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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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가을
  • 文 熙 鳳(시인·평론가)
  • 승인 2017.12.2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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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봉(시인·평론가)

백 세 시대라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게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된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이는 육십을 넘기지 못하고 이른 낙엽으로 나무로부터 이탈한다. 아니 그보다도 훨씬 이른 나이에 이승의 보따리를 싸는 사람도 있다. 자기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지칠 대로 지친 가랑잎 신세가 되어 흐느적거리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서리 내린 다음의 나뭇잎이 하루 사이로 달라지듯 늙음으로 치닫는 나이도 어쩔 수 없어 허탈해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거리를 돌아 다니다 보면 요양원, 요양병원이 봄날 새순 돋아나듯 생겨나고 있음을 본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인생의 최후를 그곳에서 마감하는 이들이 많다. 복지관이나 노인복지센터 같은 곳에서는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현란한 복장을 하고 스포츠 댄스나 사교 댄스를 즐긴다. 같은 사람일진대 차이가 극과 극이다.

나의 가을을 생각한다. 물살보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 앞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생각한다. 충실한 열매를 맺었는가? 쭉정이가 된 열매들은 없는가 생각해 본다. 내 나이 이제 신중년의 끄트머리, 얼마 아니 있으면 노년에 접어든다. 내가 쌓아 올린 탑을 올려다본다. 태풍이 불어와 무너지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견고하게 엮어 올린 까치집은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없이 버틴다. 그 집과 비교해 본다. 모진 바람이 불 때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견고한 집인가 생각해 본다.

현재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한 그루의 과일나무였다. 발아에서부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의 고되었던 세월을 생각한다. 눈보라도 이겨내고, 땡볕도 이겨낸 나의 과거를 생각한다. 처음엔 꽃을 피웠다가 열매답지 않은 열매 맺기를 반복해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고, 전율하며 살아왔는가 반성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은 생고무같이 탄력을 잃지 말고 유지하고 있어야 할 나이다. 어떤 싸움이든 승부를 결정 짓는 것은 패기와 투지다.

그런데 지금 누구나가 즐기는 향과 모양과 맛에서 조금의 손색이 없는 열매를 매달고 있는가?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 했는데 그 모과를 애지중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향 때문이다. 내가 결실한 열매를 보고 사람들이 내리는 평가를 생각한다. 평가가 평균 이하였다 한다면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수종을 개량하든지, 가지치기를 하든지, 거름을 바꾸어 시비하든지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저질 평가를 받는 내 가을로 마무리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각을 몸소 깨닫고 실천하는 가을이라면 어떨까? 자각은 말하자면 우는 아기를 품에 안아서 달래는 어머니와 같은 것이겠다. 내 행동만이 나의 진정한 소유물이다.

    

어떤 이는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며 만족의 미소를 짓는다.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만족이란 끝이 없는 주관적인 것이기에 말이다. 모두가 한 줌씩의 후회는 갖고 있다. 그 후회의 크기를 줄여 나가는 일이 현명한 삶의 방식이겠다. 한 번도 실수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한 번도 새로운 것을 시도한 적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칼을 쓰면 칼집이 해지고, 마음을 쓰면 가슴이 헐어진다.

나도 내 겨울이 오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되돌아 볼 것이다. 눈보라 치는 겨울은 활동하기가 어려운 계절이다. 그 전에 내가 했어야 할 일들이 바람직한 결실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서둘러야 한다. 부산스러웠던 한 생애의 계절을 몇 번이나 더 보내야 나는 가치 있는 열매를 따내릴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겨울도 겨울이 지닌 정취를 만끽하며 겨울답게 보내는 삶이 현명한 삶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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