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쇼핑을 즐기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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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쇼핑을 즐기는 건가
  • 윤기한 기자
  • 승인 2018.02.1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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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눈요기’ 라는 말이 있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만족감을 채운다는 말이다. 욕심을 내도 가질 수 없을 때 시각적인 욕구충족을 이룬다는 말이다. 참으로 편리하고 유용한 어휘라서 흔하게 사용된다. 백화점의 휘황찬란한 진열장을 눈으로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변덕스러운 여인의 사치욕에 충족감을 갖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위안을 얻는다. 기분이 그래도 하늘을 찌를 듯 상향곡선을 긋는 재미가 수월찮기 때문이다.

화사하고 화려한 진열장 안의 귀중품을 매입하는 행복을 누리기 어려운 처지에서 소유욕의 성취를 위해 낯간지럽지만 눈요기로 허기를 채우는 수가 있지 않은가. 이런 ‘눈요기’를 얼핏 ‘아이 쇼핑(Eye shopping)’이라고 영어가 아닌 영어를 서슴없이 쓰는 귀부인이나 멋쟁이 신사(Dandy boy)가 수두룩하다. 그야말로 한국식 영어의 흥행이다. 엉터리 영어(Broken English)인 줄 모르고 마구 써댄다. 미국 사람들은 이 ‘눈요기’를 ‘윈도우 쇼핑(Window shopping’이라고 한다. 진열장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물건사기를 한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값비싼 물품에 침을 흘리면서 눈요기만 하련가. 아쉽고 안쓰러운 상황이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마음이 가라앉으면 오죽이나 좋을까. 미인의 대명사 비너스에 대한 부질없는 욕망은 루부르 박물관에 들어서면서 가슴 조이며 그 동상에 접근하지만 기대와는 영 딴 판의 실물에 포옹흉내마저 거절당한 채 정말 눈요기로 마감하는 고통을 경험한다. 허망한 노릇이다. 되레 불쾌하고 거북하기 이를 데 없잖겠나. 배신감에 사로잡히고 만다. 국민이 기대하는 우리정부의 진열장이 팔도 잘려나간 비너스 동상만도 못 한 건가 어떤가.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이 ‘눈요기’가 계속 뻥튀기를 해 나간다. 눈요기 거리가 하도 많아 다 주워섬기기가 어렵다. 생각나는 큰 것 몇 개만 들춰본다. 톱 클래스에 드는 게 아무래도 ‘적폐청산’으로 리스트 맨 위를 장식할 게다. 적폐란 게 다름 아닌 묵은 때 같은 것 아닌가. 오래 동안 쌓이고 묵어서 뿌리까지 썩은 폐단 같은 것들이 적폐의 컨셉일 게다. 그러니 뽑아내거나 온통 도려내버려야 구린 내나 시궁창 악취가 제거될 수 있을 게다. 적폐청산이라면서 서둘러 시작한 사업이 지금 어느 만큼의 ‘눈요기’를 해 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적폐가 적폐를 누적누진 시키지는 않는지도 역시 궁금하다.

그러다 새 눈요기 감으로 원자력발전소가 등장했다. 원전건설 중단으로 천문학적인 거금이 하늘로 날라 간 사건 말이다. 아니 바로 한국전력의 예산이 터무니없이 적자폭을 늘려 버리고 말았다고 울상을 짓는 한전의 난처한 입장이 가엽다. 그런 돈이 과학자 육성에 쓰인다면 우리나라가 곧장 과학 선진국 영역으로의 접근이 얼마나 쉬울 것인가. 눈요기 쳐 놓고는 너무 가혹한 실패작이 아닌가 싶다. 눈요기가 아니라 눈가림이 되고 말았다. 외국으로부터 엄청난 액수의 원전 수주를 놓칠세라 실무자들이 밤낮으로 고민하는 진열장이 된 게 바로 원전문제가 아닌가. 이건 실없는 건달이나 저지르기 십상인 윈도우 쇼핑 몰이 되고 말았다. 혹시 회복불능상태가 아닌지.

    

웃고 싶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은 신파 코미디 한 토막은 정말 넌센스 진열장이었다. 인천 앞바다 어디선가에서 새벽 참에 낚시꾼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 그 무렵 청와대에서 무슨 회의인가를 열면서 그 죽은 낚시꾼들의 명복을 빈다는 뜻에서 묵념을 올리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것도 대통령 비서실장이 큰 소리로 ‘묵념’하는 명령을 받들어 참석한 권좌의 고관들이 고개를 숙였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낌없이 바친 영령을 추모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른바 요즈음 한참 유행하는 레저행사로 바다에 나갔던 낚시꾼들의 영령을 위한 묵념이었다. 내 목이 간지러워지는 느낌이 든다. 목욕탕에서 죽은 여인들, 세종병원에서 죽은 요양대상 환자들, 산불진화에 헌신적으로 노력하다 죽은 소방관들에게도 똑같이 묵념을 올렸던가. ‘눈요기’치고는 가장 못난 것이 아닐까. 

이처럼 윈도우 쇼핑을 즐겁게 해줄 요량이면 그 알뜰한 행정시책 하나하나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말 정성들여 고르고 골라서 진열하기를 권고한다. 소위 포퓰리즘이라는 마녀에 홀리지 말고 잘 다듬고 고이 모시는 성의를 가지고 시정항목을 정선 엄선하는 열의를 보여주기 바란다. 사람들이 흥흥거린다고 아무 거나 되는 대로 진열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듣기도 싫은 386이니 전대협이니 하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는 혜안과 진심이 무엇보다 귀중하다. 전대협 발대식이 충남대에서 개최되었을 때 학생지도를 맡았던 기억으로도 과거 우상호, 이인영 현 의워들이 갸륵해 보인다. 하지만 전대협이라는 올가미는 별로 신통치 않은 마스크이다.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로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윈도우 쇼핑의 진수는 고가의 진품을 진짜 멋지게 구경하면서 자신의 심미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지저분한 가짜 물건은 윈도우 쇼핑 애호가들에게는 금세 들통이 난다. 국가의 진면목을 과시하려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의 화해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거라는 구호만 외쳐 대서는 아무 것도 안 된다. 통일을 소원하는 건 국민의 마땅한 의무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국민의 절체절명의 로고는 아니다. 김정은이 우리정부를 ‘괴뢰’로 몰아가면서 김여정을 시켜 정상이 만나자는 소리는 그냥 소리로 들어버리고 말아야 한다. 전 세계를 등지고 엉뚱하게도 운전석은 김정은이가 눌러 앉아 이러고저러고 하는 것부터 헛개비 짓이다. 냉정해야한다. 정신 차려야 한다. 윈도우 쇼핑은 보이기 쇼쯤은 무시한다. 진정 아름다운 윈도우 쇼핑을 기대한다.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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