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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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
  •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2.11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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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전라도 땅 담양에 가면 대나무 숲이 있고 해마다 5월 초순이면 사)담양 대나무 축제 위원회에서 주관하여 대나무 축제가 열립니다.

대나무는 땅속줄기(지하경)와 땅위줄기로 나누어지는데, 땅 속 줄기는 땅 속에서 옆으로 뻗은 줄기를 말하는데 마디에는 눈이 한 개씩 붙고 가느다란 뿌리가 많이 붙어 있으며 마디 사이가 짧고 속이 채워져 있습니다. 또한 땅속줄기는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빽빽하게 덤불을 이루기 때문에 열매 맺는 활엽수나 침엽수, 또는 잡풀들이 자라지 못하게 하고 그로인해 짐승들도 이곳에서는 살수가 없는 것입니다. 축제 때 가보세요. 다른 잡초나 열매 맺는 활엽수들이 어디 있으며, 짐승들이 어디 있나. 그래서 그들만의 숲을 이루며 울울창창하다고 자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땅 위 줄기는 죽간(竹竿)이라고도 하는데 흙 속에 묻힌 팽이 모양의 밑 부분에 의해 땅 속 줄기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땅 위 줄기는 아래 부분이 가장 굵고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지며 마디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으며, 왕대와 솜대의 마디는 두 테로 이어져있고, 땅속에서 솟아오른 죽순대는 한 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나무의 구조를 보실까요?

나무와 풀의 구분은 생장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잖아요? 풀의 생장점(生長點)은 1년 초의 경우 종자가 지면이나 땅속에 있고 다년 초의 경우 생장점이 지표면에 있으며, 나무의 생장점은 가지의 끝에 있고, 연륜(年輪, 나이테)이 있는데 반하여, 대죽[竹]의 생장점은 죽순으로 볼 수 있는데 죽순은 땅속에 있고 줄기는 지상부에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대는 일반 여러해살이 나무처럼 나이테가 없지요. 그래서 조선시대 윤선도는 오우가(五友歌)에서 대를 일컬어 ‘나무도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기며’라고 예찬 했지요.

우리는 여기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선도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 식물학자들까지고 ‘대’를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으로 보고 있으며, 눈에 보이는 땅 위 줄기는 속이 텅 비고 곧게 생겼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땅 속 줄기는 속이 꽉 찼으며 자기들끼리 얽혀 다른 식물들의 침범을 막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속이 비어있는 이유가 욕심이 없어서 그렇다구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주의 깊게 보세요. 땅 속 조직의 세포 역할과 땅 위 줄기의 관계를.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대를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여겨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고 붓을 놀립니다. 그리고 강직한 사람을 ‘대쪽같은 사람으로 불의나 부정과 타협하지 않는 군자의 행실에 비유하지요. 또한 ‘시경’에서도 “훌륭한 저 군자여…”라고 군자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 유교적 가치관에 젖은 선비들은 대를 그들의 척도로 삼기도 했지요. ‘에헴’ 하며 수염만 쓰다듬던 선비들이 뭘 알았겠습니까? 그저 눈으로 보이는 것만 가지고 나불댔던 것이지요. 이는 대의 속성을 모르고 하는 잘못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대의 속성을 생각해 보세요. 겉으로는 안 그런척하는 이중성에 소름이 끼치지 않나요?

    

어디 그것뿐이겠습니까? 정몽주가 피살된 다리를 선죽교(善竹橋)라 명명하고, 대한제국 말기 민영환이 자결한 곳을 혈죽(血竹)이 돋았다고 하는 이야기도 이런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겠지요.

불제자들 이야기 안 할 수 없네요. 불제자들께서도 대를 속세에서 벗어나 자연을 도우며 자비의 마음을 돕는다 하고 있으며 댓가지는 관음보살의 자비를 나타낸다고들 합니다. 선가(禪家)에서는 수행자를 지도할 때 죽비(竹)를 사용하는데 이는 수행의 증진을 상징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 모두가 대의 겉모습만 보고 하는 말들입니다.

또 있어요. 대의 겉모습만 보고 찬양하는 말들이.

중국에서는 순(舜)임금이 창오(蒼梧)에서 죽었을 때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소상강 가에서 슬피 울다 눈물이 강가에 있는 대에 뿌려져 물들었다고 하여 소상반죽(瀟湘斑竹)이라 하는데 이는 남편을 따라 죽은 그들의 절개를 상징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라 하네요.

일본에서는 갈라지되 타협하지 않는 스스로의 민족성을 대에 비기고 있으며, 송죽매(松竹梅)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 신년경축이나 모든 경사에 상징으로서 표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우리나라 전역이 이렇게 이중성을 가진 대(竹)로만 뒤덮였다면 어찌될까 생각해 보셨습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구불구불 이리저리 자기들끼리만 얽혀 꿈틀거리고, 보이는 곳에서는 갈라지되 타협하지 않는 것처럼 곧고 강하며 욕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그런 대(竹)의 이중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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