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칼럼] 노란 봉투법은 법치의 진전이며, 상식의 회복이다
상태바
[김명수 칼럼] 노란 봉투법은 법치의 진전이며, 상식의 회복이다
  • 김명수 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
  • 승인 2025.08.02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명수 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이른바 '노란 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단 하나다. 대한민국은 모든 노동자에게 공정하고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일부 기득권 사용자들의 이익을 위해 하청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을 계속 외면할 것인가?

노란 봉투법은 단지 노조를 위한 법이 아니다. 이는 공정과 법치, 책임의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며, 대한민국이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늦은 개혁’이다.

첫째, ‘불법파업’이라는 낙인을 넘어,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실현할 때다

반대론자들은 노란 봉투법이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 법의 핵심은 불법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파업이 ‘불법’으로 왜곡되는 구조 자체를 개혁하려는 데 있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정당한 쟁의행위도 사용자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불법’으로 규정되고,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남발된다. 노동자가 헌법상 권리인 파업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수십억 원의 소송에 시달리는 일이 벌어진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 법치인가?

노란 봉투법은 이런 비정상적 구조에 질문을 던진다. “정당한 목적과 절차를 갖춘 파업에 대해서는 손배 소송을 남발하지 말라”는 것이 법의 본질이다. 이는 법의 무력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선언이다.

둘째, ‘국제 기준 역행’이라는 주장, 오히려 반대다

법 반대 측은 “선진국은 이런 법이 없다”며 국제 기준을 운운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에 기반한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유럽 주요국들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단결권과 교섭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쟁의행위에 대한 과도한 손배소를 제한하고 있다. 2018년 국제노동기구(ILO)도 대한민국에 대해 “노조의 자유로운 활동을 가로막는 과도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관행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독일과 영국은 파업을 엄격히 관리하되,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교섭력을 보장한다. 반면 한국은 사측이 거의 모든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손배소로 위협하는 ‘전근대적 구조’에 머물러 있다. 노란 봉투법은 그 낙후성을 국제 기준에 맞게 바로잡는 과정이다.

셋째, 경제 파탄? 오히려 산업 생태계를 정상화하는 길

노란 봉투법이 “투자 철수”와 “산업 파괴”를 부른다는 주장도 과장된 공포 마케팅에 가깝다. 건전한 노사관계는 오히려 투자 유치의 핵심 조건이다. 세계 주요 투자자들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노사 환경을 선호한다.

하청노동자의 파업이 대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오히려 현실을 반영한다. 지금까지는 원청이 책임을 회피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해 온 구조 자체가 비정상이었던 것이다. 하청업체의 부당한 해고, 열악한 처우, 교섭 회피는 결국 원청의 지휘 하에 이루어진다. 이에 대해 노동자가 당사자에게 목소리를 내는 건 너무도 당연한 권리다.

기업은 국민의 일자리와 세금 위에서 성장해 왔다. 단기 수익보다 지속 가능한 노사 파트너십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투자다. 노동 존중 없는 생산성은 허상이다.

    

넷째, 이 법은 '산업 권력의 전복'이 아닌, '사회적 책임의 정상화'다

노란 봉투법은 노조가 경영을 좌지우지하자는 법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무권리 상태에 있던 비정규직·하청 노동자들이 법적 대화를 요구할 수 있게 하려는 장치다. 경영권의 본질인 투자·전략·조직 결정권은 여전히 사용자에게 있다. 하지만 그 경영권이 노동자의 생존권을 일방적으로 짓밟는 도구로 악용되는 현실이라면, 사회는 개입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업의 자유는 국민의 권리와 충돌해서는 안 된다. 이 법은 경영에 대한 간섭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요구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노란 봉투법은 '포퓰리즘 폭탄'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진전'이다

노란 봉투법을 ‘포퓰리즘’이라 비난하는 세력들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정치적 도구로 폄하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포퓰리즘은 오히려 “노조가 나라를 망친다”는 감정적 선동이다. 기업과 국가를 망치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고, 약자를 무시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공정한 룰을 거부하는 태도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값싼 노동’ 위에 경제를 세울 수 없다. 그 대가가 오늘날의 청년 실업, 고용 불안, 사회 양극화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노란 봉투법은 필수불가결한 전환점이다.

이 법은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 멈추면, 우리는 다시 차별과 두려움 속의 침묵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피해는 가장 약한 곳부터 시작될 것이다.

법은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법치는 약자의 권리도 함께 지켜낼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노조가 있기에 우리는 해고에 맞서고, 목숨 대신 목소리로 싸울 수 있다.”

노란 봉투법은 그 목소리를 ‘불법’이라 낙인찍지 말자는 단 하나의 요청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법치국가라면, 이 요청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필자 소개>

김명수는 대한민국이 선진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자산 1,000조 원 규모의 메가뱅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2008년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재직 당시 은행 내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산업은행을 CIB(민영은행)와 KOFC(정책금융공사)로 분리해 민영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대내외적인 여건의 미성숙으로 좌절된 바 있다.

현재 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으로 활약하며 노동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법학박사로서 최근 저술한 <선도국가>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103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또한, 한국중소벤처포럼 이사장, HQ인베스트먼트 회장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금융 현장 경험을 갖춘 금융 전문가이며, (주)퓨텍을 직접 경영했던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현재는 제4차 산업혁명 및 AI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KLA 코리아 리더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와 국민 생존을 위해 이재명정부에 대한 제언
  • 정부는 고금리로 신음하는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서민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 제헌절을 맞이하여 자유·평등·정의의 헌법 정신을 다시 묻는다
  •  세종TV 지희홍 회장 취임, 제2도약 선언
  • 감사함과 당연함, 그 얇은 경계에서 시작하는 한 주
  • ‘2025 대전 0시 축제’ 8월 8일 개막
    • 본사 : 세종특별자치시 한누리대로 1962 법조타운B 302호 (Tel : 044-865-0255, Fax : 044-865-0257 )
    • 서울취재본부 :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2877-12,2층 전원말안길2 (Tel : 010-2497-2923)
    • 경기취재본부 :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 덕은리버워크 B동 1213호 (Tel : 070-7554-1180)
    • 대전본사 : 대전광역시 유성구 계룡로 150번길 63 201호 (Tel : 042-224-5005, Fax : 042-224-1199)
    • 공주취재본부 : 공주시 관골1길42 2층 (Tel : 041-881-0255, Fax : 041-855-2884)
    • 중부취재본부 : 경기도 평택시 현신2길 1-32 (Tel : 031-618-7323)
    • 부산취재본부 : 부산광역시 동래구 명안로 90-4 (Tel : 051-531-4476)
    • 전북취재본부 : 전북 전주시 완산동 안터5길 22 (Tel : 063-288-3756)
    • 법인명 : {유}에스제이씨방송
    • 제호 : 세종TV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2
    • 등록일 : 2012-05-03
    • 발행일 : 2012-05-03
    • 회장 : 지희홍
    • 사장 : 배영래
    • 발행·편집인 : 황대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대혁
    • Copyright © 2025 세종TV.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e129@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