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순간은 찰나(刹那)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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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순간은 찰나(刹那)인 것이다
  • 김용복(주필)
  • 승인 2017.11.0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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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주필)

"요즈음~~불안하다"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겠다. 당나귀 귀를 닮은 임금님 귀를 보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해서 시비를 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말은 명예훼손도 아니고, 뇌물 수수는 더욱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법조항을 뒤져봐도 적용되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희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4년 남짓만 지나가면 된다. 그 남은 4년이란 세월이 찰나가 아니고 무엇이랴. 정말 눈 깜박할 사이인 것이다. 권력을 쥔 자가 ‘크샤나(ksana)’의 의미만 알고 있어도 이처럼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불교신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찰나가 의미하는 시간이 5분의 3초라는 것을. 불교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가 삼세의 찰나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이를 ‘찰나삼세’라고 한다. 아주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말이다. 한 마디 더하고 넘어가자.

이 지구상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는 모든 일들, 특히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찰나에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데 이를 가리켜 ‘생멸현상’ 또는 ‘찰나생멸(刹那生滅)’이라고도 한다. 필자가 왜 구태여 ‘찰나’라는 어휘를 가지고 장황하게 사설을 늘어놓는가? 그것은 어떠한 어려움이나 불안함도 참아내자는 것이다.

우리민족은 5천여 년 동안 가난도 참아냈고, 중국의 침략도, 36년간 일본의 식민지 치욕도 참아냈다. 계포가 쓴‘난포열전’에 ‘치욕을 참아내야 사람 구실 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한 무제 때 태사령 사마천은 생식기를 잘라내는 궁형(宮刑)이라는 형벌(刑罰)받고 손에는 쇠고랑을 차고, 발에는 족쇄를 찬데다가 벌거벗겨진 채 구타를 당하며, 감옥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왕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전쟁에서 참패한 이능을 두둔했기 때문이다. 높은 관직에 있던 그는 형리를 보면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절을 하고, 심부름 하는 아이가 지나가도 깍듯이 인사를 하며 참아냈다. 세월이 약이요, 그 세월은 찰나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온갖 수모를 받아가며 집필해 낸 책이 그 유명한 '太史公書' 라 일컫는 ‘史記’인 것이다.

이명복의 아버지 이하응 얘기 안 할 수 없다. 왜 대원위 대감을 ‘이하응’이라 부르느냐고 따지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명복이 고종이 되기 전 열 살 이전의 이야기니까 그렇게 불러야 마땅한 것이다. 이명복이 열 살에 왕이 되고 나서는 대원위 대감이라는 칭호가 붙게 되었던 것이다.

이하응 대감이 파락호(破落戶) 생활을 하며 목숨을 부지할 때 이야기다. 세간에서는 물론 안동김씨 측 인물들도 그를 일러 '상갓집 개'라고 불렀다. 그렇게 그는 궁핍에 떨고 수모를 당하면서 그 아들 이명복(고종)을 지켰고 그 가족을 지켰다. 전주 이씨 혈통 가운데 쓸만하다고 인정되면 안동김씨 김좌근 계파들이 그대로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친척해야 살 수 있었고 파락호(破落戶)행세를 해야 목숨을 연명 할 수 있었다. 그는 안동김씨 일족에게 눈에 띄어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왕족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장사치 같은 사람들과 친하게 어울리거나 체면을 떨어뜨리는 행세를 하는 등 눈만 뜨면 미친짓이요 사람들 앞에서는 파락호였다. 그가 당한 수모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화양서원 몰매사건이다, 명나라 황제의 신위가 있는 만동묘에 참배를 하러갔다가 남루한 옷차림 때문에 안동김씨 하인들에게 몰매를 맞은 일이다. 명나라 황제폐하를 모신 곳에 웬 거렁뱅이가 들어왔느냐고 때리는 바람에 몰매를 맞는 수모를 당했다.

드디어 철종이 죽고 후손이 없자 안동김씨 권세가들이 모여 후대 왕을 결정할 때 미치광이요, 파락호의 아들 이명복이 물망에 올랐던 것은 사필귀정.

    

아버지는 미치광이라 섭정(攝政)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뿐더러 그 아들 이명복이는 어려서 사리판단을 할 수 없으므로 자기들 문중이 계속 세도정치를 이어 갈 수 있으리라고 오판 했던 것. 날이 밝으면 아들 이명복은 대궐로 들어가 부자지간이 군신(君臣)지간이 된다. 그런데 오늘밤 아버지와 아들은 부자지간. 그동안 그 아버지 이하응은 절규에 찬 심정을 어린 아들에게 토로한다. 그리고 어린 아들의 흉중(胸中)에 아버지로서의 그가 깊숙이 참아왔던 치욕을 박아놓기에 성공한다. 그리고 안동김씨의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그들의 사직서를 거둬들이지 않고 그대로 있게 하여 그들이 불법으로 착취했던 재산을 스스로 헌납하게 한다. 후에 이승만 대통령도 대원군의 통치 방법을 본받아 대한민국을 세운 뒤 텅 빈 국고를 채우기 위해 친일파들을 관직에 남겨둔 것과 같을 것이다

그가 집권 후 만동묘는 대원군에 의해 당파싸움의 온상으로 지목받아 강제 철거된다. 재산을 국고에 헌납한 안동김씨들은 고향인 안동으로 낙향하는 말을 타게 된 것이다.

황우석 박사 얘기 안 할 수 없다. 그도 와신상담(臥薪嘗膽) 온갖 수모를 참아내고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벌집 쑤시듯이 했던 황우석 연구실을 눈물로 떠난 황우석 교수가 태국에 들어가 2년 동안의 와신상담 끝에 기어이 줄기세포를 만들어 냈다. 국내의 관계기관(보건복지부)들은 딴 소릴(異種間 핵치환 연구 금지)하고 있지만, 영국 등 과학 선진 여러 나라들은 이를 허용하고 있고, 또 이를 감지한 여러 나라에서 황우석 박사 모셔가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태국정부가 황박사를 모셔 들이는데 성공, 과학자로서의 황우석 박사는 한국에서의 치욕을 훌훌이 털어버리고 줄기세포 연구에 몰두해서 '무균 돼지 난자로 인간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내외신이 이를 공표했다.

황우석 박사 죽이기에 앞장섰던 무리들은 지금 어찌들 하고 있나 상상해보라. 황우석 박사의 인간배아줄기세포는 미국서 특허등록에 성공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절치부심 유언처럼 말했다.

“줄기세포를 가지고 한국으로 들어가든지, 아니면 죽어서 들어가든지”라고.

그렇다. 그는 성공했다. 우리는 치욕을 참아내고 절치부심한 성공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자살하지 말고 참아내라. 

사마천도, 대원위 대감도, 황우석 박사도 치욕의 구렁텅이에서 잘 견디며 이겨냈다. 고통의 순간은 찰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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