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광등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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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광등 소리
  • 文 熙 鳳(시인·평론가)
  • 승인 2017.07.3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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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熙 鳳(시인·평론가)  |

오늘도 경광등 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사는 집은 대형병원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 바로 응급실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응급차에 실려 온다. 어떤 이는 걸어서 안으로 들어가고, 어떤 이는 들것에 실려 들어간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그 중에는 제 발로 걸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전에 응급실이 있는 대형병원이 대여섯 곳 있으니 그 숫자는 헤아릴 수 없는 정도겠다. 옛날을 생각해 본다. 의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맹장이 터져 복막염으로 번져 죽은 사람도 많았고, 애를 낳다가 유명을 달리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요즘은 급한 일이 생기면 119에 연락한다. 그러면 몇 분 안에 도착하여 응급실로 보내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건 행복 중의 행복이다. 아프지 않고, 앓지 않고, 죽지 않으면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그것은 100세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요, 60세까지 살다간 사람에게는 60세 시대가 되고, 70까지 살다 간 사람에게는 70세 시대가 되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호르몬 분비의 균형이 깨어진다. 그래서 남자는 여성화되고, 여자는 남성화된다. 어찌 됐건 건강은 자기가 지켜야 하는 것이다. 섭생을 잘 하고, 운동을 하며, 건전한 생각으로 살아가다 보면 건강은 저절로 지켜진다. 부부 중 한쪽이 큰 수술을 받게 되면 다른 한쪽이 늘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한 상대를 당산나무처럼 지켜줘야 하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다. 장병에 어진 남편(아내) 없다는 말이다.
가끔 앨범을 열어본다. 단체사진을 주로 본다. 아버지 회갑 때 고향집 바깥마당에서 찍은 사진 속에는 현재 살아있는 사람하고 돌아가신 분의 비율이 반반이다. 내 아우뻘 되는 집안 사람도 저 세상 사람이 되었으니 말이다. 태어날 때의 순서대로 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터이지만 죽음의 법칙은 그 누구도 거역할 수가 없는 것이다.
흔들림 없을 것 같던 청춘에게도 언제부터인가 바람소리가 난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숭숭 뚫린 고목을 관통하는 대책 없는 바람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슨 급한 일이 있어 이 시각에 앰블런스에 실려오는가 말이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답게 살다 왔다고 말할 수 있으면 더할 수 없는 영광이겠다. 피땀이 깃들어 있는 과일 익는 소리를 몇 번이나 듣고 지내온 삶이었던가. 그의 어깨는 서리 맞은 푸새 같지는 않았는지, 숨소리가 나직하지는 않았는지, 고독에 짓눌려 꺾어진 날개가 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건강해야 삶의 질도 높아진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헛것이다. 재산도, 명예도, 우정도, 애정도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다른 것의 힘을 빌어 보행하는 주제에 무슨 삶의 질을 논할 건가? 그래도 어떤 이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조련사의 손에 이끌리는 펭귄처럼 친구의 손에 이끌려 산에 오른다. 그리해야 먼 훗날 이승의 매듭 툭툭 끊어지는 소리를 편하게 들을 수 있다. 하루 세 시간씩 걸으면 7년 후에는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하지 않는가. 어떤 이는 석 달째 운동화 끈 한 번 조여보지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다. 뒷동산에 오르다 보면 늙은 암소가 그 선량한 식욕으로 야산을 깎고 있는 걸 보게 된다. 그걸 보고 희망을 갖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도 나도 경광등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 아닌지.
남은 삶을 절름거리며 살 것인가? 정상적인 걸음걸이로 살 것인가는 자신이 결정할 문제다. 한쪽 다리가 부러진 의자처럼, 체인이 끊어진 낡은 자전거처럼 살지는 말 일이다. 어느 날 무명실에 매단 연이 뚝 끊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그날까지는 건강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하면 된다. 안 되는 일이 없다. 뛰던 사람이 걷기를 좋아하고, 걷기를 좋아하던 사람이 앉기를 좋아하고, 앉기를 좋아하던 사람이 눕기를 좋아하면 가야 할 곳은 정해진 것이 아니겠는가?
타이어에 신선한 바람이 필요하듯 사람의 몸에도 늘 ‘좋은 기운’이 돌아야 한다. 그래야 페달을 밟아도 지치지 않고 얼굴빛도 살아난다. 자기 몸에 ‘좋은 기운’이 잘 돌고 있는지 행겨보는 일은 중요하다. 평소에 챙겨야지, 건강을 잃고 난 후에는 늦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도 부단한 자기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백조 사이에 잘못 섞인 오리라면 어떤가? 비가 새는 방 안에 양동이 하나 놓는 삶보다는 지붕을 뜯어고치는 그런 삶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100세 시대라는 말이 통용되는 것이다. 이 세상 소풍 끝낼 때는 하늘이 알을 낳듯, 붉은 색의 둥근 알을 낳듯 그렇게 낳아놓고 떠나야 하는데. 주위 사람들로부터 암만 봐도 부처님 옆에 앉아 있는 보살이라는 얘기를 듣고 떠나야 하는데. 동안거 마친 계곡물처럼 재잘거리며 내려가야 하는데.
인생은 며칠 만에 끝낼 수 있는 패키지 여행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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