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노년을 아름답게 즐기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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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노년을 아름답게 즐기는 생각들
  • 문희봉(시인·평론가)
  • 승인 2018.06.01 0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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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봉(시인·평론가)

  나의 중고등학생 시절은 교복을 즐겨 입었다. 교복을 입었기에 허튼 짓을 하지 못했다. 고구마 서리나 콩서리를 할 때는 교복을 입지 않았다. 극장에 가지 말라는 학교의 엄한 규율에도 사복을 입고 들어갔다가 담임이나 선도부 선생님을 만났을 때 그 당혹스러웠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멋진 노년을 즐기기 위해서는 학생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학생으로 계속 남아 있다 보면 배움은 계속된다.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몸은 낡아지기 시작한다. 메모장을 옆에 끼고 사는 삶은 건강에 좋다. 자꾸만 퇴색되어가는 기억을 잠시나마 붙잡아 놓을 수 있는 것이 메모다. 하루의 일과를 일기로 남기는 것은 멋진 삶을 위한 규약 제1조의 항목이다. 향기로운 꽃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저리도 곱게 피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 피는 것이다.

  과거는 자랑하지 않는 게 좋다. 옛날이야기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인간은 처량해진다. 삶을 사는 지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과거는 현재로 넘어오는 징거다리 역할만 하면 된다. 과거에 매달리는 것은 전진을 가로막고 후퇴만을 조장한다는 것을 알 일이다. 똥 싼 주제에 매화타령이 무슨 소용이냐? 지나온 과거가 논두렁도 있고, 신작로도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젊은 사람과 경쟁하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다. 대신 그들의 성장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과 함께 즐길 것을 권한다. 젊은이의 사고, 첨단기기 활용 등 그들에게서는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 젊은이들과의 소통은 스스로를 젊게 만든다. 캄캄해지면 산은 돌아다니고 물은 저녁 내내 내 머리맡을 흐른다.
  흔히 실수를 저지르는 것 중의 하나가 부탁받지 않은 충고를 굳이 하려고 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그건 노친네의 기우와 잔소리로 오해 받기 쉽다. 아무리 몸이 근질거려도 그건 자제해야 한다. 농부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올해도 고춧금은 똥금이래도 받아들이는 게 건강에 좋다. 달빛은 환해서 세상의 모든 욕망을 죽이고 나무만을 따로따로 달빛 아래 세운다.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않는 게 좋다. 로미오가 한 말이 생각난다. ‘철학이 줄리엣을 만들 수 없다면 그런 철학은 던져버려라.’고 하는. 너무 고상해도 안 된다. 더구나 고상한 척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상대방이 나를 이해하고 존경하는 것은 고상한 철학이 아니라 성실성이다. 믿을 것은 너무 낯익은 내 심장뿐이다. 성실성은 나에게 캄캄하게 잃어버린 어린 날들이 환히 불켜지게 하는 마력을 보여준다.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기는 것도 필수다. 약간의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게 좋다.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삶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일은 가슴 떨릴 때 해야지 무릎 떨릴 때는 잘 안 된다. 세상이 나를 너무도 소중히 여겨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하는 지인의 모습은 얼마나 당당하고 아름다운가?

    

  늙어 가는 것을 불평하는 것은 우매한 짓이다. 그러면 가엾어 보인다. 상대는 몇 번 들어주다가는 피하기 시작한다. 세상에 칭찬할 일이 천지에 깔려 있는데 하필이면 불평하는 일에 매달리는가 말이다. 불평도 습관이다. 그것은 자신의 건강을 해친다.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일이 바로 불평하는 일이다. 세상의 좋은 점을 보기에도 눈이 부족한데 왜 그 반대편에 한눈을 파는가? 그런 것 말고 다람쥐가 새로 피어나는 넓적넓적한 상수리나무 밑을 지날 때, 상수리 나뭇잎이 깔깔 웃으며 손끝으로 다람쥐 꼬리를 건드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 넘겨주면 후회한다. 그들에게 다 주는 순간 천덕꾸러기가 된다. 두 딸에게 배신당한 리어왕처럼 춥고 배고픈 노년을 보내며 두 딸에게 죽게 된다. 갖고 있는 눈치만 보이면 찰싹 달라붙는다. 단물 다 빨아먹은 뒤로는 이웃만도 못한 관계가 된다. 어쩌다 세상이 그렇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꼭 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재산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나이 들었다고 죽음에 대해 자주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그것은 불변의 진리다. 인류의 역사상 어떤 예외도 없었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었다. 거역이 통용된 사례가 없다. 확실히 오는 것을 일부러 맞으러 갈 필요는 없다. 그때까지는 삶을 탐닉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살기 위해 세상에 온 것이지 죽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죽음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때까지 재미있게 잘 사는 일이다. 웃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다 보면 아름답고 멋진 노년을 즐길 수 있다.

  자세히 보라. 내 앞에 나이 어린 붉은 매화가 눈부시게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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