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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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 문 희 봉(시인·평론가)
  • 승인 2018.07.2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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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희 봉(시인·평론가)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당일 집을 비워주기로 한 세입자가 연락이 닿지 않아 이상하다는 신고가 동대문경찰서 형사팀에 접수됐다. 출동한 형사들이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주택 1층에 들어갔을 땐 세입자 최모(68) 씨는 이미 목을 매 숨져 있었다.

시신을 수습하던 경찰은 집안 곳곳에서 돈이 든 봉투들을 발견했다. 현관 옆에는 전기요금 고지서와 전기요금이, 싱크대 옆에는 수도요금 고지서와 요금만큼의 돈이 함께 봉투에 담겨 있었다. 다른 방 테이블 위에 놓인 봉투에는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라는 글귀가 겉면에 적혀 있었다.

그 안엔 10만 원이 있었다. 출동한 경찰관은 "자신의 시신을 수습하러 올 사람들을 위해 식사나 하라며 돈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례비로 추정되는 100여만 원이 담긴 봉투도 발견됐다. 최 씨가 남긴 돈은 총 176만 원이었다. 대부분 빳빳한 신권이었다.

얼마 전에도 돈 봉투(월세값과 공과금)를 남기고, 인사말과 함께 장애를 앓고 있던 딸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인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 두 기사를 생각하면서 참으로 아름다운 죽음을 남기고 간, 그 분들의 삶이 갑자기 그리워지기 시작했다는 마음은 이 시대 중심을 한 움큼의 가치행복 추구라는 감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권력 있고, 명예 있는 사람들의 일탈된 행동거지가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날만 새면 쇠고랑을 찬 모습으로 지난날의 영화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현실에 나는 개탄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고 떵떵거리다가도 그 이튿날 서리 맞은 배춧잎마냥 고개를 축 늘어뜨린 모습으로 영어의 몸이 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돈은 쓸 데 써야 한다. 요즘 일부 지자체장이나 교육감들의 선심성 행정에 나는 괴로워한다. 합당한 기준도 없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자신들의 돈으로 인심을 쓰는 것처럼 전체에게 시행한다는 고등학교 무상급식이나 무상교복 제공은 재고되어야 할 부분이다. 정말 어려워서 못 먹는 학생들과 교복을 사 입을 형편이 되지 못하는 학생들을 선별해서 제공해야 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가?

    

그래서 제안한다. 대통령부터 장관, 차관,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방의회 의원 등 고위직 공무원들이 봉급의 아주 적은 부분이라도 적립하여 그 돈으로 소외계층을 돕는데 사용하는 계획을 세운다면 그에 해당하는 분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제공하는 것과는 격이 다른 희망을 주는 소식일 것이다.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과 고위직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적립한 돈으로 지원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나만의 편협된 생각은 아닐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 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 그들은 보수를 받지 않고 봉사한다는 차원에서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그들의 연봉이 하늘을 찌른다. 거기에 각종 수당까지 합치면 그 액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거기에 누리는 권력은 또 얼마나 많은가. 서울 여의도 의사당, 청와대, 정부청사, 지방관청, 지방의회 근처에 사는 모기들은 빨대가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모기들의 그것보다 길이도 길 뿐만 아니라 강도도 여간 센 것이 아니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공과금과 함께 자신의 장례비. 자신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서 애쓰는 이들을 위한 국밥값을 남기고 떠난 68세의 독거노인을 생각하며 우리가 실망감과 절망에 빠져 지낼 수 없는 것은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한 위에서 언급한 독거노인과 같은 생애가 있기 때문이다. 68세의 독거노인이 홀로 노모를 모시다가 노모를 하늘나라에 먼저 보내드리고 난 이후 생애를 마감할 계획을 가지고 계셨던 것은 아닐까. 자신의 뒷정리를 깔끔하게 정리하신 것을 보니, 생애는 저렇게 맞고 보내야 하는 것이라는 정답을 세인들에게 남기고 간 것이라고 본다. 가장 가치 있는 교훈은 학문이나 이론이 아닌 삶의 현장으로 몸소 행함으로 남길 때 더욱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미화시킬 수가 없는 행위이다. 그러나 그들이 살아온 그들만의 생애의 현실을 알지 못하는 마당에 뭐라고 당위성만을 주장할 수 없는 것도 우리가 지양해야 할 사관이라도 볼 때, 배울 것은 충분히 배워 가치 있는 생애를 살아갈 교훈으로 섬기는 것은 가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질서를 잃은 채, 방황하고 있는 시대가 바로 21세기 오늘의 현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사회를 이대로 방치시킬 것인가? 모든 교육과 종교 그리고 문화와 정치가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고, 인성과 인간관계를 잇는 신뢰를 망가뜨리는 주범으로서 그 악한 습성을 퇴출시키지 않고 지속적으로 권력과 명예 그리고 물질을 추구한다면 지구는 아수라장 그 현장을 결코 모면치는 못할 것이다.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 자신의 시신을 수습하러 온 도우미들을 향한 독거노인의 필사체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아마도 마음의 샘과 같이 오래도록 가슴에 새겨두고 때때로 품어 올리면서 살아야 할 듯하다. 독거노인의 명복과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영혼의 순결, 물질 앞에서 좀 더 겸손할 줄 아는 삶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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