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여야정당의 지도부가 발끈했다.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입을 모아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모처럼 300명의 국회재적의원 74%나 되는 222명이 찬성해서 통과시켰다는 사실을 무슨 영웅적인 전승기념이라도 해야 되는 것처럼 들먹이며 야단이다. 택시업계야 물론 덩달아 법석을 떤다. 지역별로 시위를 하고 전국화까지 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소란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택시법이 정치가 만든 ‘막가파식 법안’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만든 ‘마녀의 술수’이기 때문이다. 정치공학적 이득 챙기기만을 최종목표로 삼아 마련했기에 막가파들의 행태를 연상케 하지 않는가. 그런가하면 이를 바탕으로 대중교통의 개념도 채 터득하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거수 동의해 버렸으니 동화속의 마녀가 심술부리는 장면이 상기되는 게 아닌가.
이 어지러운 갈등현상이 민초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일반서민은 정작 대중교통인 버스나 기차를 탄다. 어쩌다 다급한 경우에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택시는 버스나 기차보다 요금이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드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착각하는 국회의원들이 그래서 무식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택시라는 말 자체부터 따져 보자. 대중교통과는 상관이 없다. 택시는 본시 ‘하이어(hire)'라는 말로 쓰였다. 중학생 시절에 큰 길을 미끄러져 가는 세단을 가리켜 ’하이어‘라고 가르쳐 주신 선생님의 말씀이 다름 아닌 ‘전세’의 뜻이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택시 댄서(taxi dancer)’는 직업 댄서를, ‘택시 플레인(taci plane)’은 전세 비행기를, 그리고 ‘하이어’는 임차(賃借)를 말한다.
합승금지까지 법으로 정해서 자동차의 이용자가 요금전액을 부담하면서 승차하는 게 택시라는 사실을 망각한 국회의원들이야말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만도 못한 지식과 지능을 가지고 국사를 논의하는 꼴을 보여준 게 이번 택시법 소동을 초래했다. 그러니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닌가. 선거를 치루면서 오로지 승리쟁취라는 고약한 마약에 도취되어 이성을 잃었던 것인지 묻고 싶다.
일찍이 택시제도를 시작한 운수산업의 종주국이나 창시자가 꿈에도 꾸지 않은 ‘택시=대중교통’의 등식을 만들어 착하고 가난한 국민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정치무뢰한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함성을 경청하는 예법을 국회의원들이 서둘러 배우라고 타이르고 싶어 하는 사회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한 푼의 돈도 안 내고 하루만 입적을 해도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게 만든 그들이니 이 민초들의 한숨어린 고함이 들릴리 없을 게 뻔하다. 그게 정말 슬픈 것이다.
아무리 선심을 쓰고 택시운전사들의 전파력을 이용하는 ‘표 모으기’에 바쁘다 해도 서민의 두서너 배나 많은 나랏돈을 쓰고 거의 무한대의 대접을 받는 국민의 대변자(assemblyman)요 입법참여자(lawmaker)가 택시법 같은 엉뚱한 발상일랑 제발 고이 접어 두는 슬기를 갖기 바라는 사람이 참으로 많다는 걸 제발 눈치라도 채라고 일러주고 싶다.
택시는 하이어하는 것이다. 대중교통은 수많은 사람의 무리가 편하고 쉽게 타고 다니는 것이다. 들어보자. 대중가요는 널리 대중이 즐겨 부르는 노래이고 대중탕은 일반인들이 함께 이용하는 목욕탕이며 대중문학은 순수문학을 일컬으며 대중식당은 많은 사람이 싼값으로 간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마련된 식당을 가리킨다.
그러니 대중사회의 인기를 얻으려면 부디 ‘전세’ 보다 ‘대중’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진리를 제대로 터득할 때 면장도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곰곰이 익혀 두는 게 좋을 것이다.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