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비례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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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비례의 정치학
  • 장준문
  • 승인 2018.05.1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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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문

신록과 함께 시절은 또다시 정치시즌이다. 오는 6월 13일은 서울특별시장을 비롯하여 시도지사 등 각 단위의 단체장과 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일이다. 시내로 나가보면 요소마다 후보자들 얼굴이 실린 벽보와 현수막이 내걸리고, 머잖아 시민들 의사와 관계없이 도처에서 후보자 이름을 알리는 유세차량의 스피커 소리가 요란할 것이다.

우리의 선거풍경은 아직도 구시대적이다. 후보자와 선거 운동원들은 곳곳으로 유세차를 몰고 다니며 쉰 소리를 내지르고, 야구장 치어리더들처럼 젊은 아르바이트 여성들의 기획된 몸짓들은 보기에도 안쓰럽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 티브이 화면에서 본 유럽 민주주의 선진국들의 선거운동 모습이 부럽게 느껴진다. 과문하지만 후보 당사자가 가가호호 다니며 자신을 알리는 것이 선거운동의 전부라고 한다.

그 와중에도 선거운동 막바지엔 합종연횡에 후보매수, 표몰아주기 등 탈법에 꼴불견도 가지가지다. 이 대명천지에 영원할 비밀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에 가장 단무지 집단이 정치인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얼마 후면 들통 나 감방 가고 인생 종칠 상황조차 판단하지 못하니 그렇다는 것이다.

일 년에 몇 차례는 소위 TK지역인 고향으로 향한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엔 친척들도 만나는데 그런 자리에선 자연히 정치 얘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나와 나이 차가 그리 많지 않은 어떤 아제는 그곳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전형적인 지역주의자다. 누구나 알 듯 TK는 지역주의에 관한 한 호남과 용호상박이며 게다가 서로의 영향으로 상승(相乘)한다. 만날 때마다 그 아제는 김대중, 노무현 ×여야 한다며 핏대를 올리신다. 지난 설날엔 그래도 윗분이라 수년 간 참아왔던 말을 했다. 아제가 만일 호남에서 태어나셨다면 ‘우리 김대중 선생님! ~’하지 않으셨겠느냐고 했더니 한 참을 껄껄 웃기만 했다.

여기서 잠간, 언론의 지역 영문이니셜 표현에 관해 정리부터 해야겠다.

오래 전 불국사에 들렀을 때 ‘Pulkuk-sa'라고 쓰인 표지판을 보고 그 명칭이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읽힐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 얼마 후 ‘ㅂ’은 ‘b’, ‘ㄱ’은 ‘g' 등으로 표기법이 정리된 것으로 안다.

근래 모든 언론들이 유독 ‘대구·경북’과 ‘부산·경남’만은 각각 묶어 영자로 쓰기를 좋아하는데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어 들을 때마다 솔직히 짜증스럽다. 굳이 영자로 쓸려면 ‘TK'가 아니라 ‘DG'이며 ‘PK'가 아니라 ‘BG'여야 한다.‘Daegu·Gyeong-buk'이고‘Busan·Gyeong-nam'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산·경남 권을‘부울경’이라고는 하면서 울산(U)은 왜 빼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정확히는 ‘BUG'인 것이다. 위의 ‘불국사’처럼 외래어표기규정이 바뀐 지도 아득한데 아직도 언론들이 타성적으로 'TK' ‘PK' 하니 안타깝다.

우리나라 정치는 누구나 타파해야 한다고 소리 높이는 지역주의가 판을 지배한다. 지역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한 마디로 정치인들에게 그럴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세울 것 없는 정치인들에게는 그나마 유일한 생존 밑천이니 어떻게 하겠는가?

    

지역주의의 뿌리는 역사적으로 조선시대 고려시대, 또는 그 이전까지도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른 바 40대 기수 론이 등장했던 1971년 대선 이 후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영호남 지역주의가 고착되면서 1990년대 말 김대중 대통령 당선 때까지 호남에 비해 인구수가 월등히 많은 영남 독식시대가 이어졌던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은 거리(距離)다. 사람들은 지구 반대편의 아브라함 링컨이나 체 게바라를 존경하고 부처나 예수, 마호메트를 믿는다. 또 톨스토이나 셰익스피어를 좋아하고 전라도의 남진이나 경상도의 나훈아도 좋아한다. 그런데 정작 주변에서는 조금의 거리에도 갈등이 일어난다. 사촌 간에 사소한 일로 핏대를 올리다가 개울만 건너면 사촌은 한 편이 되어 건너사람들과 싸운다. 또 강을 건너면 이전의 집단이 뭉쳐 강 건너 사람들과 대립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神秀吉)의 간악한 왜인들이 온 강토를 유린해도 조정에서는 정파 간 네 탓 내 탓 따지다가 백성들 버리고 도망가기 바빴다. 근대에는 왜왕 히로히도의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악랄한 야욕에 나라야 망하건 말 건 훈작경쟁까지, 그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와중에 목숨 바쳐 싸운 건 경상도 전라도가 따로 없었던 의병들과 독립투사들이었음을 우린 잊지 말아야 한다.

분파주의는 우리 민족의 특질 중 하나다. 조선의 당쟁이 그러했고 현재의 남북분단이 그있는데 렇다.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회담 등 평화지향의 여러 사건들이 세계인들의 박수를 받고 사실 냉정히 생각해보면 박수가 아니라 그야말로 부끄러워 할 일이다. 아무리 열강에 의한 분단이라고는 하나 칠십 년에 가까운 분단을 스스로 해결치 못한 게 박수 받을 일인가?

그리스 신화를 유심히 보면 각 스토리들은 인간의 갖가지 속성들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 속성 중 하나는 인간 사이의 갈등이다. 그것은 세상살이에서 원천적으로 불가피하지만, 지금 우리사회의 갈등이 적어도 철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그나마 후진적이진 않다. 언제나 물리적 거리로 집단화 하는 것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초상이다. 동일 지역 안에서는 생각이 거의 다르지 않은 붕어빵 정치인들을 양산해내고 그들끼리 뭉쳐 리더의 구령에 따라 ‘으이 쌰! 으이 쌰!’한다. 무슨 긴 말이 필요하겠는가? 현재 경상도 전라도가 모든 걸 설명해 주는 것을‥. 언제부턴가 다소 과격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어떤 특정 지역에 서식(?)하는 정당에게는 정부지원을 폐지하자는 생각이다.

요즘 각 정당들은 공천문제로 시끄러운데 특정지역에선 아마 김구 선생이나 안중근 의사, 또는 한국전쟁의 영웅 맥아더장군이나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공천해도 뽑히기 어려울 것 같다. ‘우리 지역’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며 또한 그런 영웅들은 그들에게 ‘사적 이익’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젠 우리 모두 한 표의 의미를 무겁게 생각하자. 유권자들을 얕봐 지역주의를 충동질하는 소인배들을 가려내고, 훌륭한 인품과 도덕성, 봉사와 희생정신, 수준 높은 정치적 철학과 수행능력, 그리고 인도주의적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한 건전한 국가관으로 판단하는 지혜로운 유권자 정신으로 무장하자. 그것이 바로 애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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