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장의 황색 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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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장의 황색 리본
  • 윤기한 (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 승인 2017.06.3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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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기한 (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국회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장에 황색 리본이 등장했다.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가 양복 윗저고리 왼쪽 가슴팍에 달고 나온 리본이 황색이다. 세월호 침몰 당시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상징물이다. 너나없이 어린 학생들의 희생을 애도하는 의미를 담은 일종의 상장(喪章)이다. 국민의 애통하는 뜻이 거기 새겨져 있기에 그 리본의 패용은 곧 영혼들의 명복을 기원하는 제례양식(祭禮樣式)이다.

한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30일 이 노란 ‘세월호 리본’ 배지를 달고 인사청문회에 나온 김상곤 국무위원 후보자를 향해 우리 국가 대한민국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주는 죽음에 대해서도 예우를 잘 해줄 것을 당부하는 말을 했다. 그는 “세월호 아이들 죽음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우리가 안타까워해야 할 죽음이 참 많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어제가 연평해전 15주년이었는데 (당시에) 6명의 군인이 죽었다”며 “다음날 월드컵 결승전이란 이유로 당시 정부의 대통령은 일본으로 출국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래 5일장의 장례를 3일장으로 줄이라고 하고 충무무공훈장도 을지무공훈장으로 강등 수여했다”며 “제2연평해전에서 죽은 장병 사망보상금은 3000만~5700만 원 정도”라며 “세월호 배상금은 4억6000만 원이었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세월호 배지를 단 것처럼 연평해전에 대해서도 같이 기리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후보자는 “이 노란 배지는 아이들의 희망을 상징하는 국제적 배지”라며 “세월호 사고 직전까지 교육감을 한 사람으로서 우리 단원고 학생들이 그렇게 희생된 것에 대해 지금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밝고 행복하길 바라는 의미에서 제가 이 배지를 패용했다”고 답했다.

그의 말을 듣다보니 미국의 3대 서부활극영화 중 하나인 『황색 리본』이 떠오른다. 1949년에 존 포드 감독이 재작한 이 영화는 내 청춘시절의 명화로 인기가 높았다. 이 순간에도 존 웨인이 주연하고 미치밀러 합창단이 노래한 주제곡 「그녀는 노란 리본을 매었다」의 가사, “그녀는 노란 리본을 목에 매고 있었지 / 겨울에도, 화사한 5월에도 매고 있었어 / 내가 왜 노란 리본이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 기병대에 있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고 했지 / 기병대, 미국 기병대에 있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고”가 귀에 들려온다.

    

과거에 걸프전이나 중동전에 참전한 미군 가족들이 그들의 집 앞 나뭇가지에 노란 리본을 걸어놓는 일의 단초가 되기도 한 이 영화에 의해서 노란 리본을 맨다는 것은 전쟁터에서 제발 죽지 않고 무사히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오라는 기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영화 속에서 기병대의 신참 장교를 사랑하는 여자 주인공이 머리에 황색리본을 매고 다니며 무사히 전쟁터에서 귀환하라는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는데 이후 미국에서 노란 리본의 의미는 ‘사랑하는 사람의 무사귀환’을 의미하고 있다. 이 귀하디 귀한 뜻을 패러디한 건 아닌지 궁금하다.

이날 김 후보자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한 날 선 공방도 벌어져 야당 의원들은 후보 자격이 없다며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한 반면에 여당 의원들은 확실한 근거가 없는 의혹 공세로 후보자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응수했다. 여야의 공방이야 으레 국회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행태라서 그러려니 하고 치부해 해버릴까도 싶다. 그러나 자신의 석.박사논문 작성 당시의 관행은 표절이 용인된 듯한 소리로 명예훼손까지 들먹이는 꼴은 참으로 가증스럽다.

오죽하면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이 요청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교육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교육부는 1500건 관련 자료가 이미 준비됐는데도 끝까지 미루다가 마지막 순간에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실질적으로 인사청문회를 방해했다"고 힐난했다. 특히 김 후보자 측이 제출한 자료의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최근 문재인 대통령 아들의 취업특혜 의혹 관련 제보 자료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당 이유미 씨를 빗대 ‘남자 이유미'라고까지 비판했다.

여하 간에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라듯 하고 도둑질하고도 그때에는 괜찮았다고 우겨대는 김 후보자는 곧 죽어도 자신은 민주주의 경영자라고 둘러댄다. 김병준 전 장관 후보의 표절은 절대 안 된다고 떠벌렸던 그는 염치코치 없기 이를 데가 없구나.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내걸고 큰 소리 질러댔던 ‘5대원칙’이 어디에 숨었는고. 뽐뿌정치란 말이 무얼 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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