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민표 어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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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민표 어묵
  •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3.1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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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파고다 공원에 가면 한 달에 한 번 ‘태민표 어묵’을 무료로 파는 손길이 있다. 어묵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떤 날은 ‘태민표 김밥’도 있다. 물론 무료다. 그러나 값으로 환산하기엔 너무나 세속적이라 계산기로도 값을 매길 수 없다. 봉사단체로부터 받는 도움도 없고, 국가로부터 지원도 받지 않는다. 아들과 딸이 돕고, 남편이 월급을 쪼개어 자금을 대며 전국에 있는 페친들도 거들어 준다. 물론 도움을 바라거나, 남에게 알리기 위해 어깨띠 두르고 요란하게 하는 게 아니다. 그런 행위는 정치꾼들이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의 어느 날 일기를 이곳에 옮겨보자.

2015년 10월 25일(일)

이번에 하는 일 준비하는 한 달 동안 마음고생도 심했다..

난 그저 내가 일주일에 두 번 다니며 보는 파고다 공원의 노숙자들과 소외된 어르신들에게 쌀쌀해진 날씨에 따뜻한 ‘태민표 곰국’ 한 그릇씩 해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100인분의 밥과 국을 준비하려 했는데 목사님께서 처음부터 그렇게 경험 없이 시작하면 뒷감당을 못한다고 하셔서 생각해낸 것이 식사할 수 있는 쿠폰을 파고다 공원에서 노숙하시는 분들께 나누워 드리고 주변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시게 한 다음, 나중에 내가 돈을 지불하는 형식을 취하면 주변식당에도 수익이 나니 일석이조라는 생각을 하며 식당 몇 곳에 들려 주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상인들이 좋아할 거란 내 생각은 참 어리석은 생각인 것을 알게 되었다.

식당주인들은 노숙자들이 자기네 가게에 들어오는 것조차 싫어했다. 가게 이미지 손상시킨다며 자세히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도 안했다..

그날은 그렇게 어두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2015년 11월 15일(일)

갱년기 주부의 우울증은 하고자하는 일이 벽에 부딪혔을 때 더 강하게 밀려오는 듯했다.

갈등과 고민이 깊어져 갈 때, 사춘기를 겪느라 고생이 심했던 딸아이가 힘을 실어줬다.

 "엄마, 엄마가 하려는 건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이잖아.. 그럼 그냥 하는 거야.. 또 엄만 하지 말라고 해도 할 사람이고 언젠가는 또 해야만 하는 사람이니 힘을 내" 하며 용기를 주었다. 사춘기를 겪느라 엄마와의 갈등도 심했던 딸 양서연. 그가 지금은 심리적으로 성숙한 성인이 되어 엄마 곁을 지켜주는 것이다. 고맙다. 탈선하지 않고 자라준 것이 고맙고, 엄마 곁을 지켜주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남편이 옆에서 거들었다.

“손쉬운 김밥이나 따뜻하게 데운 어묵을 드리는 것이 어때?”..

그래, 참 그게 좋겠다. 나는 남편의 손을 잡아 내 어깨를 감싸게 했다. 품에 안기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든든한 동반자요 호위무사(護衛武士)인 남편. 그리고 우리 가족의 해결사(解決士)!

남편은 지금까지 웃음으로 나에게 힘을 실어줬고, 땀으로 가족을 지켰던 것이다.

    

당장 실행으로 옮겼다.

딸아이 손을 잡고 우리 동네 김밥집으로 달려갔다. 100개를 준비했다. 어묵은 깡통으로 되어있는 것을 주문해서 뜨거운 물에 끓였더니 파고다 공원에 가도록 식지 않고 따뜻했다. 그런데 어묵을 받아드는 노인들의 손길은 차가웠다. 추운 날씨 때문이다.

연말이다. 정치권 때문에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지난 주말엔 처음이라 몇 분 안 오시더니 오늘은 100개를 다 나누어 드렸는데도 뒤에는 많은 분들이 줄을 서 계셨다. 미안했다. 어느 어르신께서는

"이럴려면 하지 마" 하며 꾸중도 해주셨지만 별다른 해결책은 없었다. 그저 미안 할 밖에.

집을 나설 때 남편의 말이 생각났다.

“여보, 오늘은 100명분 가지곤 모자랄 걸. 좀 더 준비하지 그래”

그러나 난 경험이 없었다. 준비해간 것 가지고 나누어 드리면 되는 줄 알았다.

다음엔 11월 22일에 다시 온다는 손편지.. 아니 손메모를 남기며 돌아왔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 다음 일기는 필자가 모른다. 다만 태민여사는 실패의 경험을 거울삼아 오늘도 하던 일을 계속하리라 믿는다. 남을 위한다는 핑계보다는 그것이 자신을 지키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남들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또는 같은 하루를 보내면서도 어떤 사람은 불평하는 생활을 하고, 어떤 사람은 행복한 맘을 가지고 생활 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뭘까?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잃은 것만 생각하고, 행복한 사람은 얻은 것만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태민여사는 얻은 것만 생각하며 행복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할 것이다. 내 가정엔 엄마를 이해하는 사랑스런 아들과 딸이 있고, 든든하게 지켜주는 호위무사도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전국에서 댓글로 힘을 실어주는 수 천 명의 페친들이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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