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갱년기, 그것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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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갱년기, 그것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다.
  • 민효선 / 수필가
  • 승인 2017.02.01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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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효선 / 수필가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오승근이 노래한 ‘내 나이가 어때서’의 일부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

오늘은 친구 승경이의 생일이다. 그래서 승경이의 생일 축하를 핑계로 또 모였다.

케잌에 큰 촛불 다섯 개와 작은 촛불 두 개를 밝히고 생일 축하노래 대신 오승근 의 ‘내 나이가 어때서’로 대신했다.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

눈물이 나네요.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작은 불꽃을 일으키던 크고 작은 촛불들이 ‘훅’ 하고 꺼진다.

노래를 부르며 손뼉까지 쳐대는 우리는,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도 하지 않는 무서울 게 없다는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이다.

    

언제부터인가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생일날이 쓸쓸하기만 했다. 내 생일이 뭐 별거냐며 그냥 지나쳐버리는 해도 있었다. 그런데 갱년기 즈음의 여자들 맘인가? 친구들과도, 모임에서도 생일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내 생일날만큼은 촛불 앞에 환히 웃고 싶었다. 축하 받으며 행복하고 싶었다. 나를 스스로 대접해 주고 싶은 여자들의 변화인 듯싶다.

촛불을 불어끄는 승경이 입에 행복이 담겼다. 그 커다란 두 눈동자에 아이들처럼 활짝 웃고 있는 세 여자가 보인다. 우린 만나면 좋다. 그냥 좋다. 나이 들어가며 친구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윤경이가 멋진 숄을 내어민다. 작년 여름 미욱이 생일에 예쁜 양산을 선물로 내어 놓더니 오늘은 각자에게 잘 어울릴 만한 숄을 내어민다. 고민한 흔적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색상이다. 정작 가격 때문에 본인 것은 사질 않은 그 맘이 짠하니 전해온다.

말하지 않았어도 서로를 생각하며 선물을 준비해 온다. 서로의 맘 씀에 감격한다. 소소하지만 이 작은 행복을 만끽하며 하하 호호. 포장이 화려한 빨간 화장품을 내어놓는 승경이의 손을 보며 우린 또 한 번 환호하며 즐거워한다. 그랬다. 의미를 두고 싶었다. 행복한 추억을 함께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이 학업 때문에 모두 집을 비우면서 빈 둥지 증후군인지, 또는 갱년기(更年期) 증후군인지, 무언지 모를 감정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날보다 우울한 날들이 많아지고 무력해지고 있음을 느끼며, 목적 없이 살고 있는 나는 어디쯤에 있는가? 무얼 위해 살고 있는가? 라는 반문을 수 없이 하게 되었다.

몇 해 전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에서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가 잠시 나왔었다. ‘치타 여사’ 역을 맡은 라미란 배우가 갱년기(更年期)증상으로 인해 감정에 손상을 받아 예민해지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의지와 상관없는 그 일로 가족 모두는 그녀의 눈치를 보며 살얼음판 속에서 배려 아닌 배려를 한다. 예민한 치타 여사를 보며 흡사 내 애기인 듯, 서글픔을 느꼈던 드라마로 기억에 남는다. 그즈음 내가 그랬다. 그녀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여자들에겐 변화가 온다. 근 40년을 한 달에 한 번 마술에 걸려 생물학적 기능을 하고 살았는데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온 호르몬 변화는 반갑기도 하지만 이젠 여자가 아니라는 증명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하며 ‘우울’이 벗하자며 찾아오기 시작했다.

아침, 거울 앞에 선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에이“ 축 늘어진 주름을, 피부를, 못나 보이는 얼굴을 애써 외면해 버린다. 우울로 시작하는 아침이다.

계절만 바뀌어도 정리해야 하는 일들이 있듯, 가을인지 겨울인지 모를 이 계절의 틈에서 어찌 혼란이 없을 수 있겠나. 생리를 함으로 인류의 발전에 모성의 역할을 얼마나 잘 감당했단 말인가. 여성성의 상징인 생리가 완경(完經)을 맞음으로 이 틈에 갱년기(更年期)가 찾아온 것이다. 자연스런 일생의 변화를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괴로워하지 말자. 우울해 하지 말자. 그 동안 열심히 일하느라 부려먹은 몸과 맘을 귀히 여겨야 할 때인 것이다.

 

친정집 뒤 울 안에 대추나무가 한 그루 있다. 언젠가 친정집을 찾았을 때 붉은 대추들이 주저리주저리 열인 것을 보았다. 앙증맞은 대추들을 보는 순간

저들이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바람에 시달리고 따가운 햇볕을 견디기도 했을 것이며 세차게 불어오는 태풍에도 수차례 씩 시달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무서리도 내렸을 터이고 어두운 밤을 혼자 지새우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 따가운 햇볕과 비바람 속에서도 잘 견디었기에 성숙한 열매로 드러나 보이는 대추들이 갱년기를 맞아 우울증에 시달리는 우리 주부들에게 깨달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오늘 이처럼 인간으로서의 성숙함을 맞이하는 것처럼 우리 인간들도 그 열매를 얻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던가. 행복할 의무와 행복할 권리를 갖기 위해 갱년기 여성들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인생길을 찾자.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새로운 문이 열린다. 그 문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갱년기! 인생을 다시 시작하라는 갱년기.

내 남은 인생의 여백을 알차게 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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