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오늘 항상 드리던 발언 대신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제 자신을 반성하는 글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내일이면 세월호 참사 1주기입니다.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침몰하는 상황을 지켜보던 많은 국민들께서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실 것입니다.
온 국민의 마음이 하늘에 닿아서인지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오늘도 팽목항의 노란 깃발은 여전히 바다를 향해 손짓하고 있고, 아직 9명의 실종자를 품고 있을 맹골수도의 파도는 야속하게 넘실대로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어른들의 무책임 때문에 발생한 참담한 인재입니다. 어른들의 탐욕과 국가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 돈에 눈이 먼 민관유착이 빚어낸 국가적 참사입니다.
그래서 저는 반성합니다.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자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국민들은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왜 단 한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어 했는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출범도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의 비협조로 인한 특별법 처리 지연과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시행령의 문제도 있지만 오늘은 누구의 잘잘못을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야기했습니다. ‘돈과 탐욕보다 사람 귀한 줄 아는 나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오히려 비정상의 덫에 빠져 퇴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다시 한 번 반성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그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만들겠다.”, “과거와 현재의 잘못과 비정상을 바로 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모든 명운을 걸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현직 국무총리가 검찰수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생겼습니다. 이완구 총리는 개인의 명예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명예를 위해 법무부 등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직을 내려놓고 검찰에 당당히 출두하여 수사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세종대왕은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만 나라가 평안하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 귀한 줄 아는 나라’가 가장 기본적인 나라 아니겠습니까? 오늘 우리는 슬픔의 눈물만 흘릴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에 나서야 합니다.
9.11 테러 1주기 미국의 풍경은 ‘증오와 추념’의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그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 ‘당신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1주년이 지나면 여기에서 주저앉아 이내 세월호를 잊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절대 세월호 참사의 희생과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월호 희생자와 그 가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 어른들의 사회적인 소명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2014년 4월 16일, 맹골수도에 묻힌 304명의 못다 핀 꿈을 이제 살아있는 우리가 꽃피워야 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네 가슴 속에 흐르던 눈물을 닦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드리고,
이제는 그들의 못다 핀 꿈을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꽃피우게 하자는 다짐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