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존스 홉킨스 의대 창설 멤버인 하워드 켈리(1858-1943년)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청년시절 방문판매를 하기도 했다. 제대로 먹지 못해 굶주림에 시달릴 때도 있었다.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니 몸은 야윌 대로 야위어 갔다. 그때 어린 소녀로부터 우유 한 잔을 받아먹은 일이 있었다.
그는 어린 소녀에게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까 물었다. 소녀는 대답하기를 엄마는 친절은 베풀면서 돈을 받지 말라 했다 했다. 그렇다. 보답을 바라지 않는 친절이나 봉사가 참친절이고 참봉사다.
그 후 우유를 준 소녀는 중병을 앓게 되었고, 마침 그 유명한 의사인 하워드 켈리가 치료를 맡게 되었다. 치료를 받으면서 알게 된 소녀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의 머리맡에는 ‘치료비는 한 잔의 우유로 모두 지불되었음(Paid in full with one glass of milk)’이라고 쓰인 팻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문이 막혔다. 내가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곰곰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살다 보면 아주 작은 일에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 의외로 큰 보답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나는 종종 마트에서 산 물건을 배달 받곤 한다. 그런 때마다 택배 온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후 음료수를 건넨다. 아무 것도 아니지만 이는 감사한 마음의 전달이다. 실내 소독을 하러 온 사람에게도, 가스관 점검을 하러 온 사람에게도 갈 때는 그냥 보내지 않는다.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것 자체가 쑥스럽다. 나에 대한 배려에 작은 보답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크건 작건 자선을 베풀 기회가 찾아온다. 그런데 그걸 행하기에 익숙지 않다. 거리의 노숙자에게 잔돈을 모두 털어준 사라(Sarah Darling)란 여성의 이야기는 너무 감동적이다. 어느 날 사라는 거리에서 구걸하던 노숙자 빌리(Billy Ray Harris)를 보고 그에게 적선을 했다. 동전 지갑을 열어 그 안에 있던 동전을 그의 앞에 놓인 겁 아래 모두 쏟아 주었다. 몇 시간 뒤 집에 돌아온 사라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동전 지갑에 넣어둔 약혼반지까지 빌리에게 모두 털어준 것이다. 당황한 그녀는 급히 차를 몰고 빌리에게로 갔다.
하지만 그는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노숙자 빌리에게는 2013년을 잊지 못한다. 비록 누추한 차림의 노숙자였지만 누구보다 선한 마음을 가진 빌리에게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는 반지를 보았다. 그리고 보석 가게로 달려 갔다. 자신의 컵에 들어온 반지를 보고는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보석가게 주인의 말을 들은 그는 깜짝 놀랐다. 그가 받은 반지는 진짜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그리고 가게 주인은 그 자리에서 4,000달러(약 480만 원)를 줄 테니 반지를 팔라고 했다.
빌리는 순간 갈등했다. 그 돈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한 노숙생활에서 벗어나 새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던 그는 결국 반지를 돌려받고 가게를 떠났다. 다음 날 사라는 조급한 마음으로 다시 빌리를 찾았다. 빌리는 그곳에 있었다. 사라는 초조하게 그에게 다가가 자신을 기억하는지 물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빌리는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사라에게 주었다.
사라와 그녀의 남자 친구는 정직한 빌리에게 크게 감동을 받았고, 곧 빌리를 돕기 위한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를 마다하고 반지를 돌려준 한 노숙자의 사연은 금세 화제가 되어 잔잔하게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모금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무려 2억 3천만 원이라는 큰돈이 모였고, 빌리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언론의 도움으로 빌리는 16년 동안 연락이 끊긴 형제들과도 재회했다.
이같이 아름다운 선행은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아내리게 한다. 비록 거리를 전전하던 노숙자였지만 빌리는 진실하고 정직한 마음을 가진 매우 멋진 사람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니 부끄럽기도 하고 그것에서 산 교훈을 얻곤 한다. 그래, 이런 것들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더라도 마음만이라도 선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