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예찬
상태바
남자 예찬
  • 文 熙 鳳(시인·평론가)
  • 승인 2018.04.23 2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문희봉(시인·평론가)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는 사람이 있다. 어깨가 움츠러드는 날씨에 다시 집에 돌아가 웃옷을 걸쳐 입을까 생각하다 ‘아, 귀찮아’ 하는 마음이 들어 그냥 직장으로 향한다. 그러다가 입이 심심해 담배 한 개비 태워 물려고 호주머니를 뒤지니 라이터가 없다. ‘에이 집도 가까운데 들어가서 가지고 오지’ 하는 단순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남자다.

사무실에서 둘이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임의로운 처지에서 ‘넌 어쩌면 그렇게도 자유분방하게 생겼냐?’란 말에 충격을 받아 맨날 눈물 흘리며 식음을 전폐하는 아가씨가 애처로워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살림을 차리는 단순한 사고의 소유자가 남자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느 라디오 방송 MC가 들려준 얘기 두 도막이다. 이런 단순한 생각을 하고 있는 남자들이 있기에 세상은 리드미컬하면서도 신이 나게 톱니가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 단순한 생각을 하고 있는 남자들이 있기에 세상은 덜컹거리지 않고, 삐걱거리지 않고 잘도 돌아가는 것이다. 남자, 나도 남자다. 나도 단순사고의 소유자다. 복잡한 게 싫다. 더우면 웃옷을 벗고, 추우면 더 껴입는다. ‘왜?’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러나 중요한 일에 대한 기획에서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여자는 오랜 동안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게 되는 경우 눈물을 흘리면서도 거울을 보는 여유(?)를 갖는다는데, 남자는 그러한 경우 한숨을 쉬며 가슴을 친단다. 단순하기 때문일까.

다른 면에서 남자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는 느티나무며, 변함없이 한 우물을 파는 공사장의 인부다. 넓은 가슴으로 애잔한 슬픔도 녹일 줄 아는 용광로며, 수묵화 속에서 기백을 자랑하는 낙락장송이다.

남자는 잘 닦여지지 않은 땅속의 원석일 수 있으나 절차탁마의 제련과정을 거치고 나면 천군만마도 이끌 수 있는 위대한 지도자로 변모한다. 지혜 있는 여자(?)가 옆에 존재한다면.

밥상을 들고 방에 들어가면서도 여자는 세 번 변한다고 한다. 반면에 남자는 한 마디를 하기 위해서도 세 번을 생각한다 하지 않는가.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다.

이끼 낀 돌다리를 건너는 데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 남자요, 인류 최고의 과학을 초월하는 생의 향기인 정을 누구보다도 가슴에 담뿍 담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남자다.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리게 한다는 한(恨)을 품은 여자의 가슴을 포근하게 감싸주어 녹여주는 여유는 그런 남자의 가슴에서 나온다.

가슴에 몇 개의 반짝이는 별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또한 남자다. 스케일이 크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기개를 갖고 있는 사람도 바로 남자다. 국화처럼 고매한 일생을 마치고자 하는 사람이 바로 남자다. 호젓한 산사나 강가의 풀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어 그리움과 연결고리를 만드는 사람이 바로 남자요, 한 점 예술품 앞에서도 한 동안 고개를 돌리지 못하는 여린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남자다.

    

여자의 머리 모양이 바뀌었을 때나 갯장어 같은 걸 먹고 싶을 때,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나 화장을 고치고 싶을 때를 적절히 눈치채주는 사람이 바로 남자다. 남자는 분위기를 맞출 줄 안다.

남자가 뿌린 눈물만큼 사회도, 국가도 자란다. 진정한 도전이 히말라야를,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게 했다. 남자만이 갖고 있는 용맹이요, 탐험가적 기질이요, 불굴의 의지가 아니겠는가? 질투가 많은 여자는 자기가 두려워하는 상대가 사라지기를 은근히 바란다. 그러나 자존심이 강한 남자는 다르다. 그 적이 살아서 자신의 승리를 끝까지 보아주기를 바란다.

남자는 상상력이 한 번 발동하면 실로 천단만회를 불러일으킨다. 인생을 더듬으면 충만한 사색이 흐르고, 산하를 더듬으면 풍부한 감정이 시공을 치닫는다. 백지 위에 난을 치면 향이 발산하고, 좌대 위에 한 점의 수석을 올려놓으면 메아리가 날아와 친구하자고 반긴다. 누구나 감히 따를 수 없는 남자만이 가진 능력이다. 공작은 아름다운 빛깔의 옷을 입었지만 멀리 날지 못한다. 그러나 참새의 옷은 공작에 비해 보잘것없는 빛깔이지만 하늘을 비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굳센 의지를 지닌 남자와 무엇이 다르랴.

남자의 가슴을 보라. 보디 빌더의 가슴을 보라. 무쇠 줄이라도 끊을 것 같은 강인한 조직의 근육을 보라. 세상을 다 휘어잡을 수 있는 패기가, 용기가, 기개가 그 속에 자리하고 있다. 건축에 쓰이지도 못하는 해수욕장의 흰모래가 아니라 싹을 틔우고, 식물을 자라게 하는 옥토의 황금빛 물결이, 자애가 그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것뿐이 아니다. 남자의 가슴엔 산이 존재하고, 바다가 자리하고, 시가 자리한다. 그러하기에 슬픔을 나타낼 때에도 여자는 눈물로 울지만 남자는 가슴으로 운다. 유명세를 가슴에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 중에 이런 얘기를 한 사람이 있었다. ‘남자로 태어나서 평생 해보고 싶은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그 첫째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요, 그 둘째는 야구 감독이고, 그 셋째는 장군이라고.

단순한 사고를 하고 있다지만 남자들이 이루고자 하는 공통 심리를 적절히 표현한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게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까지 곁들여 가지고 있음에랴. 이런 남자이기 때문일까 한혜진은 ‘오늘 따라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 내가 미워도 한눈 팔지마 너는 내 남자’라면서 놓아주지 않겠다고 몸부림친다.

남자는 날개가 물에 젖어 더 이상 날 수 없는 나비처럼 자존심이 땅에 짓밟히지만 않는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만큼의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날이 밝기 시작하면 하늘은 갑자기 푸른빛으로 서기를 보낸다. 그것도 하루 종일 말이다. 푸른색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그건 바로 다름 아닌 희망이고 비전이다. 이런 푸른빛을 언제나 몸 속 가득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남자다. 세상은 용감하고 존경스럽고 강인하며 의리를 아는 그런 대상들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좋은 것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가. 찬란한 미래가.

단순한 사고를 한다는 남자, 그렇지만 그런 남자들이 있기에 세상은 살맛이 나는 것이다. 빙글빙글 삐걱거리지 않고 잘 돌아가는 것이다. 남자 파이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목민(牧民)의 방법을 알고 실천한 안철수 의원
  • 자신의 눈에 있는 '대들보'를 먼저 보라
  • 대통령 윤석열이여, 더 이상 이재명의 꼼수에 속지 말라
  • 천하장사, 이봉걸 투병 후원회 동참
  • 세종시(을) 강준현 후보여 떳떳하면 직접 검찰에 고발하라
  • 제22대 총선의 결과와 방향은?
    • 본사 : 세종특별자치시 한누리대로 234 (르네상스 501호)
    • Tel : 044-865-0255
    • Fax : 044-865-0257
    • 서울취재본부 :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2877-12,2층(전원말안길2)
    • Tel : 010-2497-2923
    • 대전본사 : 대전광역시 유성구 계룡로 150번길 63 (201호)
    • Tel : 042-224-5005
    • Fax : 042-224-1199
    • 공주취재본부 : 공주시 관골1길42 2층
    • Tel : 041-881-0255
    • Fax : 041-855-2884
    • 중부취재본부 : 경기도 평택시 현신2길 1-32
    • Tel : 031-618-7323
    • 부산취재본부 : 부산광역시 동래구 명안로 90-4
    • Tel : 051-531-4476
    • 전북취재본부 : 전북 전주시 완산동 안터5길 22
    • Tel : 063-288-3756
    • 법인명 : (사)한국불우청소년선도회
    • 제호 : 세종TV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2
    • 등록일 : 2012-05-03
    • 발행일 : 2012-05-03
    • 회장 : 김선용
    • 상임부회장 : 신명근
    • 대표이사: 배영래
    • 발행인 : 사)한국불우청소년선도회 대전지부
    • 편집인 : 김용선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선규
    • Copyright © 2024 세종TV.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e129@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