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JB세종TV=최정현 기자】 “이색안(서로 다른 색의 눈)을 가진 반려동물의 시선을 통해 제 안의 또 다른 자아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한국화가 권민경의 개인전 ‘시선으로부터’가 다음달 2일부터 8일까지 민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색안을 가진 고양이와 나비, 새장 등 상징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한국화 40여점을 선보인다. 현재 목원대 미술·디자인대학에 출강 중인 권민경 작가는 동양화의 전통 이론과 현대사회의 심리 구조를 결합해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이상이 교차하는 내면의 풍경을 화면 위에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시선 Ⅷ>은 이번 전시를 통해 던지는 질문을 응축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 앉아 있는 고양이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무언가를 응시한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황금빛 새장 안에 갇힌 작은 나비가 있다. 언뜻 긴장감 있는 대치처럼 보이지만 고양이의 눈빛은 공격성보다는 묵묵한 관조에 가깝다. 넓게 비워진 배경의 여백과 바닥의 흐릿한 먹의 번짐은 허(虛)와 실(實)이 맞닿는 경계 같은 공간을 만들어 내며 관람자로 하여금 ‘나는 지금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가두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맞닥뜨리게 한다.
원형의 화면에 그려진 <호기심Ⅰ>은 제목처럼 유쾌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원형 구도 안에서 이색안 고양이는 커다란 눈을 치켜뜨고, 그 위에 내려앉은 푸른 나비와 마주한다. 관람자는 마치 고양이의 시선 너머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바라보는 대상’으로 위치가 전환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
권민경 작가는 작품 전반에 ‘시선’(視線)이라는 개념을 일관되게 심어 놓았다. 새장과 나비, 여백 등은 모두 시선이 머무는 지점이자 경계를 형성하는 장치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랑스러운 반려묘 그림 같지만 그 속에 담긴 정서는 훨씬 복합적이다.
민갤러리 측은 “권민경 작가의 작품은 장지와 순지 위에 번지는 먹과 절제된 채색, 넉넉한 여백 등 한국화의 전통적 미감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이색안 고양이와 나비, 새장 같은 친숙한 이미지를 통해 동시대 관람자와 곧장 소통한다”며 “회화적 완성도와 감성적 공감이 동시에 도달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권민경 작가는 목원대 미술·디자인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목원대 대학원 조형예술학과 동양화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까지 5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기획·단체전 및 국제전에 100회 참여했다. 그는 대전시미술대전 초대작가이자 운영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 한국미술협회와 한국화여성작가 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목원대 미술·디자인대학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권민경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반려동물이 단순한 ‘애완’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고독과 소외를 위로해 주는 정서적 동반자로 자리 잡은 현상을 이색안을 가진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시각화했다”며 “하나의 화면 안에서 현실과 무의식,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충돌하는 구조를 만들어 냄으로써 반려동물의 눈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현대인의 초상을 담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