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인류가 겪는 일을 옆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알게 되는 ‘디지털시대’에 살면서 옛날식 사고방식으로 살고 있는 노년층은 디지털 그 자체를 이해하기도 힘들고 급속도로 변하는 세상을 따라가기도 벅찰 만큼 신기한 삶을 여위하고 있는 것이다.
40년 전쯤 필자가 처음으로 음성문답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 놀라움, 기계와 대화를 나눈다는 혼란스러운 느낌 그리고 형언하기 어려운 불편은 지금도 회상하기 싫은 추억이다. 내가 문의하는데 녹음된, 감정 없는 목소리가 용건에 따라 어떤 번호를 누르라고 명령할 때의 그 기분은 마치 로봇 사회로 들어가는 듯한 소외감과 서글픔을 느꼈다.
예전처럼 문의하면 친절하게 도와드리겠다고 일일이 지도하고 협조해주던 안내원이 그리웠다. 반갑고 좋아서 쓸데없이 더 대화를 연장하는 기현상도 있었지만 역시 백화점에서 쇼핑하러 가서 사든 말든 점원이 상냥하게 상품을 보여주는 그 전통적 ‘고객과 판매원’의 대화는 정겹다. 물론 복잡할 수도 있고 불협화음으로 껄끄러운 인간관계를 형성해서 갈등 속에 일이 성사되기 힘들 때도 있다.
많은 말로 상담하고 거래하는 분위기와 마음가짐은 요즘처럼 모든 게 효율적으로 빨리 성사
되어야 하는 시대에는 시간낭비며 불필요한 교섭절차일지 모른다. 그래서 ‘이베이 쇼핑(eBay Shopping)이 일찌감치 등장했었나 보다. ‘이베이 쇼핑’은 인터넷을 통해 여러 장르에 걸쳐 온라인으로 세계 각국의 상품시장 매매거래를 한다.
부동산 경매까지도 할 정도로 무궁무진한 영역에서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 시장은 바로 세계적 시장인 것이다. 국경과 민족과 언어를 초월해 이루어지니 참으로 놀랍고 신기하지만 필자는 여전히 옛날식을 선호하니 구식사람임이 틀림없다.
새해에 들어서면서 몇몇 나라에서 지도자의 교체가 있었다. 그중 한국과 밀접하게 외교관계를 가진 강대국들의 지도자들이 바뀌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했고 일본에
서는 보수 세력인 자민당의 아베가 수상이 되었다. 중국은 시진핑 공산당 서기장이 후진타오를 계승했다. 한국에서는 최초로 여성대통령이 당선됐다.
미국의회 의원들의 출석 모자이크 그림이 조금씩 변하는 상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수민족의 하원의원 수가 늘어나며 상원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 보수주의의 백인우월주의자 같은 ‘티 파티(Tea Party)’도 힘을 기르고 있다. 옛 시대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백인의 노골적 시위도 일어나며 인종차별의 충돌도 가끔 볼 수 있다.
흑인은 고사하고 남미 라틴계 스페인의 불법체류자 증가에 대한 불만은 놀랄 만큼 크다. 이민법 개정에 부모, 형제의 초청을 금지하자는 법을 포함시키자고 한 공화당 의원이 제안도 했다. 디지털시대에 들면서 범죄종류도 다양하고 고차원의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범법이 이루어지며 거기에 대처하는 법제도 역시 신속하게 개정되고 입법을 한다.
무식한 사람은 무엇을 범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범죄자가 되기 일쑤이다. 전쟁에서 적을 무찌르는 게 영웅인데 착각에 사로잡힌 정신질환자 제대군인은 일반 어린이와 약자를 총격해 살인한다. 인내와 용서 같은 미덕은 사라지고 자유롭게 취득한 총으로 분노의 발산을 감행한다. 컴퓨터 게임에서 보듯이 마구 난사한다.
이런 참혹한 불상사에 대해 미국은 세계 최대강국으로서의 책임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책임을 강력히 수행하자면 여러 가지 어려운 일도 생길 수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강조하지만 모순도 많이 생기는 연유가 그래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라는 말을 다시 정리할 때가 된 듯하다. 어떤 철학자가 “자유는 극기다”라고 했다. 불교식으로 풀이하면 극기는 마음속의 악마를 죽이고 천사로 채우도록 도를 닦으라는 말이다. 즉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인간의 욕망을 비우는 도를 닦는 수양을 가리킨다.
모든 세계종교가 물론 인간의 본능과 욕심을 절제하는 미덕을 기르도록 교훈한다. 이슬람종교에서도 기독교에서도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님을 본받아 십계명을 지키며 선행을 하며 살라고 한다. 개인의 자유라는 명분하에 방종행위를 하여 사회적 범죄자가 되면 거기에는 제한된 선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처벌법이 있다.
얼마 전에 뉴욕에서 컴퓨터 천재 아론 스월츠가 26세에 자살로 일생을 마쳤다. 이유는 디지털시대에 잇어서 개인의 자유행동에 필요한 한계를 몰랐다는 것이다.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다”라고 믿고 디지털 범죄를 마구 저질렀던 것이다. 해킹만이 아니라 자기가 만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가지고 국적에 개의치 않고 대형회사의 기술정보를 빼내고 국가의 기밀정보도 도용해 수습할 수 없을 정도의 범죄를 저질은 결과를 가져왔다. 이 엄청난 온라인 활동을 ‘완전한 자유의 신념’에서 그 한계를 모르고 훔쳤다는 것이다. 그 범죄대가를 감옥에서 일생을 바쳐 치르게 될 판이었다. 이런 비극이 어디 있는가!
북한의 김정은도 섭정하는 친척과 늙은 장군들의 꼭두각시로서 어린 지도자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무모한 도박을 하고 있다. 북한주민의 생계와 굶주림을 희생시키면서 핵실험과 핵무기발사를 미국을 겨냥해 강행한다고 폭언을 하니 아무리 봐도 이래서는 안 된다. 국가원수이든 장군이든 한번쯤은 범세계적 인류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의 권리와 의무를 지키며 개인의 자유를 믿고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는가를 성찰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인간의 가치와 도덕적 규율은 불변하는 것이다.
이 승 희(시인, 뉴욕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