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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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한 사람
  • 文 熙 鳳(시인·평론가)
  • 승인 2018.01.0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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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熙 鳳(시인·평론가)

받는 그대보다 주는 자신이 더 행복하다는 친구가 있습니다. 하나라도 더 못 주어 안달하는 친구가 바로 내 곁에 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는 사람이 내 곁에 있습니다. 해결할 수 있으면 고민하고, 해결할 수 없으면 천천히 잊어버리자는 사람이 나와 같이 걷고 있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라는 말도 곧잘 하는 사람이 내 곁에 있습니다. 그런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언제나 따뜻한 마음 한 줄기가 고요하게 가슴으로 흐르는 사람을 내가 친구로 갖고 있습니다. 친구가 하늘이라면 나는 구름이 되고, 친구가 바람이라면 나는 나무가 되고, 친구가 강물이라면 나는 조약돌이 되어 당신 품에 머물러 아름다운 인생을 노래하겠다는 사람이 내 곁에 있습니다.

매일 만나도, 매일 만나지 않아도,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고요히 흐르는 강물처럼 늘 가슴 한켠에 말없이 잔잔한 그리움으로 밀려오는 사람이 진실한 마음의 친구입니다. 일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책을 읽는 일과 묵상하는 시간을 늘려 자신의 영혼의 안식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내 곁에 있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늘 그 모습 그대로 오염되지 않은 맑디맑은 샘물처럼 우정의 마음도 솔솔 솟아나는 그런 사람이 맑은 영혼의 친구입니다. 뒤늦게 날아온 한 마리 덕에, 한 쌍을 이룬 백로가 물가를 걸으니 하얀 점이 촘촘히 새겨지며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있습니다. 그와는 차돌을 맹물에 삶아 먹어도 맛이 있습니다.

친구 간에는 어떤 언어가 필요 없습니다. 그 친구가 지금 어떤 상황이든 어떤 심정이든 굳이 말을 안 해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 가슴이란 소쿠리에 역경, 고뇌 등이 담겨져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정한 마음의 친구입니다. 종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살찌고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종소리를 들을 때 몸은 편안해지고 심호흡을 합니다. 친구의 다정스런 음성은 바로 종소리입니다.

    

마음을 담아 걱정해 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어붙은 가슴을 녹이고, 바라보는 진실한 눈빛이 아픈 마음을 적시게 하는 그런 사람이 영원히 변치 않는 우정의 친구입니다. 구름을 만나면 구름과 놀고, 들꽃을 만나면 들꽃과 놀면서 잠시 한 날을 천년으로 엮어 바람처럼 흩날리다 돌아오고 싶다는 유유자적한 사람이 내 친구로 있습니다.

친구지간에는 아무런 대가도, 계산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멀리 있어도 마음으로 의지하고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동반자 같은 진정한 친구입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이 결국, 우리가 가야 하는 마지막 길인데, 어쩌다 우리는 삭막한 도심으로 유배되어 본질조차 잊고 사는지 모르겠다며 하고 있는 일 마치면 ‘남으로 창으로 내고 싶다.’는 사람이 바로 고향을 닮은 가슴 넓은 친구입니다.

악할 이유가 없어서 착한 사람이 아니라 어렵고 기막힌 데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 "난 질투 같은 건 안 해." 하며 질투가 얼마나 못난 사람의 감정인지를 설교하는 사람보다 천박한 질투의 감정으로 질펀하게 목욕한 적이 있는 사람, 배운 티 풀풀 내면서 배우지 못한 사람을 팍 팍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면 배울수록 넉넉해지지 않고 왜 더 교묘해지는지, 소박함에서 멀어지는지 그걸 고민할 수 있는 사람, 약점을 움켜쥐고 열등감 속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보다는 어느 순간 약점을 스스럼없이 내보일 줄도 아는 사람, 인간은 동물이 아니라 이성적 존재라며 무조건 자기 의견이 이성적이라고 우기는 사람보다는 동물의 세계에서 인간세계를 유추할 수도 있는 사람, 밤 놔라, 대추 놔라 일일이 간섭하는 사람보다는 사랑하면서도 때로는 무관심하게 놔줄 수도 있는 사람, 나는 이런 사람과 내 생각을 나눠 갖고 살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모릅니다.

살아가는 동안 같이 아파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희로애락을 같이 할 수 있는, 지란지교 같은 그런 친구가 진정한 친구입니다. 잘 구워진 고구마맛이거나 눈 오는 날 구들장의 온기 같은 정을 가진 그런 친구를 가진 나는 참 부유한 사람입니다. 그런 친구의 모든 것을 사랑하기에 한 마리 새라도 되어 친구가 머무는 창가에 머물고 싶은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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