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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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 文 熙 鳳(시인·평론가)
  • 승인 2016.11.3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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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 熙 鳳(시인·평론가)

  인생을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로 갈등을 겪을 때가 있다. 삼각지 로타리에서 좌로 갈까 우로 갈까 방황할 때가 있다. 이런 때 현명한 지혜가 발동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큰 화를 자초하게 된다.

  위기의 순간을 지혜롭게 이겨내기 위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건 장마를 대비한 수해대책 수립과도 같다. 결코 짧지 않은 인생길, 넉넉하고 풍요로운 생을 위해 유비무환하는 삶은 아름답고 진지하다.

  적재적소란 말의 의미는 언제 들어도 참신하다. 물건이나 사람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가치를 발휘한다. 아름답게 보인다. 자연적인 것도 그렇지만 인위적인 것은 더욱 그러하다.

  밭은 농작물이 자라는 곳이다. 잡초가 자라서는 안 되는 곳이다. 그런데 잠시 눈을 팔면 잡초가 뿌리를 내린다. 그리곤 떠날 생각을 않는다. 오히려 주인 행세를 한다. 뽑아내도 뽑아내도 근절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사람의 힘이 동원된다.

제초제가 뿌려진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없앤다. 고개 숙인 잡초들의 최후를 보며 인간은 쾌재를 부른다. “잡초 없는 밭이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시행착오를 겪을 때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용기가 생긴다. 말 한 마디로 도와주는 것이지만 베풂을 입은 사람의 입장에선 그게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은혜를 입은 당사자는 평생을 잊지 못한다. 확실한 연결고리로 단단히 고정 되어 떨어질 수 없게 된다.

  나는 고등학교 입학시험장에서 졸았다. 남들은 열심히 시험에 응하는데 난 3시간 시험 시간 중에서 마지막 시간인 영어 과목 시간에 몇 문제 풀다 말고 잠이 들었다. 침을 질질 흘리며 잠을 잤다. 왜 그랬는지 모른다. 전날 잠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 결과는 뻔한 일이었다.

 그 때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 같아서는 당시 감독관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고픈 심정이다. 입학고사장에서 응시생이 처음부터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한 번쯤은 물어보았어야 했다. 아파서 그러고 있느냐고 물어보았어야 했다. 시험 끝 종이 울리고 나서야 답안지를 제출하라고 깨웠으니 말이다.

  난 그때부터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크게 받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 순한 양이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양치기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우리 안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후 내 인생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색은 갖추었으나 날지 못하는 연이었다. 수태를 못하는 불임인간이었다.

  한 잔 술로 취하는 여행길이라는데 내 여행길은 피로가 덕지덕지 묻어 혈색을 어둡게 한다. 길을 잘못 들었는데도 바른 길로 안내해주는 사람이 드물다. 오히려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이려니 생각하고 바라보기만 한다. 자기들과는 노선이 다른 사람으로 여기고 같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조직의 발전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찬물에 기름 격이고, 기름 속의 찬물 격이 되고 만다.

    

  그럴수록 정체성을 살려야 하는데 나는 의기소침해지고 의욕을 잃어갔다. 한 번 동지는 영원한 동지가 아니던가. 적도 끌어안고 살아가는 세상인데 한 번의 시행착오를 영원한 적으로 만들어가고 있으니 세상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깃을 세우고 으르렁거리는 파도와 온몸으로 부서져 내리는 바다에서는 처신을 잘해야 한다고 하는 가르침을 건성으로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몸을 함부로 내놓았다간 해신의 장난질에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하룻강아지처럼 살아온 내가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시리도록 아픈 달빛을 실컷 바라보았다면 한 번쯤 황홀한 태양도 가까이 하는 영광이 주어져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 주위 사람들은 잃은 것 없이 많이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의 마음은 왜 계속 겨울일 수밖에 없는가.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은 항해자는 끝자락 어딘가에 육지가 있을 거라는 꿈이 있기에 사나운 파도와 싸우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법이라는데 나는 지금도 방황 중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맑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어두운 세상 하품하는 새 한 마리가 무거운 듯 갸우뚱 날고 있다. 꼭 내 모습 같다.

  이렇게 힘이 들 때면 코딱지 달고 다니던 어린 시절이 새삼 그리워진다. 초등학교 시절 맨몸으로 멱 감던 벌거숭이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열정적으로 살았다면 배터리 교체가 안 되는 것에 그다지 실망스러워 할 것도 없는데 난 그렇게 살지 못했는가 보다.

  그러나 나이는 먹었을지라도 내일은 찬란한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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