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가 단돈 오만 육천팔백 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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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화가 단돈 오만 육천팔백 원으로
  •       남상선 / 수필가
  • 승인 2017.04.03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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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상선수필가

한여름이 가기 전에 지인들 식사 모임 한 번 갖자는 마음으로 <자미>에 예약을 했다. <자미> 음식점은 부담이 안가는 가격대로 음식도 맛있고 주인아주머니 아저씨가 순수하고 따뜻한 인간미가 있어 정감이 가는 집이다. 거기다 두 분은 아침마다 도솔체육관에서 실내 배드민턴을 같이 해서 그런지 아침 운동 때 만나지 못하면 다음 날을 기다리지 못하고 전화기에 손이 자주 가게 하는 분들이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의 부류를 보면 한 번 만나고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고, 늘 함께 있어도 좋을 만큼 호감이 가는 사람도 있다. 또 만남 자체가 무덤덤한 사람으로 만나지 않는 것 자체가 서운할 게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잠시라도 못 보면 궁금하고 보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용건이 없어도 목소리 한 번 듣고 싶은 마음에 수화기를 들게 하는 위력이 있다.

또 사람 중에는 은연중 마음속에 늘 함께하는 분이어서 잠시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없는 시간 만들어 식사 한 끼라도 같이 하고 싶고, 차 한 잔이라도 함께 나누고픈 생각이 나게 하는 사람이리라.

한편 자주 만나기는 해도 사무적인 만남으로 정감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잊으려 애를 써도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과 아쉬움으로 도배하는 사람도 있다. 만났다가 헤어진 사람이 오히려 앓는 이 빠진 것보다 더 시원하게 생각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우리 자신들은 상대방이 어떤 느낌으로 만나 주는 삶을 살고 있을까?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중량 10g도 안 되는 함량 미달의 삶을 살고 있지나 않은지 자성(自省)에 빠져 보았으면 한다.

이것은 바로 내가 사는 삶의 그늘이 상대에게 얼마나 시원하게 하는지 그 여부가 될 것이며, 아니라면 반 점 그늘도 없이 상대방을 덥게만 하는 삶이었을 것이다.

가슴 체온으로 친다면 따뜻한 가슴으로 산 사람 아니면 가슴이 없는 강장동물의 냉혈로 산 사람일 것이다. 그 바로메타는 사람냄새를 얼마나 풍기며 살았느냐가 될 것이다.

시내 시가지 군데군데마다에는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평가표만 없을 뿐이지 사람들의 머릿속엔 어느 집의 음식이 맛이 있고 없는지, 가격대는 어떠한지, 주인이 어떤 사람이며 친절한지 아니한지에 따라 서열이 매겨져 있다. 그 결과로 어떤 집은 단골손님이 많아 종업원이 몸살 날까봐 걱정되는 집도 있고, 혹자의 가게는 사람의 그림자가 그리울 정도 파리만 날려 안타까운 집도 있다.

오늘 가는 <자미>는 음식 맛도 있지만 주인 내외분이 사심 없이 좋은 분들이라서 그 사람 냄새 때문에 회식 모임이 있을 때면 내가 으레껏 자주 가는 집이기도 했다.

모임 시간을 12시 30분으로 예약을 해 놓았다. 지인들 7인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 같은 시간이었다. 나도 시간이 촉박해서 평상시에 집에 모셔만 두었던 승용차를 끌고 나갔다. <자미>의 위치가 언덕 밑에 있고 복잡한 골목인데다가 도로가 비좁았다. 주차할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아 주택가 블록을 몇 바퀴나 돌았다. 그러다가 도로 옆에 주차해 놓은 아반테 승용차와 경미하게 부딪치는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순간 당황한 마음으로 살펴보니 상대방 왼쪽 백미러와 내차 오른쪽 백미러가 약간 흠집이 생겼다.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도 본 사람은 없었다. 상대방 차량에는 승차한 사람 그 누구도 없는 것 같았다. 목격한 사람도 없고 경미한 접촉이어서 그냥 모르는 척할 수도 있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다소 시간이 지났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은 다 돼 가고 마음이 급해졌다. 때 마침 학교 끝나고 하교하는 초등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이는 가방 멘 꼬마가 걸어가고 있었다. 꼬마를 불렀다. 꼬마에게 사실대로 얘기하고 전화번호 써 놓을 메모지와 연필 좀 달라고 했다.

    

가방 속에는 틀림없이 종이와 필기 용구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던지 희끗 쳐다보며‘ 없어요.’하면서 도망가다시피 달아났다. 각박한 세상에 유괴범과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학교에서 선생님들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꼬마한테서까지 의심과 냉대를 받았다고 생각하니 살벌한 세상이 겁이 나고 한숨이 나왔다.

차주가 없어 연락처만 써놓고 가려던 생각은 허사가 되었다. 약속시간이 다 됐다. <자미>에 먼저 온 지인들이 기다릴 것 같아 전화로 사고 경위를 얘기하고 식사를 먼저 하라고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주변을 둘레둘레 살피며 아반테 차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수색견처럼 눈을 번쩍이다 보니 2층 건물에서 이삿짐 정리를 하는 사람이 보였다. 혹시나 해서 여기 주차한 아반테 주인을 모르느냐고 했더니 자기가 차주라고 말했다. 순간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사고 경위를 이실직고했다.

내 과실로 댁의 차 왼쪽 백미러가 약간 손상이 됐으니 카 센터에 가서 고치고 연락해 주면 소요 비용을 바로 입금해 줄 테니 선처해 달라고 했다. 반응이 나왔다. 그렇게 하라고 했다. 자신도 차를 운전하는 사람으로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젊은이지만 배려하는 마음씀씀이가 배려를 전공으로 하는 사람 같았다. 물욕에 눈이 어두운 사람 같으면 그걸 미끼로 돈을 뜯어내려 한다거나 비굴한 행동을 하는 것이 일쑤인데 이 젊은이는 그런 게 아니었다.

젊은이의 선처 덕분에 편한 마음으로 집에 왔다. 그날 해가 질 무렵에 문자가 왔다. 백미러 교체 비용이 오만 육천 팔백 원이 지불 됐으니 문자 계좌번호로 입금해 달라는 것이었다. 바로 입금해 주었다.

내가 좋아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많지만 늘 함께 있어도 좋을 만큼 호감이 가는 젊은이였다. 종종 생각날 때 만나서 밥 한 끼라도, 차 한 잔이라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었다.

백미러 값 오만 육천팔백 원 !

마음의 평화가 단돈 오만 육천팔백 원으로 내 것이 되다니… !

마음의 시력을 밝게 해 주시어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바람이 심한 세상에 마음의 눈이 시력을 잃지 않게 헤 주소서

양심의 시력이 눈멀지 않아 마음의 평화가 내 것으로…

마음의 평화가 단돈 오만 육천팔백 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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