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효문화진흥원 개원이 드디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2012년 유치에 성공하고 몇 년간의 공든 탑이 이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중구 안영동 소재 뿌리공원 아늑한 터전 위에 ‘효테마파크’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멋진 모습으로 탄생했다.
효문화진흥원은 효에 대한 교육과 체험을 위해 5개의 전시실, 400석 규모의 대강당, 연구실과 강의실 등을 갖췄다.
작년 가을에는 효문화 진흥에 열의를 갖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자원봉사자를 공개 모집, 치열한 경쟁을 뚫고 40여 명이 최종 선발됐다. 그 40여 명이 개원 한 달을 앞두고 효문화진흥원에 모였다. 3일간의 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치열한 경쟁을 통과한 분들이어서인지 대단한 열정과 집중력으로 교육에 임했고, 효를 전파하려는 의지와 각오가 뜨겁게 전해졌다.
효는 먼 옛날이야기처럼 인식되는 게 요즈음 현실이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조차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 불렸던 효의 의미가 사라져 가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그런데 내 고장 대전에 효문화진흥원이 개원함은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을 마치고 전시실을 둘러보노라니 아이들과 어른들의 눈높이에 세세히 신경 쓴 흔적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기심을 유발하는 조형물들이나, 시대를 넘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효의 정신을 다양하게 5개 전시실로 분류해 차별성을 둔 것도 학습하는 이들에겐 이해와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또 가정과 국가와 세계로 뻗어나가는 나눔의 효, 실천의 효를 통해 한국의 효가 세계 속에 우뚝 서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발판의 역할을 효문화진흥원이 해내리라 확신한다.
교육에 참여함이 영광일 것이라 했는데 참말로 그랬다. 교육하는 내내 가정과 국가에 대한 생각들이 재정립되는 듯했다. 아마도 자원봉사를 통해 누군가에게 전달자가 되기 이전 나 자신에게 커다란 교훈을 주는 봉사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니 영광인 것이다.
그리고 처음 듣는 이야기도 참 많았다. 그 중 장시성 원장님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퍽 감동적이었다. 효를 상징하는 까마귀, 청개구리, 양, 가물치, 대추나무 등. 그 중 가물치에 대한 얘기는 특별히 더 기억에 남는다.
가물치는 알을 낳으면 바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어미는 보이지 않으니 먹이 사냥을 할 수가 없고, 그저 배고픔을 참으며 조용히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부화돼 나온 수천 마리의 새끼들이 어미의 그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천부적인 발현(發顯)이던가?
한 마리씩 자진해 어미 입속으로 들어가 어미의 굶주린 배를 채워 어미를 살려낸다고 한다. 어미 가물치가 기력을 회복할 즈음이면 남은 새끼의 마릿수는 십분의 일조차 안 된다고 한다.
어미의 희생은 모성애 강한 연어를 통해 익히 많이 들었다. 하지만 어미를 위한 새끼 가물치의 희생은 참으로 놀라웠다. 미물에게조차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불효의 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장 원장님의 말씀을 통해 가물치의 이런 사연을 알고 나니 너무 부끄럽고 가슴이 아파왔다. 순간 부모님께 그동안 행했던 불효의 마음을 반성하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나에겐 친정 부모님께서 생존해 계시고 시어머님도 계신다. 그분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는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지금 효문화진흥원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다. 아직 겨울인데도 내리고 있는 저 비는 내릴 조건만 되면 계절에 관계없이 내린다.
우리는 모두 부모님의 자녀들로 태어나 그 보살핌을 받고 살아가고 있다.
공경해야 할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주저하랴?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