는 이보다 좋은 것은 없어 보인다. 가다보니 강원도의 특산물인 옥수수와 감자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페달을 밟으며 달리다보니 조각달 모양을 한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피서를 하러 왔는지 근처에는 차 박을 즐기는 텐트들이 한 송이 국화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곳이 말로만 듣던 유명한 ‘아우라지’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구절리에서 흐르는 송천과 삼척시 중봉산에서 흐르는 임계면의 골지천이 이곳에서 합류하면서 어우러진다 하여 ’아우라지‘라고 한다.

이곳에서부터 물길을 따라 서울까지 목재를 운반하던 뗏목 터로, 이곳에서부터 강(江)이라 부른다.

 

이곳은 누추산을 비롯한 여러 산에 둘러싸여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물이 맑으며 , 강변에는 조약돌이 깔려있다. 합수지점에는 아우라지 처녀상과 최근에 지어진 정자각이 있다.

 

여량 8경의 하나로 가지에서 몰려든 뱃사공들의 아리랑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정선 아리랑》의 〈애정 편〉의 발상지이기도 한다고 한다.’

 

일요일 저녁 모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라 많은 사람들로부터 각광을 받을 것 같다.

 

시원스런 나무그늘과 터널 등 약 10km의 거리를 달리다보니 한 시간이 지루한 줄 모르게 자난 것 같아 모두들 기분이 좋아 보인다.

 

나들이하기가 어려운 구순의 아버지도 얼굴 표정을 보니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래도 걸어야 하는 구간에는 힘겨워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이셨다. 그래서 여행은 젊어서 해야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번의 여행을 계기로 노인들에서 나타나는 옹고집에서 벗어나는 인식의 전환이 필자의 아버지에게 기대를 해본다. 여행은 사람들의 마음을 변하게 하는 최고의 치료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 시장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로 메밀 모듬전과 메밀칼국수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자존심이 강해서 자식들과 떨어져 홀로 살고 계시는 아버지도 나들이를 해서 그런 지 메밀칼국수를 맛있게 잡수신다.

 

하루가 다르게 조금씩 건강을 잃어가는 모습을 뵈니 가슴이 미어지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세월인 것이다. 

 

동생 집으로 돌아와 해질 무렵에는 저 멀리 부처님의 누워계시는 모습을 닮은 산을 바라보며 아버지의 건강을 바라며 기도를 드려본다.

 

동생과 휴가 온 동생 친구부부와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선홍빛이 감도는 싱싱한 송어 회를 맛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들이의 마지막 날이다. 숲속에서 들리는 매미소리가 무더위에 지친 우리들에게 힘내라 응원을 하는 것처럼 들린다.

 

집 가까이 있는 다래넝쿨 아래에는 숲속에서 내보내는 물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고 있다.

 

이번 동생네 가족은 물론 구순의 아버지와 함께 한 나들이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조카 부부가 떠나고 동생부부와 아버지를 모시고 영월을 찾아갔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6호로 지정된 선돌부터 찾았다.

 

소나기 정상에서 서쪽으로 100m 지점에 위치해 있는 약 70m 높이의 기암괴석으로 ‘신선암’이라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선돌의 모습이 푸른 물과 잘 어울리는 풍경을 보니 막혔던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비운의 왕이었던 단종의 유적지인 영월 장릉과 유배지인 청렴포를 둘러보았다. 영월 장릉의 숲속에서 영월의 역사와 설화가 담긴 뮤지컬 ‘장릉 낮도깨비’ 공연도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도 되어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3박 4일 동안 물심양면으로 수고해 준 동생부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지면으로나마 해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무기력에 빠지기 보다는 이겨 내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을 되새기며 아버지와 함께 한 나들이가 기억 속에 남아있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20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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