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11월 1일에 뉴욕지역의 관공서와 학교가 열리며 단축된 시간이지만 도서관도 열려 주민들이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뉴저지 주는 피해가 심해 정전에다 교통마비, 상가, 은행, 학교가 폐쇄되고 정상업무가 마비되었다.
공화당 주지사와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이 협력해 비상사태를 해결하는 노력을 보여 주민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쿠오 뉴욕주지사와 부름버그 시장이 곳곳에 있는 허리케인 재해지역들의 복구가 진행되어가고 있다고 방송했다. 뒤집어지는 우산과 씨름하며 모자를 날리던 보행자들은 햇빛아래 밝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희망찬 걸음을 걸을 수 있으니 이것이 인간의 삶의 현실이며 아름다운 현상이구나 하고 느꼈다. 인생은 항상 배우고 역경을 극복하며 살만한 즐거움이 있다.
아무 재앙은 없었지만 불안한 ‘샌디’ 습격에 대비해 필자는 차분한 마음으로 음악과 간간의 뉴스를 들으며 독서를 시도했다. 인간은 요람부터 무덤까지 삶의 시련을 겪으며 극복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슬기를 기른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면서 말이다.
첫째는 인간의 성품형성에 환경의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생각했다. 다음에는 어렸을 때 가정환경, 즉 동거 동락하는 가족들과의 인간관계가 정서교육과 삶의 기술과 지식을 얻는데 기본 틀의 바탕이 된다고 믿게 되었다.
글과 셈을 배우기 시작하는 유치원부터 중고등학교의 공적 의무교육이 끝나면 배움의 과정이 마무리되는 듯이 착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아니다. 숨이 끊어질 때까지 인간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운다.
필자는 ‘내 나이 또래’세대와 동창생들을 살펴보니 "노년에 접어든 여성으로서 얼마나 다른 환경과 다양한 경험을 하고 배워왔는가?”를 돌이켜보게 된다. 그러니 필자 자신이 "행운이 많이 깃들었던 인생이었구나"하는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온다.
21세기에 들어서 한국에서도 남녀동등권을 내세우고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찍이 60-70년 전만해도 농촌에서는 여아들이 초등학교도 못 마치고 농사와 가사를 도왔다. 지금도 세계 여러 곳에서 그런 나라들이 후진국을 면하지 못 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꿈과 잠재된 재능과 능력을 발휘해볼 기화도 가져보지 못했고 농촌의 고향 밖을 구경도 못 해보고 숨을 거두게 된다면…
허리케인 재앙에 미국대통령 선거전이 좀 주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후보에게 “자기는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지만 당신은 쇼핑 몰” 을 살려고 다닌다며 재벌에 대한 공격과 사회 환원에 대한 의무를 문책했다. 롬니 선거인단은 엄청난 선거자금을 갖고 기업인들에게 자기가 당선이 돼야 기업이 살고 회사원 직장도 늘고 실업이 준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허리케인 '샌디'가 오바마 대통령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여론조사가 말한바 있다. 모든 일은 마지막 운인 알파가 트럼프의 조커역할을 하는 것이 인생지사다. 11월 6일 결판은 오바마의 쾌승이었다.
한국도 대선의 선거전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문재인과 안철수 야당 후보는 여당 여성 대통령 박그혜 후보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쯤 한국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승 희(시인, 뉴욕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