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노병(老兵)을 울부짖게 하는가'
상태바
'누가 노병(老兵)을 울부짖게 하는가'
  • 세종TV
  • 승인 2015.06.03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수임무수행' 안교창 전 회장 "보상 앞서 불명예에 눈을 감을 수 없어"

"저는 너무도 억울합니다. 젊은 청춘을 군에서 희생하고, 국가를 위해 몸을 바쳐 희생하며 임무를 완수했건만 이런 일을 당하는데는 피를 토할 심정입니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는 다리뻗고 죽을 수도 없습니다."

올해로 민족상잔의 포성이 멎은 지 63년째. 1953년 7월 27일 포성이 멎기 직전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북파 공작원으로서 성공리에 작전을 수행하고 돌아온 당시 육군 18연대, 첩보부대 36지구대 1지대 소속 상사 안교창(安敎昌. 현 83세, 대전시 유성구 거주)은 마침내 사선을 넘고 넘어 고국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그에겐 '영웅'의 칭호와 함께 훗날((1986년 1월 16일. <사진> ) 2개의 빛나는 훈장을 가슴팍에 달게 된다. 금성화랑훈장과 은성화랑훈장이 그것으로 각각의 훈기번호는 5303, 64504.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국가에 몸바쳐 싸운 결과가 80평생을 다하고 이제 눈을 감고자 하여도 감을 수 없는 실정이 돼버렸다.

대전시 유성구 외삼리의 고작 15평 남짓 비닐하우스 거처에 살고 있음이 결코 서러운 것이 아니다. 나라가 그를 외면하고 있다고 그는 지금 믿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나라의 보상심의기구가 자신을 철저하게 따돌리고 보상은 커녕 위로금으로 주었던 돈 까지 빼앗아가려고 한단 말인가.

◆ 북파보다 더 힘든 보상판결

특수임무수행자회 초대 회장을 지낸 안교창(83) 전 회장은 올 호국보훈의 달을 맞은 지난 1일 오후, 가슴에 복받치는 무언가를 억누르며 홀로 조용히 대전 현충원 병사묘역을 찾았다.

6.25 전쟁 당시, 함께 전선을 넘고 넘던 동료 북파공작원 권봉화(2007년 4월 작고) 대원의 묘비를 찾아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까닭에서다.

육군 보명 9연대에 입대, 첩보부대 36지구대 1지대에 배속돼 북파 공작원으로서 활동하던 지난 1952년 8월부터 1953년 7월 27일 휴전 직전까지 당시 작전 수행중에 다쳐 귀도 잘 안들리고, 눈도 한쪽이 실명된 상태지만 아직도 살아숨쉬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먼저 간 권 대원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찾고 보니, 권 대원 위로가 아니라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울부짖고 말았다.

"권 대장, 내가 왔네. 그 고생하며 나라를 지켰건만 살아있는 내가 도리어 죽은 자네가 더 부럽네. 군인은 명예로 산다는데, 내가 이리도 명예롭지 못한 처지가 될 위기에 처했으니 죽은 권 대장께서라도 그 혼령으로 나의 억울함을 좀 풀어주시게나...내 금방 죽는 일 생겨도 눈을 못감을것같네. 죽은 혼령으로라도 나를 좀 도와주게나..."

당시 첩보부대 후신 정보사령부의 특수임무수행자보상심의위원회 소속 이 모 조사관과의 개인적인 알력으로 말미암아 이 조사관이 허위진술하는 바람에 전국 600여 회원들로 구성된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장까지 하고서도 졸지에 북파활동을 원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태를 빚고 만 안 전 회장.  

안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당시 생존해있던 권 씨 등의 진술에 힘입어 국무총리산하 보상심사위에서 당연히 인정받고 위로금을 받는 줄로 알았다. 하지만 안 전 회장은 이 모 조사관의 허위 진순 단 몇 마디에 의해 졸지에 보상이 취소되고 받았던 3700만원의 보상금조차 반환될 위기에 처했었다.

곧바로 서울행정법원에 보상금청구기각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 조사관의 진술에 의존한 법원판단으로 기각당하고 한 평생 가져온 명예가 땅에 짓밟히는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도리어 그에게 죄목만 덧씌워졌다. 죄목은  '공문서 및 사문서 위조와 동 행사' '인감도용' 등 온갖 좋지 않은 누명을 쓰고 말았다. 이어진 대법원 판단에서도 이를 돌이키는데는 역부족이었다.

◆ 보상은 커녕 덧씌워진 여러 죄목들

안타까운 것은 자신을 증언했던 사람들마저 이 묘역에 누운 권 대원처럼 하나 둘 세상을 뜨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와 함께 북파활동을 직접 나갔던 이들이 몇 남아 자신을 위해 증언해줄 수 있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또한 당시 정보사 보상처장이 "안 대장님은 당연히 특수임무수행자이지요. 아랫 사람들에게도 보상절차를 밟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으나 그가 곧바로 다른 사건에 연루되어 영어의 몸이 되는 바람에 보상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것이 일을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다고 안 전 회장은 말한다.

때문에 안 전 회장은 이제 남은 여생의 할 일이라면 자신의 명예를 확실히 회복하는 일이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닌다. 보상심의위의 한 조사관이 위증한 부분을 수사를 통해서라도 밝혀내고 그제서야 조용히 눈을 감고 싶은 생각뿐이다.

"심의 당시, 특수임무수행자단체 소속 600여 회원들의 대표자로서, 같은 동료들의 이것 저것들을 따지고 드는 조사관에게 기분이 너무 나빠 욕설을 퍼붓고 한 것이 화근이 되어 결국 일을 그르쳤던 것을 지금 무척 후회합니다. 하지만 진실마저 가릴 수는 없습니다."

그는 울분을 토하듯 계속해서 말한다.

"당시 조사관의 위증과는 달리, 각종 인우보증서와 대원들의 증언 등이 생생히 남아있음에도 조사관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국가마저 저의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나라가 사실을 밝혀내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를 위해 몸바쳐 싸운 젊은 용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상이 아니겠습니까?"

다행히 지난해 10월 2차 보상심의신청을 하라는 소식이 있어 일단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초대 북파공작원모임 중앙회장으로서 법적으로 패소한 것이 못내 부끄럽기도 하지만 진실을 가려내고 억울함을 신원하지 않고서는 눈을 감을 수 없다고 안 전 회장은 말한다.

그것만이 한 치 부끄럼없이 북파공작원으로서 혁혁한 전과를 올린 기억을 안고 언젠가 조용히 눈을 감을 것만 같다. 정말이지 젊은 날 북한 넘어갔다오는 것보다 몇배나 더 어려운 보상판결앞에 노병은 그저 울분만 삭이며 하루 하루 보낸다.

지금 돌이켜보면, 지난 2005년 정보사 특수임무수행자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보상신청을 내고 심사를
받던 중 이 모 조사관과 뜻하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싸운 일이 후회스럽기만 하다고 안교창(83. 대전시
유성구 외삼동 거주) 전 전국특수임무수행자회장은 말한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이 모 조사관이 당시 안 회장에 대해 "회장님, (안 회장님이 내게) 잘(조사를 받도록)
 해야 회장님이 보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 말하자 안 회장이 발끈했다.
"왜 내가 잘해야 하냐? 너한테 조사 안받겠다."

그걸로 모든 상황이 일그러졌다고 안 전 회장은 말한다. 일그러지다 못해 자신에게 덧씌워진 '사문서
위조와 인감도용' 등으로 인해 행정법원과 대법원에서 '보기좋게' 패소하고 말았다. 하늘 부끄럼없이
임무수행한 사람인데, 전부 조작돼 부적격 판정받은 게 억울하기만 하다. 한 마디로 보상심의위에 밉보인게 화근이었다.

때문에 안 전 회장은 이제 얼마남지 않은 여생을 자신에게 덧씌워진 불명예의 굴레를 벗겨내는데 쏟겠다는 입장이다.

"한치의 부끄럼없이 임무수행한 저를 일개 조사관의 악감정으로 저를 이렇게까지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것을 국가는 아는지 묻고 싶습니다."

국가에 대한 원망으로 남은 채 숨을 거두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목민(牧民)의 방법을 알고 실천한 안철수 의원
  • 대통령 윤석열이여, 더 이상 이재명의 꼼수에 속지 말라
  • 자신의 눈에 있는 '대들보'를 먼저 보라
  • 천하장사, 이봉걸 투병 후원회 동참
  • 세종시(을) 강준현 후보여 떳떳하면 직접 검찰에 고발하라
  • 제22대 총선의 결과와 방향은?
    • 본사 : 세종특별자치시 한누리대로 234 (르네상스 501호)
    • Tel : 044-865-0255
    • Fax : 044-865-0257
    • 서울취재본부 :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2877-12,2층(전원말안길2)
    • Tel : 010-2497-2923
    • 대전본사 : 대전광역시 유성구 계룡로 150번길 63 (201호)
    • Tel : 042-224-5005
    • Fax : 042-224-1199
    • 공주취재본부 : 공주시 관골1길42 2층
    • Tel : 041-881-0255
    • Fax : 041-855-2884
    • 중부취재본부 : 경기도 평택시 현신2길 1-32
    • Tel : 031-618-7323
    • 부산취재본부 : 부산광역시 동래구 명안로 90-4
    • Tel : 051-531-4476
    • 전북취재본부 : 전북 전주시 완산동 안터5길 22
    • Tel : 063-288-3756
    • 법인명 : (사)한국불우청소년선도회
    • 제호 : 세종TV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2
    • 등록일 : 2012-05-03
    • 발행일 : 2012-05-03
    • 회장 : 김선용
    • 상임부회장 : 신명근
    • 대표이사: 배영래
    • 발행인 : 사)한국불우청소년선도회 대전지부
    • 편집인 : 김용선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선규
    • Copyright © 2024 세종TV.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e129@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