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이 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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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담이 주는 선물
  • 文 熙 鳳(시인·평론가)
  • 승인 2017.02.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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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 熙 鳳(시인·평론가)

무심코 던진 말이 상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웅덩이의 개구리는 생명을 잃는다. 농담은 생활을 즐겁게 만든다. 하루에 한 가지씩 센스 있는 개그를 만들어 쓰면 좋다. 그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즐거워진다.

주위를 덥게 해주는 한 줌의 햇볕처럼, 어둠을 밝혀주는 한 줄기 햇살처럼 나는 서로의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주고 밝혀주는 긍정적인 말, 희망의 말, 사랑의 말을 하는 것에 인색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오해를 살 짓을 했더라도 자초지종을 살펴보고 빨리 이실직고하여 오해를 풀었는지 되돌아본다.

한 스님이 젊은 과부 집을 자주 드나들자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좋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며 스님을 비난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후 그 과부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제서야 마을 사람들은 스님이 암에 걸린 젊은 과부를 위해 기도하고 돌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가장 혹독하게 비난했던 두 여인이 어느 날 스님을 찾아와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 그러자 스님은 그들에게 보릿겨 한 줌씩 나누어주며 들판에 가서 그것을 바람에 날리고 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보릿겨를 날리고 온 여인들에게 스님은 다시 그 보릿겨를 주워오라고 하였다. 여인들은 바람에 날려버린 보릿겨를 무슨 수로 줍겠느냐며 울상을 지었다. 스님은 여인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말했다. ‘용서해주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담지는 못한다.’고.

험담을 하는 것은 살인보다도 위험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살인은 한사람만 상하게 하지만 험담은 한꺼번에 세 사람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첫째는 험담을 하는 자신이요, 둘째는 그것을 반대하지 않고 듣고 있는 사람들이며, 셋째는 그 험담에 화제가 되고 있는 사람이다.

남의 험담을 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마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식사 후 적극적으로 밥값을 계산하는 이는 돈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돈보다 관계를 더 중히 생각하기 때문’이고, 일할 때 주도적으로 하는 이는 바보스러워서 그런 게 아니라, ‘책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 다툰 후 먼저 사과하는 이는 잘못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상대를 아끼기 때문’이다.

늘 나를 도와주려는 이는 빚진 게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기 때문’이며, 늘 카톡이나 안부를 보내주는 이는 한가하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늘 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관 속에 들어가서도 막말은 하지 말라 했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가 두부 사 온다.’는 속담을 의식적으로 기억하면서 나는 아무리 화가 나도 극단적인 막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랑의 인내를 실습한다. 남에게 들은 말을 어설프게 전달해서 평화보다는 오히려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어리석음에 빠져들지 않는 지혜를 지니게 해달라고 오늘도 기도한다.

    

서로 살 부비며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참으로 어렵고 또 중요한 문제다. 특히 ‘아무에게도 적이 되지 마라.’는 말은 무섭고도 엄중한 경고처럼 들린다. 누군가와 ‘적’이 되면 아무리 피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주저앉히기도 하고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말은 힘이다. 에너지다. ‘당신 힘 들지?’ 이 말은 말이 아니라 사랑이다. ‘이걸 일이라고 했어?’ 이 말은 말이 아니라 살인이다.

말하는 것도 습관이다. 함부로 하다 보면 그것이 몸에 배어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된다. 입이 벌어지지 않아도, 눈 한 번 딱 감으면 용서가 되고, 이해가 된다. 일상처럼, 버릇처럼 많이 사용하고 많이 사용하려 노력하면 안 될 일이 없다. 그것이 사랑이고 행복이다.

잘못 사용한 말은 즉시 지우개로 지우는 것이 좋다. 먼저 내 맘의 오해를 지워내고, 그 다음 상대의 허물을 지워내면 그렇게 지워진 상처와 허물 위에 새로운 사랑과 희망의 싹이 다시 돋는다. 용서는 아름다운 인생의 지우개다.

말 한 마디 잘못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누군가를 쓰러뜨리는 일은 죄악이다. 희망은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의 몫이다. 먼저 용서하는 슬기를 발휘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별것도 아닌 일로 말을 잘못하여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볼 일이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들었어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해 본다. 그러면 한결 좋아진 따뜻한 기분을 가지게 된다. ‘그럴 수도 있지.’는 사랑과 이해와 관용이 담긴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말이다.

한 어머니의 말이다. ‘네 딸 못 생겼다고 소문 다 났어.’ 그래도 화가 안 난단다. 사실이 아니니까. 웃음으로 넘길 수 있다는 것은 고도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겠다.

 

※ 스님의 이야기는 SNS에 올라온 글에서 인용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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