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창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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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42
  • 이 승 희(시인, 뉴욕취재본부장)
  • 승인 2015.08.2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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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메르스 때문에 여름 한 철을 먹칠하듯 보냈다. 그리스 때문에 유로국들은 경제위기에 골치를 썩였다. 미국은 해결하지 못한 총기관리에 몸살을 앓고 있다. 드디어 남 캘리포니아 주의 샬롯 시에서 백인우월주의 신봉자 백인청년이 사건을 일으켰다. 스물 한 살짜리 백인 젊은이가 흑인교회에 들어가 총을 난사해 아홉 사람의 생명을 잃게 만들었다. 인종문제의 깊은 뿌리가 들어난 것이다. 미국 백인사회지도자와 흑인사회유력자들이 대국민 담화에서 용서와 이해 또 관용을 부르짖고 있으나 분노의 앙금은 가라앉는 듯 마는 둥 할 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있다. 앵글로 색슨계 백인 후손들은 300여 년 전의 선조들이 저지른 잘못을 전생의 업으로 받아 계속 신음하고 있다. 남부의 목화농장에서 작렬하는 땡볕 아래 농사일을 시키기 위해 신대륙의 점령자 백인들이 아프리카에서 건장하고 힘이 센 흑인들을 잡아 노예로 실어 날라 왔다. 그 몽매하고 순진한 흑인노예들을 동물취급하며 부려먹었다. 노예인신매매가 이루어진 것이다. 마침내 1865년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 후 자유의 시민이 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인종차별의 씨앗이 남아 있다. 용서를 빌고 관용을 베풀며 미국지도자들과 국민들이 흑백화합의 노력을 해왔지만 역부족이다. 아무래도 오랜 세월이 걸려야 해결될 것이 아닌가 싶다.
 
동일 민족으로 이루어진 한국사회에서도 양반 쌍놈의 계층이 있었다. 하지만 유교사상으로 배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선비사상이 존중되어 과거제도가 정착되었다. 소위 교육의 민주화가 은연중에 일어난 것이다. 머슴이라는 노예에서 석방되어 농촌에서도 우수한 과거합격자가 나올 수 있었고 그것에 의해 신분상승이 이루어졌다. 피부색이 같으니 미국 흑인들처럼 선조가 노예였다는 도장을 아무도 얼굴에 찍고 다니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마라톤경기에서 출발점이 뒤로 처져 있어 후손의 사회적 신분상승은 몇 배의 노력과 운이 있어야 했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도 따지고 보면 미국 흑인노예 자손이 아니다. 그의 부친은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어엿한 유학생이었고 어머니는 미국 캔사스 주 태생의 백인 여성이며 인류학자였다. 그러기에 오바마는 자부심 강하고 당당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미셸 영부인은 전통적 미국 흑인 노예가정에서 나온 후손이나 그녀의 선조에는 백인 대증조부가 있었던 흑백혼혈의 족보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어쨌거나 아메리칸 드림의 성공한 여성이다. 그만큼 미국사회는 항상 반성과 개혁을 소망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애를 쓰고 여론을 중시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으니 희망의 나라이기도 하다.
 
항상 지구는 돌고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 주변상황은 알게 모르게 수시로 변해 인간은 삶에 타협 적응하며 희망과 꿈을 추구한다. 인생은 전쟁터에서 일시적 휴전과 운 좋은 평화 상태를 누리며 잠시 조용하다가도 앞날의 예측을 불허하는 환경 속에서 뜀박질하는 격이다. 나의 뉴욕생활이 8년을 맞았다. 행운을 가져온다는 러키 세븐 Lucky seven’은 지났다. 그동안 유유상종으로 알고 지내던 은퇴나이 넘은 분들이 프리랜스 티칭 Freelance teaching’ 등으로 활약하시더니 한 분 한 분 이어서 세상을 떴다. 내 인간연결 고리가 끊어져간다. 친한 동창생들이 아직 살아남아 있어도 아파서 두문불출이다. 그래도 두서너 사람은 아직 버티고 있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필자가 여전히 저 넓은 태평양을 항공기를 타고 자주 건너다니고 있으니 용하기도 하구나.
 
장수하는 것은 좋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력으로 일상생활을 영유하고 있다면 말이다. 허나 문제는 여기에 있다. 동년배 친구가 줄고 자랄 때부터 말없이 서로의 환경을 이해하며 공통된 경험을 나누었던 친구가 없어지는 현상이다. 그것이 아쉽다. 50대 중장년 제자가 "선생님은 100세까지 사실 수 있으세요." 라고 말했을 때 친구가 하나도 없는데 그 상황이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더니 "제가 그때는 친구가 되어 드릴 게요"라고 한다. 그 사람도 그 무렵에는 70대 고개를 넘게 된다. 같이 늙어간다는 말이다. 세월은 틀림없이 흐른다. 무섭게 흘러간다. 지금은 80세가 넘어야 드디어 '노인시민Senior citizen'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부지런히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인생목표가 무엇이며 그들의 생각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열심히 노력해 알아봐야겠다.
 
북한이 비무장지대에서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는 위협적 소식이 들린다. 우리 부모님이 생존 시에 평화적 남북통일이 성취되기를 희망하시다가 세상을 떠나셨다. 필자도 생존 시에 남북통일이 된 대한민국을 보고 싶다. 피부색이 같은 우리민족이 인종차별 없는데도 왜 이렇게 정치적으로 강대국사이의 권력과 '이권다툼 Power games' 속에 휩싸여 희생당하는지 모르겠구나. , 힘내서 또다시 협상 타협해 평화적인 통일을 쟁취합시다.
 
 
                              이 승 희(시인, 뉴욕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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