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우려먹기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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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우려먹기 지겹다
  • 윤기한 기자
  • 승인 2017.10.13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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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또 세월호 타령이 나왔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어제(10월 12일) 청와대 캐비넷에서 찾아낸 세월호 관련 문건을 발견했다고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에게 최초로 보고한 시간을 사후에 조작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라고 공개했다. 자그마치 3년 반 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다시 들춰낸 것이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울궈먹는지 우려먹는지 세월호 소리만 들어도 정말 지겹다. 세월호는 낭만적인 유행가에 자주 등장하는 ‘연락선’이다. 여객선과 화물선을 겸한 선박이다. 당초에 일본제 폐선인 이 선박을 유병언이라는 인물이 노무현 정부시절에 사들여 개조해서 사용하던 것이다. 그러다 이 배가 2014년 4월 16일 아침에 전남 진도 근처에서 침몰했다. 대부분의 탑승객이 사망했다. 여기에 타고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도 안산의 단원고등학교 2학년학생들이 거의 다 희생되었다.

당시 정부의 무대응과 늑장대응, 사건 은폐 시도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의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이 문제가 되는 주요한 이유는 첫째 희생자의 대부분이 미성년자라는 것, 둘째 선장이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발언한 뒤 저 혼자 가장 먼저 탈출한 점, 마지막으로 국가가 적절한 대처만 했더라면 대부분의 희생자들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이 문제로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 중이다.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측은 사고 당시 477명이 배에 탑승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어린 생명의 희생에 전 국민이 애도했다. 노란 리본을 달고 조의를 표하는 국민의 조의가 정치적 파워로 옮겨 세상을 뒤흔들었다. 티끌만치도 염치가 없는 정치인들은 이 슬픈 사건을 잘도 이용했다. 악용했다. 어설픈 국민의 감성을 건드리며 세월호 참사를 입발림으로 써먹는 재주를 부렸다. 거기에다 각종 단체들이 이게 웬 떡이냐 싶게 세월호추모를 앞세워 저들의 위세와 약취를 감행했다. 서울시청 앞 천막진열과 함께 온갖 이권상의 지원을 얻어 내기도 했다.

엄청난 위자료와 특혜를 몰아주면서 국가가 유족들에게 보상했다. 악령 같은 고철 덩어리 세월호 인양에 천문학적인 거금을 들여서까지 사고원인 규명이니 뭐니 해가며 애를 쓰고 땀을 흘렸다. 들인 만큼의 대가가 뭔지 잘 모르겠으나 침몰한 군함도 아니건만 너무나 엄청난 시간과 돈과 힘을 쏟아 부었다. 학생들의 영령을 추모하는 마음이야 국민 모두가 한결 같으련만 이 사건을 정치적 호재로 삼아 어떤 반사이익을 받으려는 잔꾀는 희생자들에 대한 모욕이요 무례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청와대의 발표에 의하면 세월호 사건을 당시 대통령에게 사고 발생으로 보고한 시점이

최초에는 9시 30분이었으나 6개월 뒤에는 10시로 둔갑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사고 후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를 국가안보실에서 안전행정부로 바꾸는 등 국가 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으로 변경한 자료도 발견했다고 한다. 모두 다섯 가지 문건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가장 참담한 국정 농단의 표본사례’라며 관련사실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이 청와대의 문건 공개에 잇따라 더민주당 김 현 대변인은 ‘세월호특조위, 헌법재판소 판결과 최순실 국정 농단 조사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정부는 국민과 세월호 유가족을 기망해 온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게 곧 박근혜 적폐정부의 엄청난 과오라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적폐청산이라는 것이다. 어느 네티즌이 이렇게 소리쳤다.

“사실 적폐의 대상은 이명박근혜 뿐만 아니라 일제시대 이후부터 정권을 잡아왔던 이들과 이들에게 기생해 이익을 챙긴 모든 이들입니다.” 이전의 대통령들이 다 적폐대상이라고 외친 것이다. 옳은 말이다. 세월호 들먹이며 호들갑을 떠는 게 적폐청산의 고귀한 수단인가 궁금하다.

일본에서도 1955년에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이 탄 시운마루호가 침몰해서 169명이 사망했다. 일본판 세월호 사건이라고 불리는 시운마루호 참사 사건이다. 그 사고로 해서 우리처럼 요란을 떨고 법석대지 않았다.

일본인의 침착한 본성대로 사건을 수용하는 아량과 지혜가 있었다. ‘시마구니 곤죠(일본어 섬나라 근성)’를 부리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어찌 잊으랴”하는 방식으로 엄청난 끈기로 세월호에 매달려 있다. 임실장의 세월호 문건 브리핑이 자칫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연장에 과중한 압력이 되었을 것이라는 국민의 의구심을 떨쳐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섬나라가 아니고 반도(半島) 국가라서 반쪽짜리 섬나라 행세하기에 급급한 건가. 세월호가 지치고 기막혀 죽겠다는 비명을 지르는 듯하다. 세월호 그만 우려먹자.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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